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탈당하며 "절이 떠나는 식… 더민주당, 껍데기만 남은 정당" 일갈
  • 더불어민주당의 분당 상황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문재인 대표는 24일 "우리 당이 작아지더라도 더 단단해져야겠다"고 한데 이어 28일에는 "(탈당을 언급하고 있는 분들도) 조속히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압박했다. '친노만 남더라도 좋으니, 다 나가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이에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절이 말을 안 들어주면 승려가 나가야 한다"는 언급으로 맞서고 있다. 과연 지금 상황은 '절이 싫어서 승려가 떠나는' 그런 상황일까.

  • ▲ 김희철 전 의원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있다. 뒷쪽으로 먼저 탈당해 안철수 신당에 합류한 문병호 의원의 모습이 보인다. 김희철 전 의원은 이날 오후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탈당에 따른 심경을 토로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희철 전 의원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있다. 뒷쪽으로 먼저 탈당해 안철수 신당에 합류한 문병호 의원의 모습이 보인다. 김희철 전 의원은 이날 오후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탈당에 따른 심경을 토로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희철 "DJ가 당 세웠는데… 절이 떠나는 식"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민주당을 탈당한 김희철 전 의원은 이날 오후 본지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이 당을 세웠는데, 절이 떠나는 식이 돼버렸다"고 탄식했다.

    김희철 전 의원은 오전에 탈당 기자회견을 가진 심경에 대해 "보통 착잡하지가 않다"며, 지난 23일 안철수 의원과 만나 탈당을 결정짓기에 앞서 그 전날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만난 것도 그런 착잡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원 전 대표와 김희철 전 의원은 둘 다 동교동계로 분류된다. '김대중 총재'를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후 친노(親盧)가 당에 들어오면서 친노의 장난질에 번번이 당해왔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김희철 전 의원은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박지원 전 대표의 서울 지역 조직총책을 맡았다. 결과는 친노의 '여론조사 룰 해석 변경' 소동 끝에 박지원 전 대표가 문재인 대표에 3.5%p 차로 분패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만약 룰을 변경하지 않았으면 내가 3.5%p 차이로 이겼을 것"이라며 "나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김희철 전 의원도 "나는 0.6%p 차로 당했고 박지원 대표는 3.5%p를 당한 것"이라고 공감하며 "친노는 민주정치 체제 속에서 빨리 사라져야 할 존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2일 박지원 전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김희철 전 의원은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이 당을 세웠는데 절이 떠나는 식이 돼버렸다"며 "대표님은 어떻게 하시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박지원 전 대표 역시 착잡한 표정으로 "가자니 그렇고 있자니 그렇고 답답하다"고 답했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인 것이다.

    ◆"문재인·정태호, 김대중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 없다"

    왜 '절이 싫어서 중이 떠나는' 게 아니라 '절이 떠나는' 모양새일까.

    김희철 전 의원은 대학을 재학하던 시절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의 흥사단 금요강좌에 함께 했고, 평민당에서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전 의원의 보좌관을 하면서 외곽조직이었던 연청(민주연합청년동지회) 활동을 하기도 했다.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던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거대책본부에서는 비서실장을 맡았다.

    그는 이러한 점을 특히 친노로 분류되는 현재의 서울 관악을 정태호 지역위원장과 대비시켰다. 김희철 전 의원은 "정태호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없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셨을 때, 이해찬 의원이 인수위에 들어가면서 함께 들어갔을 뿐 특별한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런데도 DJ의 정신을 계승했다는 더민주당에서는 2~3기 관악구청장과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를 관악을 지역위원장에서 내쳤다. 19대 총선에서 친노 한명숙 지도부가 졸지에 관악을을 '야권 연대' 지역으로 지정해 구 통진당에 내준 뒤, 친노 이해찬 의원의 비서관 출신으로 문재인 대표와 청와대에서 같이 일했던 정태호 위원장이 들어섰다.

    김희철 전 의원은 당이 이렇게 변해버린 이유를 당대표부터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없기 때문으로 꼽았다. 그는 "문재인 대표도 그렇고 (김대중 대통령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지금 당에 김대중 대통령과 관련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의 탈당을 비롯해 박지원 전 대표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거취를 놓고 고심하는 것을 두고 "김대중 대통령의 적자(適子)들이 거의 다 떠나게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 ▲ 김희철 전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직후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희철 전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직후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권노갑 고문, 눈시울 붉어져 '문재인 몇 번이나 만나도…'"

    '절이 떠나는' 사태의 본질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신(分身)이라고까지 불렸던 권노갑 상임고문의 심경을 보면 명백해진다.

    김희철 전 의원은 매주 화요일 동작동 국립현충원 DJ 묘역에서 진행되는 참배 모임에 함께 한다. 이 때 권노갑 고문과도 만나는 것은 물론이다.

    권노갑 고문은 평소 누구에게나 "김대중 정신을 배워야 한다"며 "꼭 그렇게 하소"라고 강조하고 다니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김희철 전 의원이 최근 거취를 고심하자 마주 앉아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김대중 대통령 정신을 갖고, 김대중 대통령이 추구했던 통합과 화합을 위해서 이렇게 노력을 했는데, 문재인 대표를 몇 번이나 만나도 말이 잘 통하지를 않는다"고 말문을 연 권노갑 고문은 "되지가 않는다, 우리가 우선해야 하는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뜻을 이어받는 것인데…"라고 거듭 한탄했다.

    차마 고개를 들고 들을 수 없는 숙연한 분위기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문득 말이 끊어져 고개를 들어보니 권노갑 고문의 눈시울이 붉어져 부풀어 있었다고 한다. 권노갑 고문도 김희철 전 의원의 시선을 의식한 듯 자신의 눈을 가리키며 "이 정도로 고민이 된다"고 털어놨다. 김희철 전 의원은 "이제 곧 권노갑 고문도 무슨 결단을 내리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더민주당 당원들, 2분에 한 명 꼴로 탈당 러시

    마지막까지 평생 일구고 함께 했던 당을 지키려 하는 권노갑 고문조차 '중대 결단'을 앞두고 있는 마당인데, 평당원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김희철 전 의원은 23일 안철수 의원과 회동한 뒤 탈당을 최종 결단하고 관악을에 돌아와 주변에 그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김희철 전 의원만 바라보고 있었던 더민주당(당시에는 아직 새정치민주연합) 권리당원들이 앞을 다투어 사무실로 몰려들었다. 24일 하루만 평일이고 25·26·27일 사흘은 성탄 연휴였는데도 나흘 내내 사무실 문을 열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나흘 동안 "나도 탈당하겠다"며 자필로 탈당계를 작성한 권리당원만 1007명. 하루 8시간씩 사무실을 열어놓았다고 하면 32시간 동안 1007명이 탈당한 것이다. 한 시간에 30명 이상씩 탈당한 것이고, 2분에 한 명씩 탈당하는 '탈당 러시'가 일어난 셈이다.

    김희철 전 의원은 "아직도 탈당하겠다는 사람이 1000명이 남아 있다"며 "우리 '민주당'에서, 절이 떠나고 나머지는 껍질만 남아 있는 것"이라고 거듭 개탄했다.

  • ▲ 김희철 전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직후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희철 전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직후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민주당과 선거 연대, 필요성 느끼지 않는다"

    독자적인 신당 창당을 구상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새정치연합(당시)과의 연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4·13 총선에서의 선거 연대나 후보단일화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신당 진영에서는 갑론을박(甲論乙駁)이 벌어지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그렇게 단정지으면 안 된다"고 반박했고, 이에 박주선 의원은 "청산해야 할 세력과 연대를 한다면 신당은 왜 만드느냐"고 재반박했다. 다시 황주홍 의원이 "아마 3월에 가게 되면 매우 제한적이고 부분적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후보단일화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대해 김희철 전 의원은 "3자 구도도 자신이 있다"며 "더민주당에서 정태호 후보가 출마해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과 함께 오신환~정태호~김희철 구도가 되더라도 별로 선거 연대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김희철 전 의원은 "지지의 핵은 더 강한 쪽으로 뭉치게 돼 있다"며 "관악을 주민들은 '될 사람'을 밀어줄 것이기 때문에, 정태호 후보가 나와도 별 관계가 없고 그는 극소수 득표 밖에 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노, 종북세력 앞잡이 노릇해… 국회에 종북 들여놓아"

    김희철 전 의원의 이런 자신감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구 통진당은 '야권 연대' 지역으로 선정된 서울 관악을에서 44명이 구속·불구속되는 여론조사 조작을 저질렀다. 김희철 전 의원은 "이정희 대표 본인만 묵비권을 행사해 쏙 빠져나왔다"며 "그 죄악은 역사에 두고두고 남을 것"이라고 치를 떨었다.

    그런데도 친노 한명숙 지도부는 '여론조사 조작'을 저지른 구 통진당에 다시 이 지역을 넘겨줬다. 후보만 이상규 후보로 바뀐 채였다. 김희철 전 의원은 "한명숙 대표를 비롯한 친노들이 (구 통진당과) 야합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며 "이걸 관악구민들에게 알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희철 전 의원은 28.8%를 득표했다. 서울 지역에서 무소속 제3후보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득표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조차 많이 낮아진 것이고, 여론조사 공표 제한 시점이었던 선거일 6일 전 여론조사에서는 당당한 1위였다.

    김희철 전 의원은 "당시 지상파3사 통합여론조사에서 내가 1위를 하자 당이 발칵 뒤집혔다"며 "한명숙 대표는 사무총장을 내려보내 관악에 상주시키다시피 하면서 '김희철이를 몰래 돕기라도 하면 전부 당적을 박탈하고 제명시키겠다'고 협박하고 다녔다"고 회상했다.

    한명숙 전 대표 본인도 새누리당과의 접전 지역에 가지 않고 엉뚱하게도 막판에 관악을 지원 유세에 합류했다. 본래 민주당 출신인 김희철 전 의원을 떨어뜨리고 구 통진당 후보 한 명이라도 더 붙이려고 "김희철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절대 복당시키지 않겠다"고 소리를 지르고 다녔다.

    김희철 전 의원은 "(더민주당) 정태호 (관악을 지역위원장)도 앞장섰고 한명숙 (대표)이 와서 이상규 (전 의원)의 손을 들어주고 종북 세력의 앞잡이 노릇을 했다"며 "결국 그 사람들이 종북 세력을 국회로 들여놓은 것"이라고 단언했다. 아울러 "(구 통진당을 정당해산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보면 관악을 여론조사 조작 사건도 언급돼 있다"며 "정당해산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이 친노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 김희철 전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직후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희철 전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직후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민주당, 85년 민한당처럼 몰락할 것이라 전망

    김희철 전 의원은 관악을 지역에서 수십 년간 살면서 민선 2~3기 관악구청장을 하고 이 지역에서 18대 국회의원을 했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는 "지금도 길거리에 나가보면 주민들의 (친노에 대한) 원성이 말할 수가 없을 정도"라며 "문재인 대표 물러나라, 사퇴하라는 이야기가 지역에 가면 귀가 따가울 정도"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의원이 지난 13일 더민주당을 탈당하자 지역 주민들은 "친노는 이제 물러가야 한다"며 김희철 전 의원에게 문자를 보내 "빨리 결단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지금 문재인 등 친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게 김희철 전 의원의 설명이다. 민한당(민주한국당)은 82석을 가진 제1야당이었지만, 1985년 2·12 총선을 치르고나자 35석으로 몰락하고, 신민당(신한민주당)이 67석의 제1야당으로 부상했다. 김희철 전 의원은 "옛날 민한당이 국민들로부터 따돌림당했던 것처럼 내년에 두고보면 알 것"이라며 "무서운 저력을 가지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 새로운 정당으로 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친노패권주의로 인해 국민들의 피로도가 정말 극에 달했다"며 "이제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치를 하려 해서는 안 되고, 모든 정치인들이 국민을 무서워할 줄 아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문재인 대표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4·13 총선 끝나면 문재인, 정치생명 내려놓게 될 것"

    하지만 이런 일침을 알아들을 문재인 대표라면 진작에 행동을 고쳤을 것이다. 지금 이대로 문재인 대표가 독선에 가득찬 고집을 부리며 공천을 비롯한 당무를 전횡하고, 김희철 전 의원을 필두로 권노갑 고문·박지원 전 대표 등 이른바 'DJ의 적자들'이 줄줄이 당을 떠난다면, '절이 떠나는' 형국이 계속된다면 문재인 대표는 어떻게 될까.

    김희철 전 의원은 "(내년 4·13 총선이 끝나면 문재인 대표는) 정치생명을 국민 앞에 내놓게 될 것"이라며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져 가는 게 정치이니, 국민이 버렸을 때는 (정치생명을) 내놓아야 한다"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그동안 문재인 대표는 몇 번이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당내 의원들의 반응은 "무엇을 내려놨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입버릇처럼 "내려놓겠다"고 되뇌이던 문재인 대표가, 내년 4·13 총선이 끝난 뒤 김희철 전 의원의 말대로 자신의 정치생명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려놓는다'면, 그것도 문재인 대표에게 꽤나 어울리는 정치적 최후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