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언행 비판 여론 봇물에도 국민정서 담지 못하는 언론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 이희호 여사와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 이희호 여사와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잘되면 내 덕, 못되면 네 탓'식의 황당한 행태를 보여 국민의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18일 동교동에서 이 여사를 만난 문 대표는 "북한에 다녀오시면서 아쉬운 점이 없으셨나"고 물었다. 이에 이 여사는 기다렸다는 듯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 대표는 "여사님이 어렵게 가신 길을 정부가 잘 활용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정부가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며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 여사가 구태여 방북(訪北)길을 고집해 정부가 허가해줬더니, 이제는 김정은을 못만나 아쉽다며 정부를 탓한 것이다. 혹여 김정은을 만나 어떤 메세지라도 받아온다면 국가를 위해 큰 일을 한 것마냥 크게 떠들었을 모양새다. 당초 야당은 남북 교착상태에 빠진 이 시점에서 이희호 여사를 활용, 6.15 공동선언 재확인 등의 카드를 꺼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생색내기'를 하려던 속셈으로 보인다. 

    이 여사는 "북측의 대접이 어땠느냐"는 문 대표의 물음에 "2000년에 갔을 때보다 더 좋게, 아주 여러 가지 맛있게 먹었다"며 "묘향산을 처음 봤는데 평양에서 1~2시간 거리에 공기도 맑고 참 좋았다"고 주장했다. 이 여사 측은 "이동할 때마다 구급차가 같이 다녔다. 외국 정상에 버금가는 특별 대우였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여사의 발언을 놓고
     자기모순 행태라는 비판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아무나 갈 수 없는 북한에 정부가 보내줬으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가져오거나, 그런 게 없더라도 국가에 감사를 표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냐는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노철래 의원은 "이 여사의 방북 요청에 정부가 허가해 줬더니, 
    이제와서 김정은을 못 만나 아쉽다고 뒷북을 치다니 이게 무슨 말이냐"고 황당해 했다.

    특히 노 의원은 문 대표와 이 여사의 대화와 관련, "북한에서 육아원과 묘향산 방문 등 엉뚱한 것만 하다와서는 북한 지뢰도발이 발생한 마당에 김정은을 못만나 아쉽다며 우리 정부 탓을 한다. 이것은 자기모순의 극치이자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전혀 얻을 수 없는 주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철래 의원은 이어 "결국 이희호 여사의 방북은 남북문제에 대한 나쁜 의미만 더 심어놓고 왔을 뿐이지 관계 개선 등의 도움이 전혀 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 역시 "이 여사는 최근 이른바 '이희호 경호법'으로 특혜 논란을 빚더니, 국민의 뜻과는 거리가 먼 방북길에 올랐다"며 "각종 논란을 빚은 이런 상황에서 정부를 탓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상에서도 이 여사와 문 대표를 향한 비판이 들끓고 있다. 당초 이 여사의 방북에 반대했던 대부분의 네티즌들이 관련 기사 댓글을 통해 "김정은을 못 만난 게 왜 우리 정부 탓이냐", "도대체 방북 목적이 무엇이고, 또 왜 돌아온 것이냐" 등의 쓴소리를 내밷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 여론이 이러함에도 이 여사의 언행을 비판하는 기사는 보이지 않는다. 언론이 국민 여론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언론인 출신의 정군기 홍익대 교수는 이희호 여사의 방북 관련 발언과 관련, "국민 정서와는 상당히 다른 주장인데, 우리나라의 정통보수 언론지라고 하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의 신문사들조차 이에 대해 아무런 비판적 논조의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상당한 실망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정 교수는 "정치 지도자에 준하는 인사가 국민 정서에 반하는 발언을 할 때는 언론이 정확하게 지적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이것을 객관적 보도로 넘어가고 있다"며
     "기성 미디어들이 그들만의 주관과 품격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김대중 추모 6주기 분위기 때문에 크게 비판하지 않은 측면이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 
    "그러나 미디어가 아무리 불편부당(不偏不黨), 균형, 중립을 중시한다고 하더라도, 언론은 국민 여론이라는 상식이 있다면 초점을 여기에 맞춰 날카롭게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