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직전 임기응변 발휘, 보안제동까지 작동시켜 제동거리 최소화

  •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발생한 열차추돌 사고 당시 기관사의 제동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TV조선은 6일 국토교통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기관사 엄 모씨(46)가 1초만 제동을 늦게 했다면 큰 인명사고로 번질 뻔 했다”고 보도했다.

    기관사 엄 모씨는 사고 직전 비상메뉴얼에 없는 보안제동까지 작동시키는 임기응변을 발휘해 제동거리를 최소화했다. 열차는 128m를 더 진행해 약 15km의 속도로 앞 열차와 부딪혔다. 그 결과 승객 중 약 170여명이 다쳤지만 대부분 경상으로 그쳤다.

    지하철에서 각 승강장의 열차를 통제하는 신호기는 통상적으로 노란불(주의), 빨간불(정지), 빨간불(정지) 순으로 신호를 내보내 열차를 정지시킨다. 그러나 사고 당시에는 신호가 파란불(진행), 파란불(진행), 빨간불(정지)로 표시됐다. 더욱이 상왕십리역으로 진입하는 구간은 곡선구간이기 때문에 앞 열차를 멀리서 육안으로 판별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메트로 김경호 홍보팀장은 “사고 당시 갑자기 생각지도 못했던 신호가 나타난 것”이라며 “지난달 29일 새벽 을지로입구역 메인시스템에 신호기의 데이터값을 잘못 입력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차와 200m의 간격을 두고 정지시키는 ATS(자동열차정지장치)가 작동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충돌로 이어졌다”며 “현재 어떤 신호체계의 역할들이 엉켜있는 것으로 보고 파악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서울메트로 본사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운행정보 기록장치와 CCTV, 무선 교신기록 등의 분석 작업을 바탕으로 중간수사 결과를 이날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