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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신호범 의원, 김신옥이사장, 최민호 전 청장(왼쪽부터)
    ▲ ▲신호범 의원, 김신옥이사장, 최민호 전 청장(왼쪽부터)


    신호범(78) 미국 워싱턴 주 상원 부의장과 최민호(57) 전 행복청장이 의기가 투합해서
    “세종시에 한국어문화센터와 한글사관학교를 세워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해
    주목을 끌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5일 최민호 전 청장이 거주하는
    한옥(세종시 연동면 노송송담길 28-12)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모임에는 성남고등학교 재단인 김신옥 대성학원 이사장도 함께 했다.

    이날 신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최민호 前 청장이 재직시 세종시를 한글을 모티브로 해서 계획하고,
    전세계 한민족들에 한국문화와 정신을 널리 알리는 한문화마을,
    한글사관학교 등을 구상한 점에 탄복하여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두 사람이 한문화마을, 한글사관학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을까?

    최민호 전 청장은 “충남 부지사 시절부터 구상해오던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신호범 의원은 6.25전쟁때 미국으로 입양돼 정치인으로 성장한 터라,
    뿌리찾기에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두 사람은 우연한 기회에 한국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서로 확인하고 남다른 관계를 맺고 있다.

    최민호 전 청장은 충남 부지사 시절, 유행처럼 번지던 영어마을을 충남에 조성하자는 의견을 적극 반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내가 반대했어요.
    이유는 내가 미국에서 살아보니까 1,2년 살아도 영어가 안돼요.

    그런데 방학때 체험한다고 영어마을에 잠깐 들어온다고 되겠습니까?
    환상이죠.

    더구나 영어마을 해 놓으면 유지비도 만만치 않아요.
    그러면 효과있는 영어교육이 되겠습니까?

    결국 영어마을을 조성한다고 해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부유층밖에 없어요.
    어려운 사람은 돕지 못하고 부유층을 위해 예산쓰는 것이 되겠죠.
    그래서 저는 영어마을이 100% 실패할 것으로 봤습니다. "

    당시는 그 같은 주장이 쇼킹하게 들렸을 것이다.
    전국에서 너도 나도 영어마을 만든다고 난리인데 충남부지사만 반대한 꼴이 됐다.
    그렇다면 대안이 무엇인가? 
    최민호 당시 충남부지사는 이런 의견을 냈다.

    “한국어마을을 만들어야 해요.”

    이말을 처음 한 것이 2006년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남미의 예를 들었다.

    “대한민국의 대기업이 세계 여러 나라로 진출해있죠.
    현지기업에서 볼 때 현지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좋습니다.
    그런데 거기 사는 교포 2,3세가 한국어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어와 현지어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으면 보수가 3배입니다.

    교포사이에서는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데 한국어 배울 곳이 없어요.
    지금 한국어를 안다는 것은 글로벌 시대의 자산입니다.”

    고난의 역사속에서 입양과 징병 또는 징용으로 해외에 진출한 사람이 많은데
    이들의 2,3세들에게 한글의 말과 글과 얼을 가르치는 일은
    국가적인 사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 ▲최민호 전 청장의 한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세종의 소리
    ▲ ▲최민호 전 청장의 한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세종의 소리

    이같이 국제적인 수요를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그는 한국어마을을 생각했던 것이다.

    한국어마을이 조성되면, 전혀 생각지도 않은 부수효과가 엄청나게 생긴다.
    한국과 한국어를 배우려는 교포와 외국인들이 모이고, 
    외국어를 배우려는 한국인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영어마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구상을 마음 깊이 간직한 그는 2011년 초대 행복청장으로 발령받았을 때, 초석을 놓았다.

    세종시 정체성을 무엇으로 할것인가?
    세종대왕, 한글, 한국어마을 등으로 잡았다.

    최 청장은 공주대 김재현 총장, 대성학원 김신옥이사장, 김덕수 사물놀이패
    그리고 (사) 한글사랑 나라사랑 국민운동본부 함은혜 대표 등과 함께
    이에 대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신호범 의원과의 각별한 관계도 행복청장 시절에 한글로 연결됐다.
    신 의원이 우연히 행복청을 들렀을 때 최 청장은 여느 때처럼
    한국어마을 한글사관학교 이야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신호범 의원은 무릎꿇고 눈물을 흘리면서 최 청장에게 큰 절을 하는 것 아닌가?
    너무나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한 최 청장이 “왜 이러십니까?”물었다.

    신 의원은 입양아였다.
    미국에서 정치인으로 살아가면서 평생 입양아와 소수민족들의 정체성을 되찾아 줄
    그런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 의원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비슷한 구상을 들으니까 너무 감격했던 것.
    오죽했으면, 땅에 엎드려 큰 절을 했을까?

    최 청장도 놀라서 맞절을 올렸다.

    최민호 전 청장이 구상하는 한국어마을과 한글사관학교는 두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한국어마을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한국어를 보급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최근 유행을 타는 한류문화를 포함시킬 것이다.

    한글사관학교는 조금 다르다.
    말로서의 한국어를 보급하는 것이 아니라,
    문자로서의 한글을 보급하는 일을 주로 맡는다.

    전세계에서 흩어져 사는 문자없는 소수부족들은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다.

    말은 있지만, 글이 없는 이들에게 한글을 보급하면,
    자기네 말을 한글로 쉽게 표기하는 문맹퇴치가 가능하다.

    한글보급은 바로 세종대왕이 그렇게 원했던,
    글이 없어 자기가 한 말을 표기할 수단을 갖지 못한 불쌍한 사람들을 돕겠다는
    훈민정음 창제 목적과 정확히 일치한다.

    “세종시에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외국인들도 많이 방문할 텐데,
    그들이 봐야 할 것이 무엇입니까?
    세종시가 더욱 유명한 행정도시로 발전하려면
    정부세종청사 한 가운데 한국어-한국문화-한글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것이 들어서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최민호 전 총장과 신호범의원, 대성학원 김신옥 이사장이 한옥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것은 상징성이 매우 높다.

    신호범 의원은 5선으로 미국의 한국인 정치인 중 최다선 의원이다.
    거지처럼 길을 헤매다가 6•25때 미군부대에 들어가 하우스 보이로 일했다.
    자기를 아버지처럼 아껴 주던 미군 장교의 노력으로 미국으로 입양됐다. 
    인종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헌신한 노력으로 2003년 해외 이민자상을 받았고, 
    2006년에는 제1회 자랑스러운 한국인상을 수상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세종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