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DJ 묘역만 참배한 것은 3년상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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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새정치민주연합의 신임 당 대표로 문재인 의원이 당선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의 신임 당 대표로 문재인 의원이 당선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신임 당 대표로 문재인 의원이 8일 당선됐다.

    문재인 신임 당 대표의 첫 공식일정은 국립현충원 참배이다. 정치권은 관례적으로 새 지도부가 들어섰을 때, 새해를 맞았을 때 전직 대통령의 묘소를 찾아왔다.

    문 대표는 지난 2012년 9월 민주당 대선 후보 첫 공식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그러나 참배는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에서만 이뤄졌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는 거부했다.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월 새해 첫날, 문재인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와 현충원을 참배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만 들렀다.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서 불과 350m 떨어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은 찾지 않았다.

    문재인 신임 대표는 이날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내일 현충원 참배에서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겠다"고 밝혔다.

    문 신임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산업화의 공이 있고, 이승만 대통령은 건국의 공로가 있다. 그분들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임 대통령으로 함께 모시고 함께 기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쪽 참배' 논란을 빚어온 DJ 묘역만 참배한 것과 관련해 "김대중 대통령 묘역을 특별히 더해서 참배한 것은 서거하신 지 얼마 안되어서 3년상을 모신다는 그런 마음, 자세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박정희 이승만 묘소 참배 여부를 놓고 국민들이 서로 갈등하고 그것으로 국론이 나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내일 참배로서 그런 분열과 갈등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 문재인 "참배 이벤트, 화해 통합 안된다"

    문재인 신임 대표는 역대 대통령 묘역 참배에 대해 '협소'한 인식을 가져 왔다.
    문 신임 대표는 지난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참배 이벤트 갖고 우리 (사회의) 화해나 통합이 이뤄진다면 백 번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에 대해 예를 갖추는 정치권의 관례를 '이벤트'로 표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조한 동서화합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자세로 보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동서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내가 못한 것을 박 대표가 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도 당시 그때의 만남 여러차례 언급하며 "국민대통합으로 아픔을 치유하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강조해 왔다.

     

  • ▲ 새정치민주연합의 신임 당 대표로 문재인 의원이 당선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의 신임 당 대표로 문재인 의원이 당선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금껏 새정치연합의 지도부에게 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는 암묵적으로 금기시 돼왔다. 
    자칫 당내 잠재된 이념 논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해 무소속 신분이던 안철수 전 대표가 새해 첫날 김대중 전 대통령 외의 이승만·박정희 두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가 진보 진영의 막강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후, 당 정강정책을 만들 때도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 삭제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것도 이러한 논쟁의 연장선이다. 

     문재인 신임 대표가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현충원 참배' 제안을 수용한 것은 당장 '내우외환'의 시선을 과거와의 화해로 돌리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전대가 유례없이 난타전으로 펼쳐지면서 "누가 당선돼도 걱정이다", "이러다 당이 두동강 나겠다"는 지적이 쏟아져왔다.

    선거 막바지에 불거진 룰 파동은 '경선 불복 사태'에 대한 우려를 내기 충분했다. 또 경선룰 유권해석은 무효표 가처분 신청까지 이르는 등 전대 갈등이 송사로 번지는 지저분한 싸움이 계속됐다.

    문재인호의 안착은 '내부 결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신임 대표는 "이번에 당 대표가 안 되어도, 당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도, 총선을 승리로 이끌지 못해도 그 다음 제 역할은 없다. 세 번의 죽을 고비가 제 앞에 있다"고 밝혀왔다.

    당장 4.29 재보선부터 쉽지 않다. 야권 분열이 눈 앞에 가까이 왔다. 재보선을 앞두고 국민모임은 신당 논의을 물밑에서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문재인호의 출격을 그의 표현대로 '참배 이벤트'로 열면서 잠시 숨을 고른 상태지만 내부갈등을 신속하게 봉합하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은 고사하고 당을 살리는 일부터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 ▲ 새정치민주연합의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새 지도부의 첫 일정 현충원 참배에 모두 참여하자"고 호소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의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새 지도부의 첫 일정 현충원 참배에 모두 참여하자"고 호소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통진당 해산…'폐족' 벗은 친노 

    문재인 신임 대표의 등극은 친노의 부활을 뜻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친노의 수장이었던 문재인 의원이 압도적인 지지로 당 대표에 오른 것은 통합진보당의 해산이 적잖은 영향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선거 때마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친노계열 인사들은 통합진보당과의 선거 연대를 이끌어 왔다. 때문에 통합진보당의 종북 논란은 친노 세력에게도 '악재'로 작용했다.

    문재인 신임 대표는 지난해말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발표 당시 "헌재 결정으로 통진당만 없어진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도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그는 "정당은 국민으로부터 존재가치를 심판받는 것이 원칙"이라며 "우리가 민주주의를 하는 이유는 다름을 포용하는 유일한 제도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문 신임 대표는 당시, 거듭 박근혜정부와 사법부를 향해 날을 세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통합진보당이 존재했다면 문재인의 당선은 어려웠을 것이란 비판이 뒤따른다. 손 잡을 종북세력이 사라졌기 때문에 그를 향한 종북 논란도 한풀 꺾였다는 의미이다.

    사진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