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도 못받는 특급 경호, 왜 이희호만? 與 노철래-김재경 등 강력 반대
  • ▲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전직 대통령과 부인에게 평생동안 대통령경호실 경호를 제공하는 이른바 '이희호 경호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보류됐다. 법사위 소속 새누리당 김진태·노철래·김재경 의원이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며 강력하게 통과 저지에 나서면서다. 

    법사위는 15일 전체회의를 열고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해 통과 여부를 논의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이 법안을 상정하며 "운영위에서 이미 합의 된 법안이라 특별한 문제 없으면..."이라며 스리슬쩍 통과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김진태 의원 등이 "공론화가 필요한 법안"이라며 반대의사를 강력하게 표명하면서, 이 법안은 법사위 전체회의에 계류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논란의 법안을 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 전해철 간사, 이춘석 의원이 법안에 찬성의 의사를, 새누리당
     김진태 노철래 김재경 의원 등이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통과 여부를 놓고 팽팽한 접전 양상을 보였다.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은 특별한 발언을 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야당의 눈치를 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일단 소신 있는 세 명의 여당 의원이 특혜법 논란을 빚고 있는 법안 통과를 가까스로 막았지만, 조만간 야당이 날치기식으로 이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새누리당 지도부 차원의 공식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희호 경호법으로 불리는 이 개정안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대표발의 한 것으로,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에 대해 대통령경호실에서 지속적으로 경호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진태 의원은 이 개정안이 안건으로 상정되자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고 "이 법안은 법안소위에 넘겨서 심도 있는 검토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김 의원은 "이 법안은 제가 잘 안다. 2년 전에도 같은 내용의 개정안 올라와서 그때도 운영위에서 상당한 공방 끝에 결국 5년 더 연장하는 것으로 여야간 절충됐던 사안"이라고 상기했다. 

    앞서 지난 2013년 운영위는 대통령 경호법을 이미 한 차례 개정한 바 있다. 당시 운영위 소속이었던 김진태 의원은 "1인 입법 논란의 이런 법안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한 사람의 편의를 위해서 법을 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하게 반대했었다. 

    2년이 지난 이날 법사위원이 된 김진태 의원은 
    "당시에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했던 의원으로서 당황스러운 점이 있다"며 이 법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왜 법안소위를 열어 심충적인 검토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우선 김진태 의원은 이런 식의 
    특정 1인을 위한 입법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법률의 보편성'과 '법률의 일반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사실상 이희호 여사를 위한 '1인 입법'으로 볼 수 있다는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김 의원은 특히 "과연 이 법안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느냐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표한다"면서 국민이 동의할 수 없는 법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
    이 법이 국회 법사위에 올라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국민들로부터 '절대 통과시키면 안 된다'는 많은 문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진태 의원은 나아가 
    이 개정안의 본래 취지와는 달리 대통령경호실의 조직이나 인력을 확대시키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통령경호실 경호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경호기간이 늘어날 경우 경호실의 조직과 인력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김 의원은 '이희호 경호법'에 대한 특혜법 논란을 지적하며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
    국회의원도 특권을 내려놓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는데, 이런 추세에도 역행하는 법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아울러 김진태 의원은 이 법안으로, 일반인과 전직 대통령의 평등권 문제 뿐만 아니라 전직 대통령 간의 '평등의 원칙' 위배 여부가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현행법에 따라 경찰청의 경호를 받았는데,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이희호 여사는 평생동안 대통령경호를 받는, 역차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은 "이 개정안은 이미 
    운영위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통과됐다"며 "김진태 의원이 제기한 특혜법이라는 주장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춘석 의원은 "이 법안은 
    일반인에 적용되는 법이 아니라 전직 대통령과 영부인에게만 적용되는 법이다"며 경찰청에서 전직 대통령 경호를 이관해 맡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는 이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이미 경찰의 경호를 받고 있어 경찰경호가 익숙하기 때문에 그렇게(대통령경호실 경호) 하지 말자는 것"
    이라며 "이희호 여사의 경우에는 고령에 해당하고 경호팀이 바뀌었을 때의 문제 등을 고려해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진태 의원은 "이 법안을 바꾼지 2년밖에 안 됐다. 이런 법안을 또 통과시키면 국민들에게 엄청 욕먹는다"며 국민의 뜻을 존중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대통령경호실 차장은 "대통령경호실은 전문기관으로 여사님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인력 시설 장비가 광범위하게 나온다. 군, 경찰, 해외 경호기관과 협력을 통해 해외 방문시 제공하는 차량 열차, 항공기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제공해 경찰보다 품격있는 경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대통령경호실에서 지속적으로 경호를 맡게 해달라는 뜻을 피력했다.

  • ▲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에 새누리당 노철래 의원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기준이 있는데, 대통령경호실에서 경호를 한다고 해서 더 품격있는 경호를 한다면, 경찰 경호는 질 낮은 경호라는 말인데,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경호실 측은 "더 중요한 것은 경호기관이 바뀜으로 인해 사생활 보호 등 여러 문제점이 대두될 수 있기 때문에 한 기관에서 지속적으로 경호할 수 있는 것을 대부분 여사님께서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철래 의원은 "
    제 생각에는 경호실에서 굳이 경호를 계속하겠다고 하는 건, '기관 이기주의'로 보여진다"며 "국회의원조차 특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국민 생각인데, 대통령 경호실이라는 특권의식을 갖고 생각하는거 같다"고 꼬집었다. 

    노 의원은 나아가 "국가서열 2위인 
    국회의장은 퇴임하고 나면 경호가 없는데, (전직 대통령과 부인은) 경찰경호가 있는데도 대통령경호를 15년에서 종신으로 하자? 이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 국민 여론을 들어보고 공론화하는 과정 필요한다고 생각한다.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법안에 대한 심층적인 검토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전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법안 찬성 입장을 밝혔던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은 통과에 반대하며 변화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관련 기사가 나간 이후 
    기자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다. 처음엔 법안에 대해 잘 몰랐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경 의원은 이어 "경찰의 경호가 있는데도 대통령경호실 경호를 15년에서 종신으로 하자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시스템을 운영하는데 있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라고 법안을 비판했다. 

    논란의 법안을 두 번이나 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간호와 경호를 구분하지 못하는 듯한 발언으로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박 의원은 "나도 많은 언론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특정인을 위한 법이 아니다'라는 말을 해주셨고, 대통령 경호실에서도 특정인을 위한 법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경찰 경호를 받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솔직히 경호실 차장께서 말씀하신대로, 연로하신 분들이 그렇게 (경호가) 바뀌었을 때 심리적 충격도 있었다. 그리고 모든 전직 대통령들에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해를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주장했다.
  • ▲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오른쪽)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한성 여당 간사와 대화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오른쪽)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한성 여당 간사와 대화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에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이 "일단 전체회의에 계류시켜 놓고 양당 원내지도부 의견을 들어보자"는 의견을 제시했고, 김진태 의원은 "법안소위로 넘겨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자"고 요구했다. 

    회의 초반 법안 통과를 시도했던 이상민 위원장은 여당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
    전체회의에 계류시킬테니 여야 간사들이 협의해보시라"고 입장을 선회했다.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았지만, 
    결국 국민정서를 고려한 김진태 노철래 의원 등의 고군분투로 이희호 경호법 통과가 일단 보류된 셈이다. 조만간 열릴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이 법안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또 한 번 격론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기사 1

    2년 전 논란 벌써 잊었나 "한 사람 편의 위해 또 법을 개정해?"

    '이희호를 위한, 박지원에 의한' 황당한 이희호法

    대통령경호실 지속 제공 논란..."국민 뜻과 동떨어진 법" 비난 불보듯

    김현중 기자 / 최종편집 2015.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