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정치공세로 번진 의혹보도, 정부 3년차 출범에 영향 미칠수도
  • ▲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가운데 정윤회씨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할지 주목된다. ⓒYTN 보도 캡처
    ▲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가운데 정윤회씨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할지 주목된다. ⓒYTN 보도 캡처

    청와대발(發) ‘정윤회-십상시’ 문건이 언론에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1일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정윤회: 지난 1970년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고(故) 최태민 목사의 다섯째 사위(올 5월 부인 최순실씨와 이혼). 1998년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했을 때부터 약 10여년 간 비서실장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

    십상시: 2012년 대선을 전후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라인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친박(親朴) 인사들. 찌라시(증권가 전단지)에서 주로 거론됨. 하지만 명단이 수시로 바뀌고 있어 10명을 명확히 규정하기 힘듬.  

    논란은 24일자 세계일보의 ‘靑 정윤회 감찰 돌연 중단 의혹’ 보도에서 시작됐다.


    √. 정윤회 감찰 → 비선실세 의혹 → 청와대 부인

    세계일보는 당시 사정당국을 인용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지난 1월초 정윤회(59)씨가 정부 고위공직자 인사에 개입한다는 첩보를 입수, 즉각 감찰에 착수했으나 이 감찰을 진행한 경찰청 출신 A경정이 2월 중순 경찰로 복귀하면서 사실상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청와대는 설명자료를 통해 “세계일보의 기사는 사실이 아니며, 민정수석실에서는 정윤회씨에 대해 감찰을 실시한 바 없다”고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그러자 세계일보는 28일 다시 보도를 내고 “입수한 청와대 내부 문건에 따르면,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올 1월 6일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동향 감찰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국정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VIP는 대통령을 의미한다.

    보도에는 “감찰 조사에서 정윤회씨는 [비선 실세]로 불리는 청와대 내부 인사 6명,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외부 인사 4명과 매달 두 차례 정도 서울 강남권 중식당과 일식집 등에서 만나 청와대 내부 동향과 현 정부동향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윤회씨는 김기춘 실장의 사퇴 시점을 올 초중반으로 예상했으며, 청와대 인사들이 정보지 관계자들을 만나 사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정보를 유포할 것을 지시했다”는 기록이 담겨 있었다.

    “보고서는 이들(비선 실세)을 중국 후한 말 환관에 빗대 [십상시](十常侍)로 지칭하고 실명으로 언급했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포함됐다.

    세계일보 측이 정윤회씨를 둘러싼 의혹을 쏟아내자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에서 (해당) 문건을 작성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윤회씨에 대한 공식 감찰보고서가 아니라 시중의 풍문을 모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올해 초 풍문이 떠돌 무렵 김기춘 비서실장 역시 구두로 보고를 받았고, 확인 결과 근거없는 통설을 모은 찌라시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청와대는 문제의 보도를 낸 세계일보와 문건을 작성한 행정관을 고소하겠다며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내에선 관련 의혹을 토대로 한 <비선조직설 및 권력 암투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가운데 정윤회씨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할지 주목된다. ⓒYTN 보도 캡처


    √. 문제의 문건을 작성한 행정관은 누구?

    정윤회씨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지목된 이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박모(48) 경정이다.

    그는 지난해 4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파견됐다가 올해 3월 경찰로 원대복귀해 현재 서울의 모 경찰서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박 경정은 경찰 원대복귀를 앞두고 다량의 감찰 문건 등을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의 한 사무실로 옮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경정이 임의로 청와대 문건을 외부로 반출했고, 그 서류에 담긴 내용들이 바깥으로 돌면서 청와대 비선 실세의 존재와 관련한 논란이 불거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박 경정은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내가 청와대 문건들을 통째로 유출했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박 경정은 다른 문건 유출자가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할 수 없다. 다른 것은 묻지 말아 달라”고 말을 아꼈다. “보도가 나온 경위는 나와는 관련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한 것이다.

    박 경정은 세계일보 보도가 나기 하루 전인 27일부터 28일까지 정기 휴가를 냈다. 휴가계는 지난 25일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 野 “십상시 국정 농단” vs 與 “검찰수사로 밝혀질 것”

    ‘정윤희 의혹’이 연말정국을 강타하자 새정치민주연합은 마치 먹이감을 포착한 듯 총공세에 돌입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야당의 정치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다.

    내년도 예산안을 좌지우지하는 민감한 시기인 만큼 여야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최전방에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30일 국회 브리핑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부터 풍문과 설로만 떠돌던 정윤회씨를 비롯한 비선 실세들의 국정개입 의혹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정애 대변인은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내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문제를 언급조차 회피하고 외면한다면 비선라인, 즉 숨은 실세가 존재하며 그 중심에 정윤회 씨가 있고, 정씨가 국정에 개입하고 있었다는 의혹을 확인해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어 “새정치민주연합은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을 통해 국회 운영위 등 상임위 차원의 진상조사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떻게든 이번 의혹을 공론화해 박근혜 정부에 흠집을 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김현숙 원내대변인 이에 대해 “야당의 낡은 공세야말로 국정을 농단하는 질 나쁜 정치공세임을 바로알기 바란다”고 정면으로 맞받았다.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공당으로서의 책무를 잊은 채 확인되지 않는 속설을 갖고 운영위 개최를 요구하고 진상조사단을 구성한 것은 이를 한낱 정쟁의 도구로 삼겠다는 속셈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장우 원내대변인도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문건 하나만을 갖고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차원의 진상조사를 주장하는 것은 어떻게든 국정을 흔들어 보려는 불온한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 ▲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는 박근혜 대통령. ⓒ뉴데일리 DB(청와대 제공)
    ▲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는 박근혜 대통령. ⓒ뉴데일리 DB(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 검찰에 공 넘겼지만...

    민감한 시기에 벌어진 이번 내부문건 유출 사태가 국정운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박 대통령이 논란을 서둘러 진화할 수 있을지 여부를 놓고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비선조직설과 권력암투설>을 놓고 야권이 정치공세를 강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내에서는 항간에 돌고 있는 설(說)들을 하루빨리 차단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레임덕’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 실세들이 줄줄이 얽힌 문제다. 문제를 조기 수습 못할 경우, 박근혜 정부 3년차 출범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해당 문제를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가 해당 문건을 내부 문건이라고 인정한 만큼, 공직기강과 기밀관리에 허술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