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천정배·김민석 등 DJ와 인연 깊은 신당파 다 모여… 박주선은 눈물
  • ▲ 김홍업 전 의원이 18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주기 추도식에서 유족 대표로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홍업 전 의원이 18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주기 추도식에서 유족 대표로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후광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6주기 추도식이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져, 추도객에게 물과 흙이 뿌려지고 야유와 고성이 난무했던 지난 5·23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유족 대표로 인사말에 나선 김홍업 전 의원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을 비롯한 주요 추도객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감사의 말을 전해, 제주(祭主)로서 추도객에게 면박을 주고 참석자들을 격동시켜 부친의 추도식을 스스로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던 노건호 씨에게 깊은 가르침을 줬다.

    고인의 6주기 추도식은 18일 오전 10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엄수됐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추도사에 이어 고인의 생전 모습과 육성이 담긴 영상이 5분간 상영됐고, 추모곡 '당신은 우리입니다'의 합창이 있었다.

    현충관 제1열에는 고인의 배우자인 이희호 여사와 동교동계 원로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 및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이 자리했다. 제2열에는 새정치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이 앉았으며, 그 뒷열에는 새정치연합 박원순 서울특별시장과 임채정·김원기 상임고문,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 정세균 전 대표가 자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 씨는 추도식이 시작된지 20분 정도가 경과해, 세례명 '김대중 토머스모어'에 대한 천주교의 추도제가 한창 진행되는 도중 지각 입장했다. 뒤늦게 들어온 건호 씨는 제2열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옆자리로 안내됐으며, 박지원 전 대표는 지각한 건호 씨의 손을 한 차례 잡아주었을 뿐 이후로 두 사람 사이에 대화는 없었다.

    4대 종단의 추도제가 끝난 뒤 고인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이 유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다. 그는 정의화·김무성·문재인·심상정·현기환·박원순·윤장현·노건호 등 주요 참석 추도객의 이름을 하나씩 읊으며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으로 유족 인사말을 시작했다.

  • ▲ 지난 5·23 노무현 6주기 추도식이 아수라장이 되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 씨가 18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DJ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김홍업 전 의원의 평이한 유족 인사말을 무심한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5·23 노무현 6주기 추도식이 아수라장이 되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 씨가 18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DJ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김홍업 전 의원의 평이한 유족 인사말을 무심한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어 "국내 여러 곳에서 추모 행사가 열리는 것에 감사드린다"며 "지난 6년간 한결같이 묘역을 찾아주신 권노갑 고문께도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나아가 "남북 관계에는 한 치의 변화가 없지만, 이럴 때일수록 진정성 있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며 "제2, 제3의 김대중 대통령이 속히 나와주길 기대한다"는 말로 인사말을 끝맺었다.

    추도객의 신분으로 듣고 있던 노건호 씨가 지난 5월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행한 유족 인사말과는 사뭇 대조적인 인사말을 한 것이다. 당시 건호 씨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전직 대통령이 NLL(북방한계선)을 포기했다면서 피토하듯 대화록을 읽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려운 발걸음을 했다"며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아무 말 없이 불쑥 나타나니 진정 대인배의 풍모"라고 면전에서 추도객을 비꼬았다.

    이어 "혹시 내년 총선에는 노무현 타령, 종북 타령 안 하려나 기대가 생기기도 하지만 뭐가 뭐를 끊겠나 싶다"며 "정치를 대국적으로 하라"라고 제주가 추도객을 꾸짖는 보기 드문 광경까지 연출했다.

    이 때문에 평온하게 진행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6주기 추도식은 노건호 씨의 인사말에 격동된 참석자들이 소란을 일으키며, 김무성·김한길·천정배 등 주요 참석 추도객들에게 물과 흙이 끼얹어지고 야유가 난무하는 등 아수라장이 돼 버렸었다.

    물론 어느 쪽의 유족 인사말이 사회상규와 상식에 비춰볼 때 정상적인지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는 지적이다. 지각 입장한 건호 씨는 김홍업 전 의원의 유족 인사말을 묵묵히 듣고 있다가 조용히 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날 추도식에는 새정치연합 관계자 외에도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수 있는 신당의 창당을 모색하고 있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 김민석 전 의원 등 고인과 인연이 깊은 야권 인사 다수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8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주기 추도식에 나란히 앉아 있다. 양당 대표 간에 특별한 대화는 없었다. 사진 왼쪽부터 새정치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 이해찬 전 대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8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주기 추도식에 나란히 앉아 있다. 양당 대표 간에 특별한 대화는 없었다. 사진 왼쪽부터 새정치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 이해찬 전 대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참석자 대부분이 비노(非盧·비노무현)계 인사였던 이날 추도식에서 이들은 행사 전후로 서로 반갑게 인사를 했다. 나란히 앉은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추도식 도중 간간히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거대책본부 비서실장을 지낼 정도로 고인과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으나, 지난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서 의혹 어린 경선 과정 끝에 친노(親盧·친노무현) 정태호 후보에게 밀려 낙천(落薦)한 김희철 전 의원도 이날 추도식에 참석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동교동계 인사들이 김 전 의원에게 "의원님만 생각하면 안타깝다" "나쁜 놈들 때문에… 내년 4월에는 잘 되실 것"이라고 덕담과 위로, 격려를 건네기도 했다.

    김대중정부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내, 따지고보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보다도 고인과의 인연이 깊은 박주선 의원은 이날 추도식 자리를 내내 지키면서 눈물을 보여 추도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집권여당 대표로서는 이례적으로 DJ 추도식에 참석해 내내 자리를 지켰다. 김무성 대표는 1985년 DJ가 공동의장이었던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에서 특위 부위원장을 지냈던 경력이 있어, 고인과의 인연이 작지 않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3일 열렸던 권노갑 상임고문의 자서전 '순명(順命)' 출판기념회에서도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당시)보다 앞서 축사를 한 바 있다. 당시 사회자는 "정치 관례로 보면 여당의 김무성 대표가 먼저 축사를 해야 하고, 정치 인연으로 보면 야당의 문희상 위원장이 먼저 축사를 해야겠지만, 사실 정치 인연으로 봐도 김무성 대표가 (동교동계와) 인연이 더 깊다"는 말로 상황을 정리했었다.

    반면 김무성 대표와 나란히 앉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권에 도전할 때 부산 선거대책본부장을 맡는 것으로 정치권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사실 고인과 그다지 깊은 인연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는 이날 나란히 앉았음에도 추도식 내내 이렇다할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