국민의당, 기존정당과 차별화 '안간힘'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이 1차 기획조정회의를 열고 창당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당력을 집중했다.

국민의당은 13일 오후 한상진 창준위원장, 김한길 상임부위원장, 김영환 부위원장 겸 전략위원장,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박선숙 집행위원장, 이태규 대변인 겸 실무지원단장이 배석한 가운데 기획조정회의를 열었다.

기획조정회의는 다른 당의 최고위원회의와 비슷한 개념으로, 앞서 한상진 창준위원장은 "이제부터 중요한 결정들을 기획조정회의를 통해 격의 없는 토론을 거쳐 합의해 처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창준위원장은 첫 회의를 시작하면서 "우리의 정치 현실은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운을 뗐다.

양대 정당이 일종의 담합행동으로 직무유기를 계속 하면서 선거구 획정도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국민의당은 양당제에서 탈피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결과적으로 특권을 누리는 현역들은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특권이 있어 더 누리고, 예비후보는 최소한으로 누려야 하는 기회조차 위협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민의당은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과감하게 목소리를 내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한길 의원은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이 시저만은 아닐진대, 루비콘을 건넌 것이 시저만인 것처럼 말한 것은 시저가 루비콘 강을 건넌 후 새 역사를 썼기 때문"이라며 "우리 정치의 새로운 장을 여는 데 반드시 성공해 국민의당이 역사에 기록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후 국민의당은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그 자리에서 2월 2일 중앙당 창당회의를 대전에서 열기로 결정했다.

이태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이라면서도 "대부분의 정당이 서울에서 창당대회를 하는 것으로 고정관념이 있는데 꼭 서울에서 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나아가 "모든 분이 모이기 좋은 장소이기도 하고 중원의 의미도 있고.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고 에둘러 답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창당대회를 충청에서 하는 것을 두고 충청권 끌어안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충청은 세종시의 이해찬 의원을 중심으로 다수의 친노 의원들이 포진해 있는 지역이다.

총선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이지만 국민의당은 호남의 환대와 영남의 냉대 속에 충청지역 지역에 대한 논의가 다소 지체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굵직한 인물이 없다는 것 역시 고민거리다.

인구가 밀집한 서울에서 창당대회를 연 관례를 깨는 참신한 모습을 보이면서 충청권도 끌어안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심산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이날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은 회의에서 가운데 자리를 김한길 의원과 한상진 창준위원장에게 내준 채 오른쪽 구석 자리에 앉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규약상 안 위원장은 서열로 따지면 당에서 4번째다. 철저히 2선을 지키고 있다.

이런 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이 기존의 기성정당들이 보여준 행동과 차별화된 퍼포먼스로 기존정치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태규 대변인은 "과거처럼 구성원들이 모두 발언하는 회의도 지양할 생각"이라며 "그날 특별하게 관계된 사람만 말하는 것으로 정했다"고 했다. 이 역시 기존 관행을 벗어던진 움직임이다.

한편, 가칭 '국민의당'은 당명 응모를 받아 붙여진 이름인데, 창당대회 때 응모 수상작을 골라 시상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당'으로 당명 응모를 한 사람은 총 42명으로, 당에서는 이 중 접수순서와 제안 이유 등을 종합해 4명의 수상자를 정했다. 대상은 서울 출신의 20대 남성 권 모 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