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방문한 MB, 반일감정 의식하다 실리 잃어… 친일파 낙인에 국익만 해쳐, 지양해야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역사교과서에 대한 담화문까지 발표하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역사교과서에 대한 담화문까지 발표하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공세가 거세다. 야당은 정권이 학생들에게 획일화된 교육을 강요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장외투쟁을 하고, 서명운동을 받았다. 심지어 국정 교과서 저지를 내년 총선 공약으로 하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역사교과서 논쟁 중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친일'논쟁이다. 우리 사회에서 '친일파'란 사실상 '매국노'와 동의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여야 모두 한 치도 물러섬 없이 대립하고 있다.

    현재 야당의 주장하는 친일파 논쟁의 칼 끝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을 겨누고 있다. 만일 새정치연합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김무성 대표의 부친을 친일파로 낙인찍는데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현재 정치판도를 뒤흔들 뿐만아니라 역사적인 정통성 부분에서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의원총회에서 "친일 근대화론이라는 괴물도 탄생하고 있다"며 "역사가 청산되지 않고 부끄러운 과거가 정의의 이름으로 청산되지 못한 나라에서 그것 때문에 또 다른 친일이 생기고 또 다른 친일의 부역들이 생겨난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문제는 새정치연합의 이같은 '친일파' 프레임은 새로운 주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05년에 이른바 '친일대첩'사건이 있었다.

    ◆ 당시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었음에도 후퇴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최소한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친일대첩'을 돌이켜보면, '친일청산'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진정성을 찾기는 어렵다.

    처음에 법안을 추진할때만해도 열린우리당은 강경했다. 당시 수적우위를 지니고 있었던 열린우리당은 친일진상규명법을 개정해 60년 동안 청산되지 않은 친일행위에 대한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친일 조사대상의 폭을 대폭 확대해 창씨개명 권유나 강요행위, 헌병은 하사관, 일본군은 장교이상을 모두 조사대상에 포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본 관동군 소위를 지냈다는 점 때문에 이 법은 박근혜 대통령을 소위 '저격'한 법안으로 불렸다.

    그러나 야당의 당초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야당의 기준에 따르면 자당의 신기남 의원과 이미경 의원 등의 부친이 친일파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는 곧바로 역풍으로 이어졌다. 신기남 의원과 이미경 의원의 부친은 일본 헌병에 복무한 사실이 드러났다. 신기남 의원은 의장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불똥은 청와대로도 번졌다.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 비서관은 증조부가 동학농민운동을 촉발한 탐관오리인 고부군수 조병갑으로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결국 열린우리당은 친일법을 부일법으로 대폭 후퇴하면서 한나라당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해야만 했다. 특히 '지위'중심이 아니라 '행위'중심으로 조사대상을 바꾸기로 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친일파 논란을 스스로 마무리 했다.

    이후 〈민족문제연구소〉등 시민단체가 발표한 친일인명사전에서도 자료부족을 근거로 신기남, 이미경, 김희선 의원 부친은 친일파로 지목되지 않았다. 논란은 있었지만 그렇게 친일파 논쟁은 종결되는 듯 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왼쪽서 두번째)이 동료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우원식 의원의 외조부는 독립운동가인 김한 선생으로 알려졌다. 신기남 의원(오른쪽)이 손을 내밀지만 머쓱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왼쪽서 두번째)이 동료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우원식 의원의 외조부는 독립운동가인 김한 선생으로 알려졌다. 신기남 의원(오른쪽)이 손을 내밀지만 머쓱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10년 뒤 다시 '친일' 논란, 野 그간의 자기반성 있나?

    그러나 10년 뒤 교육부가 역사교과서를 새로 만들겠다고 하자, 야당은 다시 친일파 논란을 촉발시켰다. '친일파 청산'이라는 목소리에 진정성이 있었다면 그간 성과를 내놓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은 고쳤는지 의문이다.

    '친일대첩' 당시인 17대 국회에서 신기남 의원은 3선 중진의원이었다. 당을 이끄는 핵심 중 한 사람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그는 10년이 지난 뒤 4선의원으로 국회의원 생활을 계속 하고 있다.

    이미경 의원은 5선 국회의원으로 한 번의 낙선 없이 승승장구 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표현을 빌리자면, 친일파의 후손들이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는 말은 이럴 때 가장 적합할 것이다.

    10년의 세월 동안 두 번의 총선이 있었다. 새정치연합은 공천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부적격자를 걸러낼 기회가 두번이나 있었다. 그러나 공천시스템이 가동됐음에도 이들은 여전히 국회에 있다. 당 내에서는 부적격자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새정치연합이 스스로 세운 기준을 자신들에게 잘 적용하고 있는지는 둘째치고, '친일파 후손'이 정치지도자로서 부적격하다고 생각하긴 하는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오히려 이번 교과서 논란에 10년전을 떠올리며 발빠르게 대응한 쪽은 당시에 국회에 없었던 재선의원이었다. 새정치연합 홍영표 의원이 할아버지의 친일행적을 먼저 고백하면서 사죄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김을동 최고위원이 발벗고 나서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19대 국회서 통과시켜 대조를 이뤘다.

    심지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부친이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총무를 지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의 공세는 더 이상 힘을 얻지 못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부친을 친일로 몰고가는 것은 제 얼굴의 침뱉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 불필요한 '친일파' 낙인이 외교갈등 불러

    그간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역대 정권에 지속적으로 씌워진 '친일파' 프레임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거쳐 박근혜 대통령까지 계속 됐다. 그러나 불필요한 외교갈등만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현행 검인정제 역사교과서에 대해 "이명박 정부 때 집필규정을 만들고, 박근혜 정부가 검인정해 합격시켜준 교과서"라고 규정했다. 역사교과서 논쟁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끌어들이겠다는 심산이다.

    특히 '정부가 친일·독재미화 교과서를 만들고 싶어한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모두 친일 행위를 위해 역사교과서를 새로 쓰고 싶어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같은 목소리는 알러지 반응만 낳았다. 대표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독도를 직접 방문해 우리의 영토임을 알리는 '반일행보'를 보였다. 역대정권 누구도 하지 않은 행동을 함으로써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가장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친일 논쟁은 사그러들지 않았고, 되려 한일관계만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반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친중반일로 요약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는 한편으로는 TPP가입 시기를 놓치는 등 실리적이지 못하다는 논란을 불러왔다. 불필요한 '친일파' 공세에 국익만 날아가는 것이다.

  • ▲ 야당은 '친일교과서'를 전면에 내세우면 정부와 여당을 친일파로 몰고 있지만, 정작 자당 내 친일파 청산에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에 직면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야당은 '친일교과서'를 전면에 내세우면 정부와 여당을 친일파로 몰고 있지만, 정작 자당 내 친일파 청산에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에 직면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친일파' 연좌제 아냐 … 이제는 과거 청산할 때

    스스로에게도 적용하지 못할 기준을 정부와 여당에 들이대는 야당의 잣대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해서 부친의 친일행위에 대해 그의 후손들이 처벌받으라고 하는것은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 자신들이 스스로 하지 않은 행동임에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은 가혹하다.

    진정한 친일파 청산은 우리가 일본과의 격차를 좁히고 더 앞서나갈 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일본을 덜 필요로 할만큼 부강해져야만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아직 우리보다 선진국이고 배울 점이 많은 나라인 일본과 우리의 국익을 위해 교류하자는 주장이 '친일'로 매도되는 분위기는 심히 우려스럽다.

    직접 친일을 했던 사람들이 이제 점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간다. 앞으로도 '친일'논쟁이 계속된다면 엉뚱하게도 남은 후손들끼리 조상의 친일 행적을 두고 싸우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공허해진 친일 논쟁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