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의원 중심으로 탈당 및 주승용 최고위원 사퇴 여부 놓고 이견
  • ▲ 새정치민주연합 호남(광주·전남·전북) 권역 의원 23명이 26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회동해 호남 민심과 문재인 대표 체제에 관해 논의한 가운데, 김동철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호남(광주·전남·전북) 권역 의원 23명이 26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회동해 호남 민심과 문재인 대표 체제에 관해 논의한 가운데, 김동철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문재인 대표로는 안 된다'는 선명한 민심을 대변하고 있는 호남 지역 의원들이 총론에 있어서는 일치하면서도 각론에 있어서는 차이가 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향후 어떤 식으로 접점이 마련될지 관심이 쏠린다.

    새정치연합 호남(광주·전남·전북) 의원들은 26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2시간여에 걸쳐 오찬 회동을 갖고, 호남 민심과 대처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회동을 주재한 주승용 최고위원을 비롯해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유성엽·박혜자·황주홍 광주·전남북 시도당위원장 등 권역내 27명의 현역 의원 중에 23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철저히 문재인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친노패권주의적 시각에서 '문안박 연대'를 옹호하고 두둔하는 일부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호남 민심을 대변하는 선명파 의원들은 '문재인 대표로는 안 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처럼 총론에 있어서 의견 일치를 본 것과는 달리, 각론에 있어서는 이견이 드러났다.

    김동철 의원은 '사망 선고'를 받은 문재인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고 대통합을 이뤄내 내년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1대1로 맞서야 한다는 주장을 전개했다.

    그는 "문재인 대표가 사퇴한다고 총선 승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문재인 대표 사퇴는 총선 승리의 필요조건"이라며 "(총선 승리의) 충분조건을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를 이 자리 뿐만 아니라 우리 당이 계속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내) 주류와 비주류의 통합은 소통합이고, (천정배·정동영 등) 탈당파를 넣는 것도 소통합"이라며 "새누리당 정권을 이기려면 모든 민주개혁세력과 중도, 건전한 진보와 합리적 보수를 아우르는 대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호남(광주·전남·전북) 권역 의원 23명이 26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회동해 호남 민심과 문재인 대표 체제에 관해 논의한 가운데,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호남(광주·전남·전북) 권역 의원 23명이 26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회동해 호남 민심과 문재인 대표 체제에 관해 논의한 가운데,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반면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진정한 정권교체의 길은 무엇인지 고민할 때가 됐다면서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어떠한 경우에도 분열해서 패배의 길로 가지 말고 통합·단결해서 승리와 정권 교체의 길로 가자고 호소했고, 이것이 지금까지 내가 당에 남아 있는 이유"라면서도 "정권 교체의 길이 무엇인가 이것을 좀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할 때가 됐고, 나 스스로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역에 갔을 때, 귀에 들리는 것은 '문재인 대표 가지고는 안 되니까 어떤 결단을 내려봐라'는 것"이라며 "이것이 민심이고, 이제 민심과 명분이 갖춰졌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그간 줄곧 총선 전에 통합전당대회 등을 통해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 이미 신당을 추진하는 세력을 끌어안으려는 것은 정치적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문재인 대표 체제를 대체할 조기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해 일단 새정치연합과 신당 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총선을 치르고 대선 전에 대통합하는 방안을 희망해 왔다.

    하지만 자신의 '조기 선대위' 구상에 대해 문재인 대표가 '문안박 연대' 제안으로 답하며 사실상 배신을 당하게 되자, 탈당해 신당 진영에서 총선을 치르고 이후 대선을 앞두고 신당 중심의 대통합을 이루려는 구상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문재인 대표 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의원들 사이에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 ▲ 새정치민주연합 호남(광주·전남·전북) 권역 의원 23명이 26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회동해 호남 민심과 문재인 대표 체제에 관해 논의한 가운데,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호남(광주·전남·전북) 권역 의원 23명이 26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회동해 호남 민심과 문재인 대표 체제에 관해 논의한 가운데,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은 이날 회동을 주재한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사의를 표하면서도 "대표가 자리를 지키면서 미봉책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수석최고위원으로서 과연 떳떳한 역할을 해주시고 계신 건가"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유성엽 위원장은 "수석최고위원이 다른 최고위원을 권유해서 사퇴하면서 지도부의 책임을 확실히 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대표가 안 움직이면 최고위원이라도 움직여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점심 자리에 초청해서 밥을 사주는 것으로 책임을 모면하려는 것 같아서 몹시 불만스럽다"고 반농담을 덧붙여 좌중에 큰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에 주승용 최고위원은 "유성엽 위원장이 수석최고위원이자 호남 대표 최고위원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며 사퇴하라는 강한 메시지를 주셨는데 나도 최고위원직에 연연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문안박 연대 제안이 되면서 최고위원들에게 사퇴를 묵시적으로 강요하는 상황에서는 (사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나아가 "지도부 공동책임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문재인 대표 본인은 물러나지 않고 '문안박'으로 전환하면서 최고위원들은 다 물러나라는 것에는 어떠한 이유로도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면 나도 물러나겠다"고 못박았다.

    서로 간의 발언이 끝난 뒤에도 유성엽 위원장은 "문재인 대표가 사퇴를 안 하더라도 (주승용 최고위원이) 먼저 사퇴를 해야 한다"고 불만을 나타냈고, 김동철 의원도 "호남 대표인 수석최고위원이 사퇴해서 문재인 대표 사퇴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지금 (주승용 최고위원이) 사퇴하는 것은 (문재인 대표에게) 비단길을 깔아주는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이는 최고위원회를 무력화하고 '문안박 연대' 체제로 전환하는 게 문재인 대표의 진정한 의중이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최고위원 사퇴를 하는 것은 문재인 대표 사퇴를 이끌어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문재인 대표 독주 체제를 강화시켜주는 것이라는 점을 간파한 발언으로 보인다.

  • ▲ 새정치민주연합 호남(광주·전남·전북) 권역 의원 23명이 26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회동해 호남 민심과 문재인 대표 체제에 관해 논의한 가운데, 이 회동을 주재한 주승용 최고위원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호남(광주·전남·전북) 권역 의원 23명이 26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회동해 호남 민심과 문재인 대표 체제에 관해 논의한 가운데, 이 회동을 주재한 주승용 최고위원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재인 대표는 지난 1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다른 최고위원들에게 아무런 사전 설명도 하지 않은 채 그날 오후 조선대 강연에서 대뜸 '문안박 연대' 제안을 던졌다.

    이에 주승용 최고위원이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러한 행태를 격렬히 규탄하며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자, 23일 최고위원회의에 감기몸살을 이유로 불참한 데 이어 25일 광주 현장최고위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등 아예 최고위원들과 함께 하는 자리 자체를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최고위의 권위를 떨구고 무력화해 오는 29일 안철수 전 대표가 만일 '문안박 연대'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당의 모든 권력을 '문안박'으로 집중시키기 위한 사전 밑작업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직 사퇴 움직임을 보이면서, 다른 최고위원들의 동반 사퇴를 이끌어내 최고위를 해산시키고 '문안박'에 일종의 비대위급 전권을 부여하려는 흑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헌·당규에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폭거이지만 이를 현실화하려는 움직임이 실제로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음모가 소용돌이치고 있는 상황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이 사퇴하는 것은 오히려 최고위 의결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나 전권을 휘두르고자 하는 문재인 대표를 도와주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문재인 체제로는 안 된다'는 선명한 입장을 갖고 있는 새정치연합 호남 의원들이 외견상으로는 각론 불일치를 보이고 있는 것 같지만, 이는 향후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하나로 귀결될 수 있는 성격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호남 지역 의원은 "탈당을 고려하시는 분들도 문재인 체제가 무너지면 당을 뛰어나갈 일이 없고, 대통합을 외치시는 분들도 문재인 체제가 계속되면 결국 당을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분당이냐, 아니냐는 결국 문재인 대표가 하기 나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