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통해 원내 영향력 높여야 할 박원순, 당 깨지면 뒤가 없다
  • ▲ 문-안-박 연대의 마지막 주인공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당의 단합을 위해 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문-안-박 연대의 마지막 주인공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당의 단합을 위해 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문-안-박 연대를 주장하는 문재인 대표에 안철수 전 대표가 전당대회론으로 맞서면서 양자간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방위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 주목된다.

    박 시장은 직접 9일 오전 CBS라디오〈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새정치연합이 분당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시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기동민 전 정무부시장과 권오중 전 정무수석 비서관은 안철수 전 대표의 당 이탈을 붙잡는 성명을 발표한 '원외 소장 개혁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안철수의 탈당을 시작으로 분당사태까지 이어지면, 박원순 시장의 측근들이 20대 총선 공천에서 난감한 상황에 빠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원순 시장은 라디오에서 "저는 어차피 서울시장이라 실질적으로 관여하기 어려우니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좀 더 앞장서서 당 내 갈등 국면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당의 단합을 위한 어떤 방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제가 중간에서 두 분을 각자 뵙기도 하고 문자메세지나 전화로 노력을 했는데 잘 안됐다"면서 "두 분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함께 대화를 하면 안 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박 시장은 안철수 전 대표가 주장한 전당대회에 대해서는 "제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말을 아꼈다.

    뿐만 아니라 같은 날 새정치연합 소속의 '원외 젊은 소장 개혁 그룹'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혁신을 위해 두 분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이 성명에는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권오중 전 서울시 정무수석비서관이 이름을 올려 주목받았다. 두 사람은 박원순의 '양팔'로 불리는 최 측근이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부의 독주와 민생파탄에 맞서라는 국민의 준엄한 요구 앞에 무한 헌신해야 한다"면서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결, 친노와 비노의 대결은 허위구도"라고 말했다.

    이어 "물갈이 혁신인가 기득권 유지인가가 현 사태의 본질"이라며 "기존의 낡은 정치에 실망한 국민들이 두분을 정치권으로 불러들인 기대에 보답해야 할 때"라고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문재인 대표에게는 ▲안철수 전 대표 등과 함께하는 혁신 연대 구축 ▲ 당 대표 주변 주류 당직자 중 통합을 저해하는 인사 2선 후퇴 ▲물의 일으킨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국민 눈높이보다 엄정한 잣대와 당헌 당규 적용 등을 주장했다.

    안철수 전 대표에게도 ▲탈당을 기정사실화 하지 말 것 ▲ 일부 비주류 의원들이 더 이상 당 내 통합과 혁신을 저해하는 일체 언행 자제할 것 ▲ 혁신의 대상들이 안철수 전 대표와 문재인 대표의 갈등 뒤에 숨지 않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성명서는 문재인 대표가 아닌 주류 당직자 중 일부가 2선으로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때문에 사실상 이번 성명이 안철수 전 대표의 양보를 촉구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순 시장이 분당만큼은 안된다고 나서면서도 은근히 문재인 대표에 무게를 싣는 이유는 뭘까.

    박원순 시장은 잠재적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그에 비해 아직 원내 세력이 적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통합 혁신 전대보다는 문-안-박이 매력적인 제안일 수밖에 없다.

    특히 서울시장이라는 직위 때문에 직접 정치에 관여할 수 없는 박 시장에게 문-안-박 연대는 본인이 직접 손을 대지 않고도 측근들을 원내로 진입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반면 통합 전당대회는 본인이 직접 나서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상 손을 쓸 방법이 없다. 안철수 전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이런 움직임은 원내로 진입을 노리는 親安(친 안철수)에서도 포착된다. 같은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금태섭 변호사와 정기남 원내대표 특보는 안철수의 측근이었다.

    이들은 안철수 의원이 탈당할 경우 원내 진입이 요원해진다. 문재인 대표의 제안대로 연대해야 전략공천을 받아 원내로 진입할 가능성이 극대화 된다.

    '원외 젊은 소장 개혁 그룹'이라지만 정작 소장개혁보다는 내년 총선서 원내 진입을 위해 '줄을 서야하는' 사람들이 문재인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에 호응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