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등 야권 시민단체 5·18 기념식 보이콧, 따로 제창대회 가져
  • [국민통합]을 외치며 5년만에 현직 대통령이 찾은 광주 5·18 민주화 묘역이었지만,
    정작 그 곳을 지켜야 했던 유족들은 자리를 떠났다.

    [제창이냐 합창이냐]를 두고 갈등을 빚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원인이었다.

    5·18 유족을 중심으로 한 광주 시민단체들이,
    기념식 참가자 전원에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도록 강요한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봐야겠다는 것이 그들의 목소리였다.

    박 대통령은 합창으로 진행된 이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다만 태극기를 들고 화답을 하며 [예의]를 갖췄다.
    당연히 <애국가>는 제창했다.

    하지만 유족 등 5.18 시민단체와 야권 지지 단체들은 기념식장을 떠나,
    따로 [그들만의 기념식]을 치러 행사의 빛이 바랬다.

     

  • ▲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임을 위한 행진곡이 연주되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 채널A 방송화면 캡쳐
    ▲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임을 위한 행진곡이 연주되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 채널A 방송화면 캡쳐

     

    √ <임을 위한…> 합창 시작되자 태극기 전해준 강운태 광주시장

     

    박 대통령은 기념식 식순 초반에 진행된 국민의례에서 애국가는 함께 불렀다.

    기념식 식순 말미 논란을 빚던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공연이 다가오자,
    강운태 광주시장은 준비한 태극기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합창이 시작되자 박 대통령은 태극기를 건네받고 자리에서 일어나 연주를 경청했다.
    노래를 부르진 않았지만, 중간중간 눈을 감으며 감상에 잠기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야당 참석자들은 물론 여당 참석자들도 이 노래를 제창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강운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지사 등은 자리에서 일어나 제창했고,
    진보정의당의 노회찬 공동대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먹을 쥐고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새누리당의 김문수 경기지사, 김범일 대구시장도 제창을 함께 했다.
    대통령 옆자리에 앉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역시 제창에 참여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묘지에서 열린 제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분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묘지에서 열린 제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분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어렵게 준비된 합창 무대

     

    이날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무대는 주최 측인 보훈처가 어렵게 준비한 자리였다.

    주최 측에서 합창 강행 움직임을 보이자,
    그동안 줄곳 이를 맡았던 광주 시립합창단이 행사 이틀 전 합창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기념행사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
    일부 노동·진보단체에서 [민중의례] 때 애국가 대신 부르는 노래다.”

    “정부 기념식에 참석자들이 일어나 주먹을 쥐고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 등이 제기돼 제창 형태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국가보훈처

     

    국가 보훈처는 이 노래가 그동안 5·18 기념식에서 꾸준히 불려 왔다는 점을 감안해
    합창단이 부르고 참석자 중에서는 원하는 사람만 따라 부를 수 있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본행사 때 제창되다가
    2009년과 2010년에는 빠지고 식전 행사 때 합창단이 공연했다.
    2011년과 지난해에는 본행사 때 합창단이 불렀다.

    합창은 합창단이 공연하는 것이며 제창은 행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부르는 형태를 말한다.

    이미 합창 형식으로 진행된 [사례]가 있었지만, 유독 이번 기념식에서 갈등은 컸다.

    결국 보훈처는 급하게 섭외 과정을 거쳐
    서울 로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인천 오페라 합창단을 무대에 세웠다.

    덕분에 올해 기념식은 공연 등이 대폭 축소돼 예년 진행 시간의 절반 정도인 25분 만에 끝났다.
     

     

  • ▲ 통합진보당, 민주노총, 진보연대, 학생단체 등 500여명이 18일 오전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에 항의하는 의미로 공식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광주 망월동 구묘역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대회'를 열었다.  ⓒ 연합뉴스
    ▲ 통합진보당, 민주노총, 진보연대, 학생단체 등 500여명이 18일 오전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에 항의하는 의미로 공식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광주 망월동 구묘역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대회'를 열었다. ⓒ 연합뉴스

     

    √ 기념식장 떠나 [그들만의 기념식] 치러

     

    5·18 유족들을 비롯한 시민단체, 그리고 야권 지지 단체들은,
    박 대통령이 있는 5·18 민주묘역을 떠나 자기들만의 기념식을 따로 치렀다.

    참석자들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부를 수 있도록 한 합창 방침에 대한 반발이었다.

    유족 등 100여명은 기념식 시작 1시간 전부터
    기념식장(민주묘지) 입구 땅바닥에 주저앉아 태극기를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박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참석 인사들을 향한 항의였다.
    여야 대표 등 주요 참석자들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행사장에 입장했다.

    이들은 이후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 묘지를 빠져나갔다.

    통합진보당, 민주노총, 진보연대, 학생단체 등 500여명은
    이날 오전 구 묘역이 있었던 망월동 묘역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정부와 국가보훈처를 규탄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관악 반주에 맞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이들은 전날 오후부터 국립 5·18 민주묘지 입구인 민주묘지에서 밤샘 연좌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임을 위한 행진곡>은 지난 2010년에도 보훈처가 식순에서 배제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에도 이들 시민단체들은 망월동 묘역에서 따로 기념식을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