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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강의실 ⓒ뉴데일리
    ▲ ▲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강의실 ⓒ뉴데일리

     

    경제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매우 큰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를 대비하는 것이 대한민국 경제를 발전시키는 지름길이라고
    채수찬 교수(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가 주장했다.

    채 교수는 최근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에서 한 강의에서 
    “지금 세계 경제는 크게 보면 지식기반 경제로 변화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동시에 전례 없는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자본주의와 금융시스템은 한계에 왔다고 많은 사람들이 동감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이론은 나오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자본주의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지에 대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채 교수는
    “기술 혁신”을 꼽았다.

    기술혁신을 고려하지 않아 잘 못 된 예측을 한 대표적인 사례로 
    맬더스의 인구폭발 우려와 로마클럽의 성장한계 예측이 꼽힌다.

    토마스 맬더스는 인구론에서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총 인구의 숫자를 오판했다.

    세계적인 지식인들은 로마클럽을 결성하고 1972년에
    ‘성장의 한계’에 부딪혀 지구적인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로마클럽은 천연자원, 특히 석유 고갈로 경제적인 발전은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경고했다.
    그러나 로마클럽의 경고는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맬더스나 로마클럽의 예측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기술혁신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나치게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채 교수는 자본주의가 성장한계를 극복하려면 우리나라에서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야 하고,
    지식경제에 맞는 분배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개혁에 저항하는 요소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 교수는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뒷받침할 새로운 이론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채교수의 강의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자본주의와 현 금융시스템의 한계
    (성장 한계의 근본적 원인 및 금융)

     

    지금 자본주의와 현재의 금융시스템은 한계에 왔다.
    여러 사람들이 이에 동감을 표시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이론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나는 2008년부터 자본주의와 현재의 금융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2006년에 월가에 있던 친구가 와서 이렇게 말했다.

    “월 스트리트의 투자회사들이 망할 것 같다.”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지 몰랐으나 실제로 월 스트리트의 투자회사들이 붕괴된 이후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지금 월가의 투자회사들은 다 망하고 지주회사로 바뀌었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는 반 정도 진행된 상태라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상당한 통찰력을 갖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경제에서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크게 보면 지식기반 경제로 변화하는 중이다. 
    동시에 금융시장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와함께 세계화가 진행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세계적인 매우 큰 변화가 아주 눈앞에 왔다.
    이 변화의 방향을 정확히 진단하고 가는 길을 찾아서
    대한민국이 그 방향과 길에 동참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금융위기는 왜 일어났을까?

    크게 보면 새로운 경제, 다시 말해 지식기반 경제 시대가 왔는데
    금융시스템은 그것을 지원하지 못한다.
    기업의 경우에도 지금의 회계방식은 잘 못 됐다.
    기업이 사회에 공헌하는 내용도 회계에 반영해야 한다.

    현재의 투자회사나 신용평가 기관 또는 각종 규제기관도 새 경제에 맞지 않는다.
    영화나 소프트 웨어를 만들 때는 한계비용( 마지널 코스트 Marginal cost, 한 단위를 추가생산할 때 발생하는 추가비용)은 의미가 없다. 처음 개발할 때 까지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그 후부터는 복제비용만 들어가기 때문이다.
    기존 경제이론에 안맞기 때문에 경제정책과 메커니즘도 바뀌어야 한다.

    금융기관들의 원래 기능은 조달 자금을 어떻게 나누느냐 하는 것인데,
    이런 고유 기능에서 벗어나 노름판으로 변한 것이 큰 문제점으로 등장했다.

    먼저 지금까지 경제이론이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해왔는지를 돌아보자.

    마르크스 경제학은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력을 많이 제공했다.
    마르크스 경제학은 분배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며, 화폐에 대해서도 통찰력을 가졌다.
    마르크스가 볼 때 경제에서 핵심은 노동이지만 금융 시스템에서는 돈이 핵심이다.
    노동이나 생산품에서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고 돈에서 문제가 생긴다고 판단했다.

    마샬, 멩거 스탠리, 제본스 같은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은 경제현상에서 핵심은 생산품의 수요와 공급으로 봤다.

    케인즈가 등장했을 때는 대공황이 미국을 괴롭히던 시기였다.
    케인즈는 실업이 금방 끝나는 것이 아니고 계속된다는 사실에 놀랐다.
    케인즈는 저축과 투자 사이의 균형에 의해서 실업이 결정된다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왜 실업이 일어나느냐하면 화페 때문에 생긴다.
    사람들이 돈으로 저축하는데 괴리가 일어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재정정책을 써야 한다고 봤다.
    그래서 케인즈 경제학에서는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60년대에 케인즈 경제학은 큰 성과를 봤지만, 70년대 말에 문제가 발생했다.
    재정정책을 써도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돈을 풀었는데 인플레이션만 일어나고 경제는 회복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반성으로 나온 것이 시카고 학파이다.

    시카고 학파는 새 이론은 아니고 고전파, 신고전파 이론을 시대에 맞게 적용한 것이다.
    정부의  규제를 비판하고 시장방임을 적극 찬성한다.
    그래서 정부 기업을 민영화하고, 규제를 혁파쪽으로 갔다.
    시카고 학파는 화폐의 중립성을 강조해서
    정부가 무리하게 돈을 풀지 말고 적절한 화폐만 공급하자는 의견을 냈다.
    극단적인 우파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주류경제학을 이뤘으며 지금도 주류에 속한다.

    그러나 시카고 학파 경제이론에 문제가 있다는게 90년대 말에 드러났지만,
    지금 이를 대체할 경제학은 나타나지 않았다.
    시카고 학파가 주류로 있는 동안 80년대 2000년대까지 경제변동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시카고 학파의 경제학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나는 아시아 외환위기의 징조를 잘 못 해석했다.
    당시만 해도 나는 이것이 경제정책의 문제라고 봤다.
    아시아 가치를 잘 못 적용해서 일어난 것이 아니냐고 생각했으나,
    그것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 문제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아시아 금융위기를 대응하는데 있어서 잘 못 한 것은 금융시장의 규제를 완화한 것이었다. 정책자들이 잘 못 했다. 결과적으로 월가의 이익에 휘둘렸으며,
    원칙보다도 더 많이 밀어부쳐 그 부작용으로 경제위기가 몰아닥쳤다.

    이 같은 금융위기 이후 각광받는 경제학자로 하이만 민스키 (1919-1996)가 있다.
    하이만 민스키는 “경제 번영이 오래되면 반드시 금융위기가 온다”는 이론을 발표했다. 
    번영이 계속돼 기업 이윤이 늘어나면,
    기업은 빚과 이자를 갚고 돈이 남으면서 기분이 좋아져서 자만하게 된다.
    사람들이 서로 돈을 쓰라고 하면서 갚을 수 있는 이자 이상으로 빚이 늘어나
    서로 빌려주려고 하다가 투기적인 대출버블이 생긴다.

    이때 금융기관들이 대출이 높다고 걱정돼 회수하기 시작하면
    실제로 빚 갚을 수 있는 회사까지 문제에 빠진다고 봤다.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뒷받침할 새로운 이론이 나와야 한다.

    자본주의가 성장한계를 극복하려면 우리나라에서는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야 하고,
    지식경제에 맞는 분배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개혁에 저항하는 요소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