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박원순-문재인의 '現金 정치'
      
     아르헨티나의 에바 페론은 자신의 이름을 딴 '에바 페론 재단'을 만들었다.
    국가 안의 국가라 할 만큼 재단은 '복지' 활동을 제 마음대로 벌였다.
    병원을 짓고, 직업학교를 세우고, 고아원을 세우고, 양로원을 짓고, 무료급식을 하고,
    의약품과 현금을 나누어 주었다. 돈은 어디서 나왔나?
    대기업에서 뜯어냈고, 복권을 발행해서 걷었고,
    노동조합원들에게서 3일치 임금을 떼었다.
     
     하지만 일을 과연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옳으냐는 의아심을 갖게 하는 사례가 많았다.
    우선 돈을 그런 식으로 염출하는 것부터가 무슨 합법적인 일지매(一枝梅, 소설 속 義賊)라도 된 것 같은 방식이다. 그리고 가난한집 어린이를 한 사흘 데려다 잘 먹이고 재워준 다음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는 활동 같은 것도 일종의 전시효과 이상의 것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다도 현금을 불특정 다수에게 나누어 준 사례도 있다. 
     
     그런 그녀는 대중으로부터 성녀(聖女)라는 칭송을 듣기도 했지만,
    그녀의 민낯은 해외계좌에 5억 달러를 은닉했을 만큼 탐욕스러운 선동가였다.
    그녀 방식의 '돈 뜯어 나눠주기'가 지속성을 가질 수있는 것도 아니기에,
    그녀가 세운 시설들은 결국 페허가 됐을 뿐이다.  
     
     성남 시장 이재명, 서울시장 박원순, 새정련 대표 문재인-이 세 사람이
    요즘 생돈, 날돈을 그냥 청년들에게 나누어 주겠다는 방침을 연속 발표했다.
    막노동이라도 시키면서 그런다면 혹 몰라도,
    무작정(물론 구직활동을 하는 동안이라는 조건을 단 경우도 있긴 하지만) 현금을,
    그것도 주민세금에서 뚝 떼어준다?
    아니, 늙은 납세자들에게 한 마디 물어보지도 않고
    그들이 낸 세금의 일부를 젊은 친구들에게
    그냥 공짜로 나누어 준다는 게 말이 되나?
     
     이런 논리가 아니더라도, 현금을 그냥 나누어 준다는 건
    에바 페론 식 포퓰리즘의 전형이자, 당장의 선거민심을 노린 술책에 불과하다.
    청년층의 불만이 크다는 건 물론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 중 일부가 ‘헬(지옥) 조선’이라 해서 이 나라를 저주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헬’ 즉 오늘의 한국은
    지금의 노인들이 슈샤인 보이 노릇을 하며 자라 어른이 돼 가지고 이룩한
    세계 유수의 산업-교역 국가다.
     
     늙은 세대의 이 자랑스러운 성취를 뭐, ‘헬’?
    하기야 문제가 없는 나라가 이 세상 어딘 없나?
    한국 경제만 어려운 줄 아는가 말이다.
    한국은 그래도 잘 견디어내고 있는 나라로 분류된다.
    한국이 ‘헬’이면 동남아로 이민을 가보지 그러는가, 맛이 어떤지...
    이런 친구들이 포함된 젊은이들에게 늙은이 세금을 뚝 떼어서 갖다 주고 싶은 생각이
    전혀 안 든다고 하면 ‘복지’와 ‘진보’에 역행하는 ‘반동분자’ 소리가 돌아올까?
     
     집권측은 야당의 이런 얄팍한 술책에 뒤질세라,
    행여 그 뒤를 따라갈 생각을 해선 안 된다.
    국민대중도 거기 혹하면 안 된다.
    아르헨티나의 쇠락은 ‘선동가+중우(衆愚)’의 합작품이었음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아르헨티나,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이 다 그렇게 해서 곤두박질 쳤거나 치고 있다.
    청년들에게 기회의 지평을 열어주는 데는 여러 다른, 보다 나은 대안들이 있을 수 있다.
    왜 꼭 현금을 공중 화장실 청소도 안 시키고 나누어준단 말인가?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