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통폐합 과정에서 신군부 의도에 반하는 판결해 법복 벗은 일화 공개되기도
  •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7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황우여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소신 있는 답변으로 일관해 눈길을 끌었다. 여당의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지내며 국회 내에서 'A도 옳고 B도 옳다'는 절충적 자세를 즐겨 '황희 정승'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것과는 딴판이다.
    이날 황 후보자 본인이 밝힌대로 "그간 국회에서는 많은 의원들을 모시고 절충을 통해 타협점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장관은 관료로서 소신이 중요하다"는 태도를 실천에 옮겼다는 분석이다.
    특히 황우여 후보자는 새정치민주연합 박혜자 의원이 '건국유공자 예우 등에 관한 법률' 대표발의와 관련해 무리한 사과를 요구한 것에 대해 올바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끝까지 사과하지 않는 소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황우여 후보자는 2008년 12월 17일 '건국유공자 예우 등에 관한 법률'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1945~1948년의 기간 동안 신탁통치에 반대하거나 대한민국을 건국하기 위해 순국한 분들을 건국유공자로 지정하고 예우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박혜자 의원은 "이 법안은 대한민국이 1948년 8월 15일 건국됐다는 의미가 아니냐"며 "(상해)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면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우여 후보자는 "광복절과 정부 수립에 대해서는 현 정부와 입장을 같이 한다"며 "당시 대표발의한 것은 이철승 씨 등의 의견을 반영한 것인데, 국회의원은 일부 국민의 뜻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혜자 의원은 "역사 인식에 관한 문제이니 국민 앞에서 사과하는 것이 옳다"며 수 차례에 걸쳐 '사과'할 것을 종용했으나 황우여 후보자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사과한다는 것은…(옳지 않다)" "국회의원은 소수 국민의 의견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며 끝까지 사과하지 않는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박혜자 의원은 "국회의원이 일부 소수 국민의 의견도 대변할 수 있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며 '소수 의견 존중'에 대해 무지한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오전 청문회에서는 △한양조씨 종중으로부터 취득한 임야와 관련된 의혹 △국회 정보위원회 국외 순방 중 사적인 여행 의혹 외에는 이렇다할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은 황우여 후보자가 한양조씨 종중 소유 임야 분쟁에 변호사로 참여한 뒤, 그 수임료를 받는 과정에서 해당 임야의 일부를 취득한 과정을 문제 삼았다.
    2004년 11월, 17대 국회의원이었던 황우여 후보자는 충남 당진군에 소재한 한양조씨 종중 소유의 임야에 소유권 분쟁이 발생하자 합동법률사무소를 함께 하고 있던 이모·유모 변호사와 소송을 수임했다.
    한양조씨 종중은 승소했으나 수임료 지급을 미루자 황우여 후보자 등은 종중에 대해 수임료 지급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해 조정을 통해 해당 임야의 일부를 취득한 사안이다.
    배재정 의원은 이 과정에서 "황우여 후보자가 실제로는 변호사로 참여하지 않고 고문 역할만 하면서도 임야를 나눠받은 것은 전형적인 '전관예우'"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황우여 후보자는 "내가 법관을 그만 둔 것이 24~25년 전"이라며 "(법관을 그만 둔 지 10여 년이 지난 2004년에) 전관예우라니 어떤 이야기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배재정 의원은 "변호사로 실제 참여하지 않고서도 수임료를 나눠받았다면 정치에 야심이 있던 이모 변호사로부터 '상납'을 받은 것이 아니냐"며 또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이모 변호사가 2006년 5·31 지방선거 때 인천 서구청장 공천을 한나라당에 신청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황우여 후보자는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는 유모 변호사가 그런 (이모 변호사의 상납 같은) 이유로 수임료를 삼분(三分)하는 것을 받아들일 리가 없지 않느냐"고 의혹을 일축했다.
    배재정 의원은 변호사 선임계나 약정서 등 자료를 확보해 오후에 추가 질의를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 사안은 오후 청문회에서 다시 한 번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은 "(사회부총리가 되면) 공인으로서의 태도를 가져야 하는데 종교 편향 시비가 있어서는 안 되겠다"며 "정보위원회 국외 순방 중에 기독교 성지를 방문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황우여 후보자가 "어디를 말하느냐"고 반문하자 박 의원은 "구약 성경에 나오는 기독교 성지인 페트라에 가지 않았느냐"고 힐책했다.
    황우여 후보자는 "정보기관의 일이라 세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외국의 정보기관과 (국정원 사이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4개국을 돌면서 면담 결과를 공문으로 만들었다"며 "페트라는 기독교 성지가 아니며, 휴일에 사적인 일정으로 간 페트라 관광 비용은 개인적으로 부담했다"고 해명했다.
    페트라는 요르단에 있는 고대의 도시 유적으로, 아랍계 유목민이 건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구약 성경에 그 지명이 언급되기는 하지만 종교 성지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한편 오전 청문회 과정에서 황우여 후보자가 신군부 시절 언론통폐합과 관련해 소신 있는 판결을 했다가 불이익을 받고 법복을 벗어야만 했던 일화가 공개되기도 했다.
    새누리당 서용교 의원은 "80년대 신군부 시절에 언론통폐합과 관련한 재판을 맡게 됐다가 일련의 과정을 거쳐 법복을 벗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재판 결과가 신군부의 심기를 거슬리게 해서 가정법원으로 좌천된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같은 당의 안홍준 의원도 "신군부의 언론통폐합과 관련해 지역 언론사 대표들이 MBC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재판장으로서 계약 취소 주장에 이유가 있으니 주권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황우여 후보자는 "MBC로 언론통폐합이 되는 과정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강압이라 생각해, 이를 취소하고 주식을 원 상태대로 되돌리라는 판결을 1심 재판부 재판장으로서 내렸다"며 "대법원에서 그 판결이 뒤집히고 이후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후회하지 않으며 그 판결은 내 소신의 하나라 생각한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