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한국서 구글플레이-검색으로 연간 4,000억원 벌어들여구글 서버, 아일랜드에 위치..국내 '고정사업장' 없어 과세 불가?


  •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익을 벌어 들이는 글로벌 기업들은 과연 어느 나라에 세금을 납부할까? 현존하는 상당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국가가 아닌 지역별로 실적 발표를 하는 경우가 많다. 국경을 초월해 벌이는 사업 특성상 소득 원천지국(源泉地國)을 가리기 애매한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 특히 검색 광고료를 주 수입원으로 삼는 구글은 전 세계에서 접속하는 독자들이 고객인 까닭에 특정 국가에서 얼마만큼의 소득을 올렸는지 구분 짓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특정 기업들이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로 기업 본부를 옮겨 사실상 조세 회피를 하는 관행도 세금 부과의 걸림이 되고 있다. 영국의 한 시민 단체는 구글을 위시한 글로벌 기업들에게 국가별 매출 집계를 공개, 법인세를 부과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구글 등 다국적 기업들은 경제활동과 과세의 범주를 특정 국가로 한정짓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조세피난처를 이용, 세금 회피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구글은 "부도덕한 탈세를 저질렀다"는 영국 하원 의원들의 질타에 "(자신들은)영국이 아닌 아일랜드 법인에서 수익을 올렸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누가봐도 영국 내에서 판매 활동을 벌인 정황이 명백했지만, 법인의 소재지가 타국에 있으므로 영국에 막대한 세금을 낼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 ▲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   ⓒ 연합뉴스
    ▲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 ⓒ 연합뉴스



    ◆ 글로벌 기업, '더블 아일리시' 편법..조세 회피


    이렇듯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소득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등지에 법인을 설립, 조세를 회피하는 수법을 '더블 아일리시(Double Irish)'라 부른다.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OECD 회원국 중 법인세율(12.5%)이 가장 낮은 아일랜드에 기업 본부나 지사 형식으로 총괄 법인을 세운 뒤 여러 나라에서 발생한 수익을 아일랜드에 송금한다. 명분은 지적재산권이나 로열티 등을 지급한다는 식이다. 이때 아일랜드에 송금된 수익은 다시 한 번 법인의 근거지로 등록된 조세피난처(tax haven)로 옮겨진다. 이중으로 자금을 주고 받으면서 글로벌 기업의 법인세 납부액을 바닥까지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이같은 황당한 '역외탈세'가 가능하게 된 것은 아일랜드가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자국(아일랜드)에 법인을 설립한 기업이 세법상 거주지를 또 다른 저(低)세율 지역(조세피난처)에도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더블 아일리시'가 국가보조금 규제 규정을 위반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아일랜드는 지난해 "'더블 아일리시'를 금지한다"는 공식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이미 아일랜드에 법인을 등록한 기업들은 오는 2020년까지 종전과 동일한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 ▲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   ⓒ 연합뉴스



    ◆ 매출은 560억 파운드, 법인세는 2억 파운드 납부

    글로벌 기업들의 역외탈세 편법에 대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국가는 영국이다. 영국 정부는 오는 4월부터 구글 같은 다국적 기업이 자국에서 발생한 이익을 타국으로 이전할 경우, 이전액의 25%에 해당하는 법인세를 부과하는 '구글세'를 도입할 예정이다.

    영국이 '구글 견제'를 천명하고 나선 이유는 지난해 구글이 영국에 납부한 법인세 부과액에서 찾아볼 수 있다. 560억 파운드의 매출고를 올린 기업이 2억 파운드에 불과한 법인세를 내고도 '합법적'이라고 우기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영국 외 다른 나라들은 구글과 직접 맞부딪히는 대신, OECD가 다국적 기업의 무과세 또는 과소과세 혜택을 방지하기 위해 추진 중인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프로젝트에 편승, 분위기를 살피는 모양새다. 현지에선 구글, 애플 등 미국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과점 현상'을 저지하기 위해 영국 등 유럽에서 뒤늦게 조세 문제를 들고 나왔다는 시각도 있다.

    국제적으로 대두된 다국적 기업들의 법인세 회피 논란은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구글이 한국에서 벌어가는 수익은 연간 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세분화하면 구글코리아가 검색 광고 시장에서 약 1천억원대의 수익을 끌어 모으고, 구글 플레이는 매년 2천억원대의 수익을 기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도 한국에서 200억원대의 매출고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이 우리나라에 납부하는 법인세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또 제대로 과세가 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첫째 구글코리아는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로 (외국인투자기업)등록을 해 공시 의무와 외부 감사 대상에서 제외되며, 둘째 구글코리아 등 인터넷기업의 서비스는 세법상 고정사업장이 없어, 소득이 발생한 원천지국에선 과세를 못하는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 ▲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   ⓒ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 ⓒ 이종현 기자



    ◆ 홍지만 의원, 국내 최초 '구글세' 발의

    배경을 좀 설명드리면 외국 법인의 경우 국내 원천 소득에 대해 법인세 부과가 가능하지만 조약에 의한 '제한'이 있습니다. 한미조세조약 등 대부분의 조약이 '고정사업장'의 존재 등을 조건으로 원천지국 과세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에선 '서버 소재지'를 고정사업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 그런데 구글 서버는 아일랜드에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우리나라에선 과세를 할 수 없는 구조가 돼 버린 거죠.


    국내 최초로 '구글세'를 발의한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은 "구글처럼 서버가 해외에 있는 사업자의 경우, 소득세나 법인세를 과세할 근거가 현행법엔 없다"며 "이들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져간 수익을 외국 법인의 국내 원천 소득으로 간주하고 과세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확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행법은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하기 이전에 생긴 오래된 과세 방식이 적용되고 있어요. 이를 테면 자동차 공장이 우리나라에 있어야 그것을 근거로 법인세를 매기는 구조입니다. 정보통신 서비스를 용역 제공으로 볼 경우, 서버가 해외에 있는 구글은 고정사업장이 국내에 없는 셈입니다.


    이에 홍 의원은 글로벌 원격 서비스가 일상화된 현실을 감안, 정보통신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기로 했다. 장소의 지배를 받는 종전 원천 소득의 산정 방식에서 탈피하자는 것.

    우리나라는 디지털 재화에 대한 법 체계가 없는 상황입니다. 국내에서 구글 앱스토어를 통해 어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았을 때 국내에서 거둬들이는 세금은 0원입니다. 그런데 정보통신 서비스를 컴퓨터프로그램을 통한 '디지털 재화'로 정의하면 이를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에 대한 사용으로 간주, '사용료 소득'을 매길 수가 있습니다.

  • ▲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   ⓒ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 ⓒ 이종현 기자


    ◆ "정보통신 서비스, '디지털 재화'로 간주해야"

    홍 의원은 "조세 조약 개정 등을 통해 사업장의 개념을 개정하는 게 최선책이겠지만 이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결국 정보통신 서비스를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에 대한 사용으로 간주하는 법인세법(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법상으로도 새로 체결해야 할 부분이 있고, 어쨌든 조세 조약을 개정하려면 엄청난 인내가 필요할 겁니다. 조세조약이 각 나라마다 체결돼 있는데 개정을 하려면 각 나라마다 따로 체결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죠. 영국 의회에서도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 회피 문제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산업연맹 같은 곳에서 반대 움직임을 보인 바 있습니다.


    홍 의원은 "구글 등 외국인투자기업에게 한국 시장은 천국이나 다름없다"며 "이들 기업에 대한 조세감면액이 5,000억원 이상에 달하고 있지만 정확하게 매출·소득을 신고하고 있는지, 과세 자료가 합법적으로 공개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외국인투자기업은 총 1만 4,764개로 매출 규모가 471조원에 달합니다. 이들 기업은 현재 5,000억원 이상의 세금 혜택을 보고 있지만, 아직도 외국인투자기업의 60% 이상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부 지원이 '조세 감면'이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기업의 매출이 제대로 신고되고 있는지 여부는 과세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파악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부분 '유한회사'라 그렇습니다. 의무가 아니라 협조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죠.


    홍 의원은 "구글 등의 다국적 기업이 비단 외국에서만 조세회피를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감면을 해주려면 먼저 세액부터 확정해야 할 텐데 유한회사로 등록한 외국인투자기업이 과연 제대로 신고하고 있는지는 심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자세히 살펴보니 외국인투자기업은 외부 감사도 안 받고 특혜가 한 둘이 아니더라고요. 다른 기업들은 돈 낼거 다 내고 하는데, 국제적인 기업들이 서버가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세금도 안내고 자기 이득 볼 것은 다 챙긴 뒤 조세감면까지 받겠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죠.

  • ▲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   ⓒ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 ⓒ 이종현 기자


    ◆ 구글, 애플, 버거킹, 스타벅스가 모두 유한회사?

    홍 의원은 "최근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변경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고 있는데 ▲외투 기업 중 유한회사가 몇 %인지, 주식회사와 분류한 자료도 없고 ▲공시나 감사 의무에서 벗어아기 위해 유한회사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특별한 제한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업을 하고 있을 때 거둬들일 수 있는 세수와 그 세수가 국가경제 발전 및 복지국가 건설에 기여할 수 있는 것들과 비교해 보면 명백한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홍 의원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이 외부감사의 대상을 유한회사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외부감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며 "차후 법인세, 소득세 개정안 등이 통과된다면 인터넷 기업들의 세원이 정확히 파악되는 효과와 더불어 적절한 사후 관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규제를 하라는 얘기가 아니고 지원의 이면에는 적절한 사후 관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외투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 고용 창출이나 국내 산업에 기여하는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홍 의원은 "법인세 개정안 건을 다루는 토론회를 2월말부터 개최하고 기재위, 조세소위 의원들을 직접 만나 제안 설명을 할 예정"이라며 "현실에 맞지 않는 법을 조속히 바로 잡아, 외국계 기업이 더욱더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   ⓒ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 ⓒ 이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