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모든 아이들이 급식하는 게 무상급식"홍준표 "현장에서 진짜 문제는 밥이 아닌 공부"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8일 경남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만나 무상급식 담판에 들어가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사진공동취재단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8일 경남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만나 무상급식 담판에 들어가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사진공동취재단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만나 "무상급식에 대한 해법이 있느냐"고 따져묻자, 홍 지사는 "문 대표가 대안을 가져오라"고 대응하며 각을 세웠다.

    문재인 대표는 18일 경남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홍준표 지사에게 "무상급식 문제는 가타부타 논쟁할 게 아니다"며 "아직도 해법이 남아 있느냐, 중재할 여지가 없는지 알아보려고 왔다"고 강한 어조로 방문의도를 밝혔다.

    이에 홍준표 지사는 "지금 언론이 무상급식이 중단됐다고 보도하는데 중단된 게 아니다"라며 "보편적 복지에서 선별적 복지로 전환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08년부터 국가에서 차상위계층 130%까지 교육청을 통해서 (급식비를) 지급하고 있다"며 "경남에서는 6만6000명이 무상급식을 국비로 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나머지 계층에 대해 무상으로 할 것이냐 선별로 할 것이냐다"라며 논란의 쟁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올해 예산은 지난해 12월 5일 도의회에서 확정됐다"며 "우리 도는 확정된 예산 안에서 '서민자녀 교육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예산 책정의 근거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부유층(52만 원)과 저소득층(6만2000원)의 교육비 지출이 8배 차이가 난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지사는 "초등학교 시절 출발 단계부터 교육 격차가 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공부가 밥보다 중요하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홍 지사는 "지난해 1월부터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밥 안 먹어도 좋으니 학원 다닐 수 있게, 교육 받을 수 있게 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많이 받았다"며 복지 혜택의 우선순위인 저소득층의 고충을 전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표는 "선별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급식하는 걸 무상급식이라고 한다"며 "그것이 의무 교육이고, 다른 지역에선 다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도지사의 소신을 듣고자 온 게 아닌 만큼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경남 아이들만 (혜택을) 받지 못하면 부당한 일"이라며 "교육지원을 주장하고 있지만 문제의 발단은 교육청 감사 문제에서 시작된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지금이라도 해법이 있다면 대화할 것이고 없다면 돌아가겠다"며 자리를 일어날 듯한 몸짓을 취하기도 했다.

    이에 표정이 굳은 홍 지사는 "보편적이냐 선택적이냐의 복지문제로 촉발된 것이지 감사 문제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도 "(교육청이) 4년간 40억을 가져갔는데 적절히 집행하는지 감사를 받아야 할 것 아닌가"라며 "어디에 쓰던지 관여하지 말라는 교육청의 태도로 문제가 커진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2014년 11월 3일 홍준표 지사가 "오는 2015년부터 무상급식을 (경상남도청의) 예산에 책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대한 충돌이다.

    앞서 10월 중순께 홍 지사는 경상남도교육청과 의견 마찰을 빚었다. 경남도가 초·중·고 90곳을 대상으로 2012~13년 무상급식 지원금 사용실태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에 경남도교육청은 "경남도와 경남도교육청은 대등하면서 독립된 두 지방정부"라며 감사를 거부한 바 있다. 홍 지사는 "감사 없는 예산은 없다"며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당시 경남도내 11개 시·군이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했으며, 현재는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이 경남도내 18개 시·군으로 확산된 상황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8일 경남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만나 무상급식과 관련한 설전을 벌인 가운데, 홍 지사가 문 대표의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뉴데일리/사진공동취재단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8일 경남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만나 무상급식과 관련한 설전을 벌인 가운데, 홍 지사가 문 대표의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뉴데일리/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표는 "교육감도 공동 감사 형태로는 감사를 받겠다는 제안과 경남도 예산으로 가난한 (저소득층) 급식을 하고 기초 시·군과 도교육청의 예산으로는 다른 (전체) 아이들에게 급식하자는 제안을 했다"며 "교육감이 만나서 방안을 논의하자는 요청에는 왜 응하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홍준표 지사는 "그 주장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예산에 대해 정리가 안 된 소리"라고 일축했다.

    문 대표가 "그런 말씀들을 각자 언론에서 하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만나서 하라"고 종용하자 홍 지사는 "예산 확정 전에 했어야지 집행하는 단계에서 합의하자는 건 맞지 않다"며 보편적 무상급식 중단이 4월에 계획된 상황에서 시기를 놓쳤다는 듯 대응했다.

    홍 지사가 입장을 고수하자 문 대표는 "우리도 어릴 적 강냉이죽 급식을 먹고 물로 배를 채우던 때가 있었다"며 회유했다. 그러자 홍 지사는 "우리 또래가 그 어려움의 마지막 세대이며 당시 대부분이 그렇게 살았다"며 현 세대와의 비교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계속 감정적으로 접근하시는데 그래선 안 된다"고 지적하며 "실제 교육현장을 가보면 밥보다 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가 급식 문제에 매몰됐다"고도 했다. 야당과 좌파 교육감이 무상급식에 비해 비교적 교육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이에 문재인 대표는 북유럽의 사회복지 제도를 거론하며 교육 차원을 넘어 복지 정책으로 논쟁을 확대시켰다. 문 대표는 "논쟁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홍 지사는 무상급식 하기엔 국가재정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스웨덴 같은 나라들은 1930년대부터 (무상급식을) 시작했다"고 실례를 들었다.

    그는 "당시 스웨덴은 현재의 우리보다 가난했다"며 "예산 책정은 의지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학교는 밥 먹으러 오는 곳이 아니라는 것도 잘못됐다"며 "영국에선 무상급식 시행 후 교육적 효과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석 오륙조의 이득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문 대표가 주장한 무상급식의 효과는 △아이들이 식사시간에 서로 소통함으로써 왕따 문제 해결 △균형잡힌 식사를 제공받아 편식이 사라짐 △유기농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으며 농민들에게도 도움 등이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예산이 확정됐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면 돌아가겠다"고 강수를 뒀다.

    문 대표를 주시하던 홍 지사는 "북유럽의 사회보장체제는 사회주의식 체제"라며 문 대표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소련이 북유럽을 점령한 시대에 국가의 공산주의화를 막기 위해서 사회보장체제를 그렇게 바꿨던 것"이라며 북유럽이 복지를 강화한 원인을 설명했다.

    문 대표의 해외 사례를 반박한 홍 지사는 다른 해외 사례를 들며 자신의 정책을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무상급식 대상이 48%이며 할인급식체제와 유상급식체제로 나눠져 있다"고 했다. 또 "일본은 1.7%만 무상급식을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프랑스(30%), 영국(22%) 등이 있다.

    홍준표 지사는 무상급식이 의무교육에 포함된다는 문재인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의 2012년 판례에 '급식은 의무교육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나온다"며 "의무급식이라고 선동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문 대표는 "의무교육의 범위는 나라 형편에 따라 넓어지는 것"이라며 논쟁을 이어갔다.

    문 대표가 "경남 아이들만 제외되면 안 된다"는 말을 되풀이하자 홍 지사는 즉각 "그러면 경남사람들에게 대안을 가져왔어야지 그냥 왔느냐"며 "나도 재정이 허락되면 5000만 국민에게 무상급식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무상급식은) 좌파·우파의 문제가 아닌 정책의 우선순위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표는 홍준표 지사의 강경한 입장에 논쟁을 포기한 듯 "네, 가십시다"라며 자리를 일어났다. 이에 홍준표 지사는 다시 한 번 "대안을 가져오라, 수용할지 검토하겠다"고 대응했다.

    문 대표는 개진한 의견이 먹혀들지 않자 집무실을 나서면서도 "교육감과 만나서 얘기해보라"며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