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토끼 깨워 함께 가자" 이상한 메시지 설파안철수도 3년 전, '토끼와 거북이' 예화로 공정경쟁 강조..우연의 일치?
  • 옛날에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했단다. 걸음이 빠른 토끼가 느림보 거북이를 훨씬 앞섰지.

    그런데 토끼는 거북이를 얕보고는 도중에서 풀밭에 누워 잠을 잤다.

    그러다가 그만 거북이한테 지고 말았다.

    거북이를 얕보고 잠을 잔 토끼도 나쁘지만 그러나 잠든 토끼 앞을 살그머니 지나가서 1등을 한 거북이도 나쁘다.

    친구를 따돌리고 몰래 혼자만 1등을 하는 거북이 같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

    잠든 토끼를 깨워서 함께 가는 거북이가 되자, 그런 멋진 친구가 되자.

    신영복의 옥중서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보면 신묘년(辛卯年) 새해를 맞은 어느 날, 그가 자신의 조카들에게 이솝우화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를 들려주는 대목이 나온다.

    그런데 신영복은 이 동화를 언급하면서, "천천히, 꾸준히 노력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일반적인 교훈과는 다른 얘기를 꺼낸다.

    신영복은 거북이가 토끼의 '약점'을 이용해 승리를 쟁취하는 건 비겁한 행위라고 말한다. 그리고 혼자만 앞서 가지 말고, '다함께' 같이 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쟁을 하면 반드시 누군가는 불행해진단다. 성장보다는 분배가 우선돼야 해.


    잠들어 있는 토끼를 깨우는 순간, 두 사람의 '경쟁'은 더 이상 무의미해진다. 상식적으로 토끼의 주력(走力)은 거북이를 능가하고도 남는 수준. 그러나 자신이 잠든 틈을 노리지 않고 끝까지 배려해준 거북이를 과연 토끼가 앞지를 수 있을까?

    이 상황에서 실현 가능한 장면은 토끼와 거북이가 손을 잡고 나란히 결승점을 통과하는 모습일 것이다.

    ◆ '공산주의' 신기루 심어주는 프로파간다

    이같은 화법은 경쟁이 배제된 이상적인 사회, '공산주의(共産主義)'를 미화하는 전형적인 프로파간다(propaganda)다.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원시인의 삶을 동경한 마르크스는 시장경제를 인류의 해악으로 간주했으나, 오늘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노선을 택하지 않은 국가들은 모두 지리멸렬하고 말았다.

    '개인'보다 '집단', '경쟁'보다 '분배'를 우선시한 공산주의는 소련의 패망과 중공의 시장경제 도입 등으로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지 오래.

    이처럼 이미 검증과 실험이 끝난 낡은 사상을 신영복은 '우화'라는 미명 하에, 사리분별력이 약한 어린이에게 주입시키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저지른 것이다.

    심히 우려스러운 점은 '토끼와 거북이' 우화를 이용한 '신영복식 프로파간다'가, 그의 '방계 제자' 혹은 '동조자'들을 중심으로 아직도 한국 사회에 곳곳에 퍼져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 ◆ "산에선 토끼가, 바다에선 거북이가 뛰면 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지난 2012년 11월 대선후보로 나설 당시, '토끼와 거북이' 우화를 비유로 들며 공정경쟁과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설명한 바 있다.

    11월 19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의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 참석한 안 의원은 "산이냐 강이냐에 따라 토끼든 거북이든 누군가에게는 항상 불리하고 항상 불공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제가 꿈꾸는 세상은 토끼와 거북이가 한 조를 이루는 세상입니다. 산이 나오면 토끼가 뛰고 강이 나오면 거북이가 뛰면 됩니다. 국민 전체가 손잡고 같이 가는 것이 바로 경제민주화입니다. 농민 소득보장과 경제민주화는 공정한 경쟁에 의해서 이뤄져야 합니다.


    안 의원은 신영복의 '토끼와 거북이'를 응용, 새로운 버전의 우화를 청중들에게 공개했다. 신영복이 이솝우화를 들어 공산주의가 지향하는 '기회와 분배의 평등'을 강조했다면, 안 의원은 공정 경쟁을 기초로 한 부의 재분배를 강조하고 나섰다.

    한 마디로 경쟁을 추구하되 계층간 '부의 균형'을 맞춰나가겠다는 것.

    특히 당시 안 의원의 '토끼와 거북이'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을 한 조로 묶었다는 점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어 정치권의 관심을 모았었다.



  • ◆ "산으로 올라가면 토끼는 백전백승"


    박영범 지역농업네트워크 대표는 2013년 5월 2일 한겨레에 기고한 글에서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에는, 성실하면 성공한다는 교훈 뒤에 불공정한 경기규칙이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산으로 올라가는 경기규칙은 처음부터 토끼의 필승카드입니다. 토끼의 긴 뒷다리는 산위로 오를 때 진가를 발휘하지요. 토끼가 낮잠을 자도 아마 거북이는 질 겁니다.


    박 대표는 "토끼끼리, 혹은 거북이끼리 산위로 오른다면 공정한 경쟁이 될 것"이라며 "토끼와 거북이를 한 조에 묶어야 된다"는 안 의원과는 조금 다른 논리를 펼쳤다.

    그러나 '강한 자'와 '약한 자'가 동일한 조건 하에서 경쟁하는 구조를 막아야 한다는 점에선 두 사람의 논리가 일치했다.

    산에서는 토끼가 뛰고, 바다에서는 거북이가 헤엄치면 됩니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다른 동네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 경쟁이 공정합니다.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가 그렇습니다.


    ◆ "바다에서도 토끼와 거북이 뛰게 해야"


    개그맨 김제동은 지난 3일 서울 용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진행된 '김제동 토크콘서트 시즌7'에서 "애당초 바다에서 노는 거북이를 산으로 데려온 것부터 잘못됐다"며 "산에서 한 번 경쟁을 했다면 바다에서도 경쟁을 시켜야 공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갈아엎어야 합니다. 아, 이건 절대로 정치적인 발언이 아닙니다. 흙수저 금수저 이야기입니다. (웃음) 1%, 10%의 금수저들이 장악하고 있다면 다 뒤엎어야죠. 게임이 공정하지 않아요.

    바다의 거북이한테, 왜 토끼와 경쟁을 시킵니까? 공정하게 시켜야 합니다. 바다에서도 경주를 시켜야 합니다. 그 게임의 룰을 정하는 사람이 누군지 찾아야 합니다.


    김제동의 '토끼와 거북이'는 상대적으로 박영범 지역농업네트워크 대표의 주장과 거의 흡사했지만, "경쟁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대목에선 안철수 의원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았다.



  • ◆ 정치적 잣대로 '전래동화' 멋대로 해석


    대구 지역에서 이벤트 전문 사회자로 활동하다 윤도현의 도움으로 전국구 스타가 된 김제동은 2009년 성공회대학교(신문방송학과 3학년)에 편입학하면서 '정치적 색깔'을 띠기 시작했다.

    첫 학기부터 신영복의 'CEO를 위한 인문학 강좌'를 신청, '좌파 거두'의 문하생이 된 김제동은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의 강사로도 나서는 등,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행보를 보였다.

    특히 2009년 9월 노 전대통령의 영결식 노제 사회자로 참석한 이후로 김제동은 '친노-좌파 연예인'이란 꼬리표를 달게 됐다.

    정치 풍자 토크콘서트 '노브레이크'를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2009년 12월 '노브레이크 시즌1'을 시작으로 6년간 2백회가 넘는 토크콘서트를 진행한 김제동은 약 26만명(누적)의 관객을 상대로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마음껏 드러내는 활동을 전개해왔다.

    '노브레이크'의 레퍼토리는 매우 다양하다. 시사·사회·문화 분야에서 상당한 지식을 자랑하는(?) 김제동은 대본도 없이 2시간 내내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신기(神技)의 화술을 선보인다.

    그러나 패턴은 동일하다. 일단 관객의 애환과 고민거리를 들어주는 것에서 시작하나, 결론은 언제나 '정치 비판'이다.

    특히 국내 정치에 염세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김제동은 결정적인 순간에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교묘하게 깎아내리는 말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유도하는 화법을 선보인다.

    감기가 걸렸다고 누가 일을 쉽니까? 그 어르신(김영삼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는데, 감기 걸리고 인후통 걸렸다고 쉬는 게 말이 됩니까? (박수)


    이야기 소재로는 구전 동화나 역사를 곧잘 활용한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화제를 던지면서 종국에는 자신이 하고픈 메시지를 우겨 넣는 전형적인 선전·선동 화술이다.

    신영복류의 '토끼와 거북이'는 김제동의 토크콘서트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다. 김제동은 "서양의 우화보다 우리나라의 전래 동화가 더 값진 의미가 있다"며 아이들이 듣는 동화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잔재주를 부린다.

    백설공주는 왕궁 밖으로 나와서 난쟁이들 등쳐 먹고 사과 먹다가 잠 깨자마자 왕자 따라가지 않았습니까? 정치인들이 표 받고 하는 행동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서양동화보다 전래동화를 읽혀주어야 합니다.

    '콩쥐팥쥐'에 나오는 '콩쥐'와, '장화홍련전'의 '장화' '홍련', '심청전'의 '심청이' 모두, 자기 인생을 주체적으로 개척한 사람들입니다. 장화와 홍련은 죽은 후에도 사또에게 나타나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사또에게 관등성명을 요구했어요.



  • ◆ 김제동 토크콘서트, 총선 직전 마무리?

    옥중에서 조카들에게 공산주의의 이념이 깔린 동화를 써서 보내는 신영복과, 토크콘서트에서 동화를 활용해 정치적 메시지를 설파하는 김제동의 모습은 놀랍도록 닮아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제동은 자신의 입으로 "신영복이 한 말과 비유를 허락도 안 받고 슬쩍슬쩍 인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마도 토크콘서트의 주된 레퍼토리 중 상당수는 '스승' 신영복의 머리에서 나온 것일 터.

    그러나 김제동을 잘 아는 지인들은 그가 신영복보다는 방우정 MC리더스 대표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장소에 가서도 능수능란하게 대화를 이끌어 가는 특유의 화술은 방우정 대표로부터 사사한 '노하우' 덕분이라는 것.

    따라서 일부 대구 출신 인사들은 "방우정이 배출한 최고의 제자, 김제동이 점점 '정치 투사'로 변모해 가는 게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 12월 3일 용산에서 스타트를 끊은 김제동의 토크콘서트 '노브레이크 시즌7'은 서울에서만 1만여명에 달하는 관객이 모여들며 전회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김제동의 토크콘서트를 참관해 본 결과, 콘서트 중 관객들이 박수를 치고 포복절도하는 장면은 대부분 정치적인 이야기에서 나왔다.

    정치 풍자 코미디가 반드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촌철살인 유머 한 마디가 얼어붙은 군중심리를 녹일 수도 있고, 정치인들에겐 건전한 자극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방향으로 특정 세력을 비난하는 집회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진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

    주말 12회차의 서울 공연을 모두 마친 김제동은 오는 24일부터 대구를 시작으로 부산, 전주, 울산, 성남, 창원, 춘천, 수원, 인천 등 전국 대도시를 순회하는 장기 일정에 돌입한다.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2016년 4월 13일에 치러진다. 공연이 최종 마무리될 시점이면 이미 전국은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는 토크콘서트를 표방한 김제동의 '정치 집회'가 선거에 일정 부문 영향을 끼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래동화 '토끼와 거북이'의 예를 들어 "'공정하지 않은 경쟁'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인 김제동이 과연 '공정한 선거'를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일지 두고볼 일이다.


    安은 거북이상… 시샘·부러움의 대상?

  • 염영남 데일리한국 편집국장은 지난 2012년 12월 6일 작성한 <동물 관상으로 본 박근혜-문재인-안철수>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안철수 의원의 동물 관상은 거북이상(龜相ㆍ구상)"이라며 "거북이가 걸음걸이와 행동이 아주 느린 것처럼 안 의원의 움직임도 이와 유사한 편"이라고 서술한 바 있다.

    안철수처럼 구상(龜相)을 지닌 사람은 거북이의 성정(性情)을 닮아 온순하고 싸움을 싫어해서 남과 다투는 것을 극히 꺼린다. 돌다리를 두드려 안전한 것을 확인하고도 뒤돌아가는 특징이 있다. 그만큼 신중하며 내일 다시 와서 두드려 보고 확인하기 때문에 때로는 답답할 정도로 판단이 느리다. 그렇지만 한 번 결정 되면 토끼가 아무리 놀리고 유혹해도 넘어가지 않고 한걸음씩 목표를 향해 전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