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정당'으로 얼룩지게 한 것은 그 자신, 누가 누구를 꾸짖나원내대표 당선된 계파 정치의 최대 수혜자, 누가 누구를 청산하나
  •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자신이 공언한대로 '투쟁 정당'의 이미지를 떨쳐낼 수 있을까. 사진은 정청래 의원과 대화하고 있는 박영선 위원장.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자신이 공언한대로 '투쟁 정당'의 이미지를 떨쳐낼 수 있을까. 사진은 정청래 의원과 대화하고 있는 박영선 위원장.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투쟁 정당의 이미지를 벗어나 생활 정치를 근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6일에는 첫 일정으로 논산 훈련소를 찾으며 '윤 일병 사망 사건'에 대응하는 모습을 '생활 정치'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과연 국민공감혁신위원회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투쟁 정당'에서 '생활 정치 정당'으로 이끌 수 있을까. 정치권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 배를 이끄는 선장의 전력이 미심쩍다는 지적이다.

    ◆'묻지마 투쟁' 이미지

    19대 국회가 하반기 원구성을 마친 이후 두 달 가까이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이 시기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대표였던 박영선 위원장의 책임이다.

    박영선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긴급의원총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통과 없이는 국회에서 그 어떤 법도 우선할 수 없다"며 '입법 보이콧'을 선언했다.

    민생 경제는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정권을 흔들어 엎겠다는 일념으로 '묻지마 투쟁'을 이끌었다. 그 결과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투쟁 정당의 이미지로 얼룩지게 해 7·30 재·보선을 그르쳤다.

    그 당사자가 "투쟁 정당의 이미지를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하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박영선 원내대표를 꾸짖는 '셀프 꾸지람'인가.

    ◆'계파 청산' 성공할까?

    민주당 시절부터 내려온 구태 중 구태인 계파 정치를 청산하겠다고도 한다. 박영선 위원장은 6일 KBS 라디오 전화 인터뷰를 통해 "계파를 초월하지 않으면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래는 없다"며 "공천권을 국민께 돌려드리면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 정치를 청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박영선 위원장이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당내 유일한 선출직인 원내대표이기 때문이다. 그 원내대표 자리는 올해 5월 열린 경선에서 계파간의 합종연횡 끝에 이종걸 의원을 물리치고 얻었다.

    박영선 위원장은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묶여 '박남매'라고 불릴 정도인 만큼 기본적으로는 박지원계로 분류된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내며 친노 세력과도 관계가 돈독해졌다. 여기에 초·재선 강경파 의원 모임인 '더 좋은 미래'를 우군으로 업고 있다.

    이런 저런 당내 계파와 맺은 복잡한 관계를 바탕으로 원내대표에 당선된 박영선 위원장이다. 그 자신이 계파 정치의 최대 수혜자인데, 과연 계파 정치를 초월하고 청산할 수 있을까.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박영선 원내대표를 청산하는 '셀프 청산'인가.

    ◆쓴소리에 폭언

    박영선 위원장은 6일 KBS 라디오 전화 인터뷰 도중 "국민공감혁신위원회에 외부 인사 섭외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공안 정치 분위기라 야당에 와서 쓴소리를 하다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들이 있다"고 난데 없이 실체도 불분명한 '공안 정치'로 탓을 돌렸다.

    외부 인사로 야당에 와서 쓴소리를 한 사람으로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있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패한 직후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을 맡았다.

    한상진 교수의 '쓴소리'에 대해 당시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박영선 위원장은 어떻게 대응했나. 한 교수는 "(박영선 위원장이) '책임질 것이 없다' '최선을 다했다'며 30여 분간 폭언을 쏟아냈다"며 "'왜 점령군처럼 행동하느냐'는 말도 들었다"고 회상했다.

    외부 인사 섭외가 어려운 것은 그 자신이 과거에 쓴소리한 사람들을 폭언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공안 정치' 탓을 한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되고나니 박영선 선대위원장 시절을 잊어버리는 '셀프 건망증'인가.

    ◆'도로민주당' 우려

    야권의 7·30 재·보궐선거 참패로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퇴진한 이후 엄연히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당명이 있음에도 '민주당'을 입에 담는 이들이 많아졌다.

    천정배 전 법무장관은 5일 CBS 라디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안철수 세력과 합치느라고 새정치 무슨 이름으로 고쳤지만 늘 민주당으로 회귀해 왔다"며 "역시 민주당이 가장 좋은 이름"이라고 주장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3일 새정치연합 광역·기초단체장 비상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은 과제를 갖고 있다"며 "전 당원들과 함께 김대중 체제 이후 새로운 민주당의 체제를 만드는 데 힘을 모으자"라고 줄곧 민주당이라는 명칭을 썼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도 5일 기자회견에서 "(당명을 민주당으로 바꿀 것이냐는) 질문은 아직 이르다"며 웃어 '도로 민주당'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국민들은 야당이 도로 '민주당'으로 되돌아가면서, 법안 처리를 인질삼아 국회를 공전시키고 강경 투쟁을 일삼는 모습까지 되살아나지 않을까 근심하고 있다. 박영선 위원장이 "투쟁 정당의 이미지를 벗어나겠다"고 공언한 이상 안심해도 좋을까. 마냥 믿기에는 '국민공감혁신위원회'의 선장이 미심쩍다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박영선 위원장은 누구?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경남 창녕 출신으로 수도여자고등학교와 경희대학교를 졸업했다. MBC 앵커 및 보도국 경제부장을 지냈으며 MBC 선배인 정동영 상임고문의 천거를 통해 17대 국회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했다.

    한때 정동영계로 분류되며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 지원실장을 맡았다. 지원실장 시절 이른바 'BBK 의혹'을 주도적으로 제기했으나 헛발질로 끝났다. 정동영 후보 낙선 이후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접근해 '박남매'라 불리기 시작했으며,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박지원계를 등에 업고 당선돼 천정배 후보를 지원한 정동영계와의 관계를 청산했다.

    당과 원내에서 주요 직책을 맡게 된 이후로는 민생 경제에 발목을 잡는 '초강경' 이미지로 악명을 높였다. 지난해 외자 유치 활성화를 위한 외국인투자촉진법 통과를 반대하며 새해 예산안까지 인질로 삼은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저게 국정원장이냐"는 막말, "천안함 침몰에 한미연합훈련이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으로도 유명하다. '세월호 심판론'으로 대표되는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7·30 재·보궐선거를 그르친 당사자인데도 선거 패배에 책임지지 않고 도리어 영전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