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투쟁' 지양하고 제도 정치 하에서 민생 현장에 접근할 것 주문
  • ▲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3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7·30 재·보선의 야당 패배 원인에 대해
    ▲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3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7·30 재·보선의 야당 패배 원인에 대해 "민생을 등한시하고 정치적 권력을 잡기 위한 정쟁만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DB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7·30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참패한 이유에 대해 민생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라며 실용적인 노선으로 야당을 재건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이 패배한 이후 대선평가위원장을 맡았던 한상진 교수는 3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야권의) 선거 연대는 잘못된 것"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포용성을 갖고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교수는 야권이 재·보선에서 패배한 이유에 대해 "민생을 등한시하며 정부·여당만 비판했다"며 "국민은 이를 정치적 권력을 잡기 위한 정쟁으로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세월호 특별법'을 인질삼아 모든 경제 살리기·민생 관련 법안의 입법을 저지한 채 '정권 흔들기'에만 골몰한 행태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고 짚은 것이다.

    특히 한 교수는 재·보선 막판에 '꼼수'로 이뤄진 '야합(野合)', 이른바 '야권 단일화'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정당 간 공유할 수 있는 공약이 없다는 점에서 (유권자의) 동의를 받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소속 정당들조차 명분이 없어 "당 대 당 단일화가 아니고 후보들간의 합의"라고 궁색하게 밝혀야만 했던 '야합'이 어떻게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특정 계파, 특히 안철수·김한길 전 공동대표 중심의 '신주류' 책임으로만 몰고 가는 것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한 교수는 '공천 책임론'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의 여러 계파들이) 서로 다 할 말이 있겠지만 싸울 일이 아니다"라며 "중도적 성향의 안철수를 끌어들여 외연을 넓힐 기회였지만 계파별 갈등이나 낡은 노선 같은 요소는 그대로였다"고 밝혔다. 애써 중도 성향의 인물과 통합하고서도 오히려 '좌향좌'하며 '투쟁' 위주로 나갔던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다.

    재·보선 참패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박영선 원내대표가 대표권한대행을 맡아 비상회의를 주재하며 비상대책위원회 수립 등 당 재건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상진 교수는 "선거 과정에서 책임 소재가 있는 사람이 비대위를 끌어가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미래가 없다"고 우려했다.

    '선거 과정에서 책임 소재가 있는 사람'이란 누구를 가리킨 것일까.

    한 교수는 4일 오전 MBC 라디오에 출연해 "박 원내대표와 같은 분이 비대위를 끌고 가선 전망이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한 교수는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평가위원회 당시 박영선 원내대표는) 일고의 고려 없이 (대선 패배) 책임 문제에 대해서 '책임질 것이 없다' '최선을 다했다'며 완강한 입장을 보였다"고 회상했다.

    과거의 선거 패배에 대해서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채 '세월호 심판론' '정권 심판론' 등 민생을 외면하고 '묻지마 투쟁'을 이끌어 재·보선을 그르친 당사자인 박영선 원내대표가 '혁신' 비대위를 이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이다. 한 교수는 "(박 원내대표의) 그런 가치관과 행동 유형이 유지된다고 하면 이것(혁신비대위)은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야당의 올바른 재건 방향에 대한 한상진 교수의 생각은 어떨까.

    한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야당도 운동 정치와 제도 정치를 구별해야 하며, 거리로 나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실용적인 접근을 택해 민생 현장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로는 실용 노선·민생 접근이라는, 제대로 된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은 힘들다고 바라보는 것이 한 교수의 시각이다.

    야당이 제대로 혁신하지 못한다면 재·보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퇴진한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다시 등판할 수 있을까.

    한 교수는 "(안 전 대표를) 지지했던 세력들이 실망했지만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다"라며 "야당이 제대로 혁신하지 못한다면 야당 지지자들이 다시 안 전 대표에게 SOS를 칠 날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