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준비위도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 입장 못 정하고 애매한 태도
  • ▲ 당권~대권 분리론을 주장하고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오른쪽).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당권~대권 분리론을 주장하고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오른쪽).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내년 2월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둔 새정치민주연합이 벌써부터 극심한 혼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당대회와 관련한 제반 사항을 논의할 기구인 전대 준비위원회가 구성됐음에도, 저마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어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노(非盧) 측은 친노(親盧) 문재인 비상대책위원에 대한 견제구로 활용하던 '대표~최고위원 통합 경선론' 카드를 접고, '당권~대권 분리론'을 새로운 견제구로 꺼내든 양상이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은 12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새정치민주연합은 두 번의 대통령 선거에 실패해 10년째 야당을 하고 있다"며 "차기에는 반드시 집권을 해야 되는데, 당권과 대권의 분리가 승리에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대표도 가장 높은 차기 대권후보의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약 4개월의 대표를 하면서 오늘 지금 현재 어떻게 돼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7·30 재·보궐선거의 참패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에서 물러나고, 대권후보 지지도도 5위권 밖으로 밀려난 안철수 전 대표의 사례를 거론했다. 이는 대권 주자로서 차기 당권을 노리는 문재인 비상대책위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전당대회에 출마해봤자 좋을 것 없다'는 경고성 발언인 셈이다.

    아울러 "(손학규 고문과) 안부 정도의 전화는 하고 있다"며 "손학규 전 대표는 수도권을 대표하는 훌륭한 대통령 후보감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정치권으로 돌아와 정권 교체에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7·30 수원정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고문까지 끌어들이면서 범비노(汎非盧) 연합전선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려는 뜻으로 읽힌다.

  • ▲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 준비위원회가 12일 오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김성곤 전대준비위원장이 개의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 준비위원회가 12일 오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김성곤 전대준비위원장이 개의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으로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김영환 의원도 이를 거들고 나섰다.

    김영환 의원은 PBC라디오에 출연해 "문재인 후보가 당권에 도전하겠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느냐"면서도 "(문재인 위원이) 그동안에는 계파를 없다고 했다가, 계파 해체를 선언하시겠다고 그렇게 말씀을 하고 있다"고 친노 세력의 행보를 꼬집었다.

    이어 "(문재인 위원이) 계파가 없다고 선언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전당대회를 통해서 계파정치가 노골화되면, 국민들한테 절망을 안겨주는 야당이 되고 총선·대선을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고 단언했다.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이러한 우려에 대해 친노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문재인 위원의 대변인 격인 윤호중 의원은 KBS라디오에 출연해 "(전당대회 출마에)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의 이야기는 민주주의 기본원칙에 부합하는 주장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문재인 위원을) 특정 계파의 수장으로 자꾸 규정을 하려고 하는데, 계파정치로부터 굉장히 자유로운 분"이라며 "지난 대선에 나오셨을 때도 어떤 다른 주장보다 공평과 정의를 앞세웠다"고 강변했다.

    비노이면서도 친노보다 더 강경한 독자 행보를 하고 있는 정동영 상임고문은 친노~비노 양측을 싸잡아 비난했다.

    정동영 고문은 13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시민강좌에서 "지난 총선에서 특정 계파가 공천했던 비례대표 의원 11명이 지역위원장을 신청한 것은 야당 역사에서 유례 없는 일"이라며 "책임과 반성이 없다"고 친노 세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비노에 대해서도 "시대정신이 없다"며 "야당마저 중도·중간층을 외치면서 새누리당과 가까워지면, 그 속에서 죽어나는 것은 서민과 사회·경제적 약자들"이라고 비난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김성곤 전당대회준비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김성곤 전당대회준비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기구는 따로 있는데, 저마다 장외에서 하고 싶은 말을 떠들어대는 모양새다. 전당대회 규칙을 만들어야 할 김성곤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은 이러한 사태 전개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성곤 위원장은 14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당권~대권 분리론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안철수 의원이 한때는 문재인 의원보다 (대권 후보 지지도가) 훨씬 높았었는데, 지금은 많이 떨어졌다"며 "그런 경우를 예로 들면서, 문재인 후보도 만약 당 대표가 되면 여러 가지 상처를 많이 받고 대권 후보의 자격마저 없어질 수 있다"고 비노 측의 입장을 설명했다.

    하지만 "당 대표로서 잘하면 대권에 나가는 것이고 못하면 대권도 못하는 것"이라며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냐는 반론도 있다"고 친노 측의 반론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권을 잡으면 대권 잡는 데에 유리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될 가능성도 꽤 있다"며 "친노 내지는 문재인 의원이 어떤 것이 과연 당을 위하고 본인을 위한 것인지를 심사숙고해서 결정을 해야 한다"고 애매한 결론으로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