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쌍 넘는 남남북녀 가족 만든 '엔케이결혼정보' 김수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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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 KTX역 대회의실에서 엔케이결혼정보가 주최한 '남남북녀통일가족만들기' 강연회가 열렸다. ⓒ 한반도통일연구원 박현우 사무국장
    ▲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 KTX역 대회의실에서 엔케이결혼정보가 주최한 '남남북녀통일가족만들기' 강연회가 열렸다. ⓒ 한반도통일연구원 박현우 사무국장
     
  • ▲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 KTX역 대회의실에서 엔케이결혼정보가 주최한 '남남북녀통일가족만들기' 강연회에 100여명이 넘는 한국 남성들이 모였다. ⓒ 한반도통일연구원 박현우 사무국장
    ▲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 KTX역 대회의실에서 엔케이결혼정보가 주최한 '남남북녀통일가족만들기' 강연회에 100여명이 넘는 한국 남성들이 모였다. ⓒ 한반도통일연구원 박현우 사무국장

    "'통일가족만들기'는 통일로 가는 초석입니다." 2010년부터 340쌍 이상의 한국남성과 탈북여성 커플의 결혼을 성공시킨 <엔케이결혼정보> 김수진 원장의 말이다. 엔케이결혼정보는 편의점 창고에서 시작해 어느덧 통일부 산하 사회적기업 선정업체로 성장한 결혼정보업체다.

    11일 오후 영등포역 KTX역 대강당은 김 원장의 강연을 듣기 위해 북한 여성과 결혼을 희망하는 100여명의 남성들로 가득찼다. 부산, 거제,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김원장의 강연을 듣고, 남남북녀 결혼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서 황금주말 KTX에 나홀로 몸을 실은 것이다. 김 원장은 "그간 많은 남성분들의 전화를 통해 탈북여성에 대한 우호적인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며 "같은 탈북여성으로서 감사하고 기쁜 일이다"라고 말했다.

    2000년 중반에 탈북한 김 원장은 "탈북여성들이 탈북과정에서 생사를 넘나들고, 중국에서 인신매매의 위험성에 쉽게 노출돼 한족이나 유흥업소에 팔려가는 현실을 매우 안타깝다"고 전했다. 탈북 이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뒤바뀌는 현실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김 원장은 중국에 체류 중인 탈북여성들이 대한민국으로 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탈북여성들이 결혼을 통해서 새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이다.

    이날 강연에서 김 원장이 설명한 남남북녀 결혼의 비법(?)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쉬운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김 원장은 탈북여성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들의 탈북 과정과 정착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 원장은 △고립된 생활 속에서 북한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통한 한류의 유입 등 크게 두 가지 이유로 탈북자들이 북한을 탈북한다고 분석했다. 90년대 탈북자들이 고난의 행군시기 대기근을 견디지 못해 탈북을 했다면, 2000년대 이후로는 한국의 드라마, 초코파이, 고래밥 등 한류의 유입으로 한국행을 결심한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나 스스로도 최진실 주연의 <첫사랑>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남한사회에 대한 충격에 몇날 며칠 잠도 이루지 못했고 탈북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벗어났다고 곧바로 자유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땅을 밟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은 모두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중국땅에서 태국이나 라오스, 베트남 등 제3국으로 넘어가야 한다. 중간에 붙잡혀 다시 북한으로 보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제3국에 도착했다고 해서 곧바로 한국으로 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유엔 난민의 지위를 획득하고 약 2~3개월간 수용소 생활을 해야한다. 한국땅을 밟은 뒤에는 약 2개월간 강도 높은 신분검사와 탈북과정 조사가 진행된다.

    이런 과정들을 모두 거쳐야 비로소 대한민국 국민의 지위를 얻게 된다. 이 때문인지 탈북여성들은 남한 사회를 잘 알지 못하면서도 자존심이 세고, 자격지심이 많다고 한다. 이로 인해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20~30대에 혼자와서 생활하는 북한 여성들은 더 민감하다고 한다.

    김 원장은 마음만 급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남자들이 성혼에 실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탈북여성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잔잔한 감동도 줄 수 있어야, 탈북여성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 김 원장은 북한여성의 과거에 집착하는 남성이라면, 차라리 '남남북녀 결혼'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보라고 당부했다.

    북한에서는 보통의 경우 20대 중후반이면 결혼을 하기 때문에 초혼 여부가 중요한 남성이라면 적절하지 않을 수 있고, 중국 내 체류 기간이 길었던 여성의 경우도 결혼여부와 경력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남북녀의 결혼을 위해서라면 "내 가족의 현재와 미래가 중요한 경우에만 진행하라"고 김 원장은 솔직한 고백을 했다.

    끝으로 김 원장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차별받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질 수 있도록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남남북녀'를 만들기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을 해나갈 것을 다짐했다. 올 겨울 남남북녀의 따뜻한 사랑 나눔이 전해져서 새로운 통일가족들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정리 =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
    취재·사진 = 한반도통일연구원 박현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