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여론' 밀려 이완구 총리 받아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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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동작소방서를 방문해 옷을 입어 보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동작소방서를 방문해 옷을 입어 보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16일 오전까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표결 참여를 결정하지 못했다. 당내 강경파는 국회 본회의 보이콧 주장을 내놓는 반면 상당수 의원들은 본회의 참석을 외쳤다.

    원내지도부가 중심이 돼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여론을 살피는 동안 문 대표는 대한노인중앙회를 예방하는 등 외부 일정을 잡아 총리 인준과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취했다.

    문 대표가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사이, 새정치연합은 우윤근 원내대표가 중심이 돼 본회의에 참석키로 당론을 정했다.

    문재인 대표와 새정치연합이 이완구 후보자를 박근혜정부 두번째 총리로 받아들인 셈이다. 야당이 끝까지 반대, 여당 단독으로 임명안이 통과됐을 경우, 정국 냉각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문 대표가 표결을 용인한 데는 '충청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야당이 끝까지 거부했을 경우,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이 지역공세를 펼치는 상황에 말려들어 충청 민심이 대거 이탈할 공산이 컸다.

    문재인 대표는 유독 이완구 후보자의 '충청 민심'에 취약했다. 당권을 넘어 대권을 바라보는 문 대표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은 번번이 계속됐다.

    호남 총리 발언부터 국민 여론조사 제안까지 번번이 충청 여론을 들끓게 했다. 새누리당은 물론 야당 내부에서도 대의민주주의와는 동떨어진 제안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여론조사 발언 직후에는 이완구 총리의 정치적 기반인 충청권 민심은 빠르게 돌아섰다.

    청문회 직후만 해도 충청권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과 적격 의견이 균형을 이뤘으나 문 대표의 여론조사 제안이 알려진 뒤에는 찬성 여론이 60%를 넘어섰다.

    16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충청에서 문 대표 지지율은 11일 35.8%를 기록한 이후 12일 28.7%, 13일 19.6%로 급락했다. 이틀 동안 무려 16.2%포인트나 떨어져 나갔다. 

    반면 이완구 총리는 11일만 해도 반대가 57.4%, 찬성이 33.2%로, 반대가 24.2%포인트 높았으나, 13일에는 찬성이 65.2%, 반대가 29.2%를 기록, 판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결과적으로 인준안은 통과됐지만 반대 및 무효표가 총 133표로 본회의에 참석한 새정치연합 의원 숫자(124명)보다 많았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우리가 예전처럼 장외투쟁이나 국회일정 보이콧 같은 발목잡기를 하지 않고 단결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말이 나왔다.

     

  • ▲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7일 귀성객들에게 손인사를 건네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7일 귀성객들에게 손인사를 건네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문재인 대표는 이날 본회의 표결을 끝낸 뒤엔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만찬 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6·4 지방선거를 앞둔 4월, 안 전 대표가 문 대표에게 공동선대위원장직을 부탁하기 위해 만난 지 10개월 여만이다. 이날 만남도 문 대표가 안 전 대표 측에 요청해 성사됐다고 한다.

    문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을 혁신하는 것과 유능한 경제정당, 민생정당으로 만드는 일, 거기에 안 대표께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주셔야 해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제가 대표 시절에 정리했던 여러 가지 당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생각을 말씀드렸다"고 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단일화를 이뤘던 두 사람은 대선 이후 데면데면한 관계를 지속해 왔다. 문 대표는 지난달 한 TV토론에서 "안 의원과 소주 한잔 하고 싶다"고 했는데 안 전 대표가 "제가 술을 못 마신다고 여러 번 말씀 드렸는데 잊어버리신 모양"이라고 응수했다.

    이에 두 사람 사이에 불편함이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문재인 대표는 '강경노선'을 버리고 외연 넓히기에 한창이다.

    당 대표가 된 뒤 첫 일정으로 간 현충원에서 이승만-박정희 묘역에 참배한 것에 이어 당권 경쟁자였던 박지원 의원과도 회동했다. 지난 13일에는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를 만났다.

    당 대표가 된 뒤 첫 경제단체를 찾은 게 대한상공회의소였다는 점에서 향후 야당의 중산층 잡기 공략을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문재인 대표는 취임 이후 대표실 배경막의 문구를 '민생제일 경제정당'으로 바꿨다. 문희상 비대위원장 시절에는 '새로운 시작 더 큰 혁신'이었다. 경제와 민생으로 정부-여당과 승부를 벌이겠다는 의지가 묻어난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문 대표는 여야 차기 주자 중 25.2%를 기록, 6주째 1위를 지켰다. 전주보다 6.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12.9%),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11.6%),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공동대표(7.3%),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6.4%)가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