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의총 결과 들으니 집권여당이 이런 수준" 허탈감 드러내기도
  • ▲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전 대표(자료사진)는 26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전날 새누리당의 의총 결과에 대한 허탈감을 표현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전 대표(자료사진)는 26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전날 새누리당의 의총 결과에 대한 허탈감을 표현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청와대를 향해 맹공격을 퍼부으면서, 동시에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을 향해서는 설득의 언사를 날렸다.

    새누리당은 매주 수요일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정기적으로 열지만, 새정치연합이 4선 이상 중진의원을 모아놓고 연석회의 형태로 아침 회의를 진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여야의 경계를 넘어 두루 교분을 가진 다선 의원들의 힘을 빌려 현재의 정국을 '입법부와 청와대의 대결 구도'로 가져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새정치연합의 26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는 문재인 대표와 전병헌·추미애·이용득 최고위원, 그리고 이석현·정세균·이미경·원혜영·박병석·신기남·김영환·신계륜 등 4선 이상의 다선 의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청와대를 향해 날을 세우는 발언을 이어가면서도, 새누리당을 향해서는 '입법부의 자존심'을 운운하며 격동시키고, 회유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에 맞서 '여의도가 하나로 뭉치자'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이미경 의원은 "우선 이 단계에서는 국회의장이 재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우리 당은 이것을 요구하면서 새누리당을 설득하는 단계가 아니겠는가"라며 "새누리당도 자존심을 찾기 위해서는 이것을 뭉개고 갈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과정을 밟아서 다수당의 모습을 떳떳히 보여주는 게 정상적인 정치의 과정"이라고 회유했다.

    박병석 의원은 "이제 새누리당은 갈림길에 서게 됐다"며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임을 확인시켜주느냐, 입법 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고 도리를 하느냐의 갈림길"이라고 자극했다.

    특히 정세균 전 대표의 발언에서는 새누리당이 전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엄포에 수긍해 재의결을 순순히 포기한 것에 대한 허탈한 심정이 묻어나오기도 했다.

    정세균 전 대표는 "어제 새누리당 의원총회 결과를 전해듣고 아직도 우리 대한민국의 집권여당이 이런 수준인가 싶었다"며 "뭔가 정상적인 정치를 펼쳐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허탈한 심정을 밝혔다.

    이어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회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신하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에 대해 보은을 하고 신의를 지켜야 하는 그런 정치인이 아닌데, 번짓수를 잘못 짚었다"고, 새누리당 의원들을 격동시키려 시도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6일 국회 로텐다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6일 국회 로텐다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아울러 "국정을 담당하는 국회의원에게 충성을 요구하는 것은 도대체 어느 시대에 있음직한 일인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설령 그들 중에 의원이 되는 과정에서 특정 정치인의 도움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사인(私人) 간의 관계이지 공적인 책무와 관계가 없다"고,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친박 신당 창당론'에 때이른 견제구까지 던졌다.

    신기남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 상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의화 국회의장을 추어올리면서, 동시에 '여의도 대단결'을 위해 먼저 당내 단합이 선결 과제임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신기남 의원은 "다행히도 정의화 국회의장은 의회주의자"라며 "국회가 체면이 있지 않느냐, 우리 국회의 위상을 찾아야 하는데, 희망을 걸어본다"고 애드벌룬을 띄웠다.

    동시에 "지난 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최고위원들 상당수가 안 나오셨는데 빨리 좀 다 (나왔으면 좋겠다)…"라며 "원내대표도 안 나왔는데, 당대표가 원내대표·최고위원들과 협의해서 재의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꼭 좀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이종걸 원내대표는 물론 오영식·유승희 최고위원이 불참한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중 최다 득표로 선출된 주승용 최고위원은 지난달 8일 이후로 사의를 표하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고, 이를 야기한 정청래 최고위원은 6개월 당직 정지 징계에 처해져 최고위원회의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기남 의원은 "국민은 우리 당이 불안하다는 것"이라며 "요즘 같은 정국에서는 더욱 그런데, 안정되려면 리더십을 확립하는 게 시급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표는 신기남 의원을 향해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한편 문재인 대표는 이후 의원총회를 소집한 뒤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해,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논의된 기조를 이어갔다.

    문재인 대표는 "정쟁을 피하기 위해 국회의장의 중재를 받아들이는 대승적 결단을 했지만 돌아온 것은 대통령의 정쟁 선언"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배신'이니 '심판'이니 하는 온갖 거친 단어를 다 동원하며 국회를 능멸하고 모욕했으며, 할 수만 있다면 국회를 해산해버리고 싶다는 태도였다"고 비난했다.

    이어 "새누리당의 국회법 개정안 자동폐기 추진은 자신들의 결정을 스스로 뒤집는 자기배반이자, 청와대 굴복선언"이라며 "국회법을 본회의에 즉각 재의하고, 의결에 성실히 임할 것을 새누리당에 요구한다"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