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럽게 끝나는 안철수 새정치

  • 정책·이념도 없는 ‘묻지마’ 연대는 정치후진국 한국의 특징이다.

    金成昱   /한국자유연합 대표, 리버티헤럴드 대표

    안철수는 물이 새는 난파선에 올라탔다.
    3월2일 신당 창당 합의는 헌 정치가 되고 있는
    소위 새 정치에 쐐기를 박을 것이다.
    비참한 엔딩, 역겨운 구태(舊態)의 끝이다.
    굿바이 안철수.

    1. 안철수의 소위 새정치 실험이 끝나고 있다.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2일 오전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치를 위한 신당을 공동추진키로 했다"며 ”지방선거 기초공천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안철수 신당·민주당 연대론이 아예 ‘신당창당’으로 발전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신당 창당 선언에 대해 “자력갱생이 불가능한 신생 정당과 짝짓기를 좋아하는 민주당과의 야합으로, 예상됐던 저급한 정치 시나리오”라고 비난했다.
     
      2. 새누리당 성명을 굳이 인용치 않아도 안철수·민주당 통합은 대(對)국민 사기(詐欺)다.

    안철수 측은 ‘민주당과 연대 불가(不可)’를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강조해온 탓이다.
    안철수 본인도 2월7일 “국익과 민생을 위해선 누구와 어떤 협력과 연대도 마다않겠지만 정치공학적 선거연대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었다.
     
      안철수·민주당 통합은 정치공학적 선거연대인가, 명분 있는 통합인가?
    安씨는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대해서도 이념과 노선이 다른 구태(舊態)세력으로 비난해왔다.
    2월7일에도 “거대양당의 근거 없는 비방이 드세다”며 “마치 태어나지 않은 아기에게 커다란
    어른들이 축복은커녕 저주를 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난했다.
     
      안철수 신당 창당준비보고서 역시 새누리당을 “냉전시대에 고착된 정당” “주요 국면마다 색깔몰이를 앞세워 국민을 분열”한다고 평가하는 한편, 주당에 대해서도 “저항적 민족주의에 경도된 정당” “운동권적인 폐쇄주의”로 맹비난했다.
     
      정당은 “정치적 주의·주장, 정견(政見)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한 단체”이다. 안철수 스스로 민주당과 주의·주장, 정견이 같지 않다고 비난해 온 마당에 통합이라니? 이거야말로 정치공학적 선거연대, 그저 권력을 향한 추잡한 뒷거래다.
    선거연대는 선진국도 하지만 정책·이념도 없는 ‘묻지마’ 연대는 정치후진국 한국의 특징이다.
     

  •   3. 안철수 측 거짓말은 이것 뿐 아니다.
    책사 윤여준의 말을 상기해보자. 윤씨는 1월12일 ‘야권연대’에 대해 “그렇게 하려면 민주당에 들어가지 왜 신당을 만드나?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 국민은 선거승리만 목적으로 한 정치세력 뒷거래로 본다”고 했다. 또 “당연히 서울시장을 낼 것”이라며 “안 낸다면 사람들이 그걸 제대로 된 당이라 보겠는가”고 말했다.
     
      윤씨는 2월19일 주간조선 인터뷰에서도 “연대는 없다”고 못 박으며 연대不可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피투성이가 돼서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 눈에 거래를 하는 것처럼 비치는 순간 자멸합니다. 연대는 없습니다.”
     
      윤 의장은 안철수 신당이 끝까지 연대를 거부할 경우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겼다는 비판을 감수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민주당을 “편하게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태도”라며 이렇게 답했다.
     
      “그러니까 민주당에 똑똑히 이길 수 있게 하라고 주문하는 거예요. 127석의 의석과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당이 왜 지는 걸 전제로 자꾸 얘기합니까. 처음부터 이길 생각으로 전략을 짜고 전열을 가다듬어야지 처음부터 단일화밖에 전략이 없다는 자세로 나오면 안 됩니다. 전략이 연대밖에 없는 그런 답답한 정당이 어디 있습니까. 이게 편하게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태도입니다.”
      
      “민주당과 야권연대는 (정치적) 자살행위”이라는 등 윤씨의 유사한 발언은 차고 넘친다.
     
      4. ‘안철수 현상’은 기성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혐오, 새 정치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된 공공재(公共財)였다. 안철수는 이 흐름을 창조적 대세(大勢)로 만들지 못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대선에선 문재인을 위한 치어리더로 나선 뒤 이제 또 민주당 세력의 불쏘시개 되는 길을 택했다.
     
      안철수는 어리석다.
    서울시장에 박원순이 당선되면 朴시장은 대권으로 직행하고 안철수 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그렇다고 안철수 본인이 나서긴 더욱 어렵다. 백지신탁 문제로 발목 잡혀, 안랩 주식을 모두 팔지 않는 한 경선에 끼지도 못한다.
     
      안철수가 사는 길은 현 구도에서 박원순을 떨어뜨린 뒤 흔들리는 민주당 내 온건파를 데리고 야권재편(野圈再編)에 나서는 것이었다. 안철수는 유일한 정치적 혈로를 스스로 막아 버린 셈이다.
     
      김한길·안철수 두 사람이 당 대 당 통합 후 야권재편 비책을 꿈꾸고 있을까?
    소심한 안철수가 그런 수를 생각할 지 의문이다. 김한길 역시 박원순 낙선과 민주당 참패를 전제한 야권재편에 동의할 리 만무하다. 결국 안철수는 좌경기회주의 세력에 이용만 당한 채 끌려 다닐 것이다.
      

  •   5. 안철수 새정치는 이미 ‘맛이 가고’ 있었다. 이유는 이랬다.
     
      첫째, 안철수의 정치권 노출이 2년이 넘어 신선감이 떨어졌다.
     
      둘째,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박원순에 대한 ‘조건 없는 양보’와 같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안철수는 “두 번 양보했으니 이젠 양보를 받을 차례”라는 말을 하고 노회한 박원순이 “서울시민을 위해서라면 백 번이고 양보하겠다”고 했다.
     
      셋째, 새정치가 뭔지 2년이 넘도록 말하지 않아 국민적 짜증이 올라갔다.
    기존 정치권이 주장해 온 개혁안을 반복 나열할 뿐, 원론이 있지만 각론은 없었다.
    ‘맞는 말’은 있지만 ‘현실성 있는 말’은 없었다. 어음은 있지만 현금이 없었다.
    무엇보다 안보·법치·북한 등 대한민국 위기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넷째, 지방선거 국면에서 인물 영입에 실패해 리더십에 대한 국민적 의문이 커졌다.
     
      6. 안철수·민주당 연합은 기존의 국민적 혐오감을 증폭시킬 것이다.
    야권연대 없다는 약속을 파기한 거짓말, ‘묻지마 연대’의 구조적 문제점 외에도 이번 합의문 상의 약점은 이렇다.
     
      첫째 야권연대 전제인 ‘기초공천 폐지’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
    기초의원 공천이 절대적 악(惡)도 아니고 공천폐지가 절대적 선(善)도 아니다.
    이석기 의원직 제명, 통합진보당 해산 등 국가적 생과 사의 시급한 과제도 아니다.
     
      둘째, ‘대선 시 불법 선거 개입 등에 대한 진상규명’ 역시 정치혁신에 역행한다.
    국가기관 선거개입 문제는 법원 판결도 나오지 않았고 유관사건인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사건은 무죄로 1심이 나왔다. 사법부 판결마저 입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으며 특검 운운하는 것 자체가 구시대 정치다.
     
      셋째, ‘정권심판론’ 역시 힘을 받기 어렵다.
    지난 지방선거와 달리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높다(54%/ 집권1년차 이명박 32%. 노무현 22%). 지난 지방선거와 달리 여야(與野) 지지율 격차가 훨씬 크다.
    지난 지방선거 때는 천안함 사태로 국민적 긴장감이 컸다. 현재 그런 이슈가 없다.
    이상의 이유로 박근혜 정권 심판론이 박원순 시장 심판론을 압도하지 못한다.
     
      안철수는 물이 새는 난파선에 올라탔다.
    3월2일 신당 창당 합의는 헌 정치가 되고 있는 소위 새 정치에 쐐기를 박을 것이다.
    비참한 엔딩, 역겨운 구태(舊態)의 끝이다.
    굿바이 안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