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文 사퇴하면 親盧 이탈"… 문병호 "親盧 기득권 내려놓기 전제돼야"
  • ▲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지난 9일 열린 당무위원회의에 앞서 문재인 대표에게 귓속말을 건네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지난 9일 열린 당무위원회의에 앞서 문재인 대표에게 귓속말을 건네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혁신전당대회 소집 거절에 반발해 낙향한 안철수 전 대표의 칩거가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표 측은 여전히 안철수 전 대표가 다시 한 번 결정적인 '정치적 양보'를 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2012년의 대선 후보 철수(撤收), 2013년의 신당 창당 철수에 이어 중대한 정치적 고비마다 '철수의 정치'를 거듭해 '간철수(간보는 철수)'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을 얻었던 안철수 전 대표가 최근 광주행을 통해 '강철수(강해진 철수)'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음에도 여전히 옛날 모습을 기대하는 속내를 드러내, 쌍방의 계산각 착오에 따른 정면 충돌을 피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문재인 대표 측의 최전선에 서서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새정치연합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10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안철수 전 대표는 정치기부자의 행위를 계속해왔다"며 "탈당이냐 아니냐보다 자신을 또 한 번 버리고 내놓을 것이냐 아니냐의 고민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최재성 본부장은 "안철수 전 대표가 탈당을 언급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안철수 전 대표는 제도권 정치에 들어온 뒤 다 자신을 버리고 양보하는 과정의, 정치기부자의 행위를 계속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안철수 대표를 이해할 수 없다"며 탈당 가능성을 부인하고, 다시 한 번 '자신을 버리고 내려놓는', 즉 문재인 대표를 위해 '철수'할 것을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만일 혁신전대 소집 등 문재인 대표의 사퇴가 전제되는 방향으로 당의 내홍이 수습된다면, 친노(親盧) 성향 지지자가 총선에서 이탈하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재성 본부장은 "지지자 통합에는 크게 두 축이 있는데, 하나는 호남 민심이 있고, (다른) 하나는 개혁적이고 노무현 대통령을 굉장히 좋아하는 국민층이 있다"며 "이 (호남 민심) 문제만 해결하게 되면 소위 개혁적 국민이 이탈하게 되는 게 입증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문재인 대표 퇴진을 전제로 하면 어떤 안이더라도 개혁적 국민, 친노 이 분들의 이탈을 막을 수가 없는 것"이라며 "(호남과 친노) 두 부류의 국민을 통합하는 운동인데 어느 한 쪽만 보고 있는 것은 무책임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연합이 현재 점유하고 있는 지역구는 서울·수도권과 충청 그리고 호남에 주로 흩어져 있는데, 호남에서는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설문조사에서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이 5%로 떨어질 정도로 진성 친노 성향의 유권자는 씨가 마른 상황이다.

    결국 최재성 본부장의 주장은 서울·수도권 선거 지형에 관해 진단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복수의 새정치연합 관계자의 분석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는 호남 민심에 따라 영향을 받는 유권자가 약 40%이고, 스스로를 '개혁적 성향'이라고 참칭하는 진성 친노 유권자는 5% 정도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 의원이 지난 2·8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 도중 전남 화순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격려 방문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 의원이 지난 2·8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 도중 전남 화순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격려 방문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자기 스스로 '개혁'이라 참칭하는 독선적인 5%의 유권자층의 이탈이 두려워 40%에 해당하는 호남 민심을 수습하지 못할 수 있는 셈이다. 이야말로 줄기와 곁가지가 뿌리를 뒤흔드는 셈이 아닐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박빙으로 당락이 결론나는 서울·수도권 선거의 특성상 5% 안팎의 진성 친노 유권자가 중요치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 때문에 문재인 대표 퇴진이 안 된다는 것은 40% 안팎의 호남 민심권 유권자는 '결국 우리를 찍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는 오만한 계산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이러한 계산으로는 내년 4·13 총선에서 올해 4·29 재보선이나 10·28 재보선 때처럼 성난 호남 민심의 심판을 피해가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안철수 전 대표는 지방을 오가며 칩거를 이어가면서도 문재인 대표의 관훈토론이나 주승용 수석최고위원의 사퇴 기자회견 등을 모두 챙겨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지방에 있는 안철수 전 대표와 전화와 문자를 통해 연락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새정치연합 문병호 의원은 여전히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을 경고했다.

    문병호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전망대〉에 출연해 "그동안 안철수 전 대표와 여러 가지 당내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문재인 대표의 현재 행보를 보면 안철수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당에 있을 수가 없을 것 같다"며 "(문재인 대표가) 말씀은 '공동창업자'라고 하는데 언제 공동창업자 대우를 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문재인 대표와 친노가 안철수 전 대표에게 설 자리를 주지를 않는다"며 "설 자리를 빼앗아버리기 때문에 이대로는 어렵고, 새정치 실현을 위해 당에 들어왔는데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결국 신당 창당을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아울러 이른바 '지지층 통합'에 관해서도 최재성 본부장과는 전혀 상반되는 진단을 내놓았다.

    문병호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박근혜 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다 통합해서 1대1 구도로 치르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결국 그 중심에는 문재인 대표와 친노의 기득권 내려놓기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친노 측에서 여전한 미련을 갖고 있는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에 관해서 "당대표직을 계속 갖고 있으면서 1초도 대표직을 안 내려놓고 계속해서 비대위원장으로 변신하겠다는 것인데, 그건 기득권 내려놓기가 아니다"라며 "그건 (안철수 전 대표가) 받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