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종북몰이 계속하면 묵과하지 않을 것” '경고'마들주민회, 한 교수 특강 운영 맡아..지역내 대표 시민단체2008년 지역 촛불집회 주도, 박원순 시장과도 인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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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노원구청이 취소했다고 발표한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의 ‘한국 근현대사’ 특강이 구청에서 관내 시민단체로 행사 주체만 바꿔 열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원구와 지역 언론 등에 따르면 한홍구 교수의 특강은 24일 오후 ‘마들주민회(대표 이지현)’ 주최로 구청 소강당에서 첫 강의가 열렸다.

    마들주민회가 진행하는 이번 특강의 주제는 ‘사진으로 보는 한국근현대사’로 다음 달 28일까지 모두 6회차로 나누어 열릴 예정이다.

    한 교수의 첫 강의는 200명이 넘는 주민들이 몰리는 등 높은 관심 속에 이뤄졌다.

    앞서 노원구청(김성환 구청장·노무현정권에서 청와대 비서관 근무)은 구민들을 상대로 한 인문학특강을 열면서 성공회대 교양학부 한홍구 교수를 강사로 초빙해 물의를 빚었다.

    김일성을 ‘자수성가형 민족영웅’으로 치켜세우면서 논란을 일으킨 한 교수는 반국가, 반정부, 친북반미적 시각이 뚜렷한 칼럼과 특강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가 언론에 기고한 글을 모아 만든 ‘대한민국史(현재까지 4권 발행)’에서 한 교수는 [깡통진보] 스타일의 민중민족주의 사관에 입각해 대한민국 건국-흥국세력을 친일·부패세력으로 매도하고 폄훼했다.

    역대 정권과 대통령에 대한 평가 역시 모두가 부정적이다.
    대부분 외세에 의존한 구태·무능세력으로 규정했다.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과 반대로, 김일성이 만든 괴뢰집단인 북한에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그가 펴 낸 대한민국사 곳곳에는 종북적 성향을 나타내는 글과 표현이 적지 않다.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를 비롯한 건국세력, 박정희 전 대통령과 산업화세력에 대한 비난 외에도 한국군에 대한 비하(베트남 양민 학살 주장 등)도 담겨있다.

    이런 이유로 ‘대한민국史’는 국방부가 지정한 ‘불온도서’에 이름이 올라있다.


  • 한 교수의 특강 소식을 접한 보수 시민단체들은 강한 우려를 표하면서 구청의 계획 취소를 촉구했다.

    안보시민단체 블루유니온 등은 한 교수의 현대사 특강을 추진한 노원구청 앞에서 연일 반대집회를 열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김일성을 ‘자수성가형 민족영웅’이라고 찬양한 종북주의자를 구민들을 상대로 한 특강의 강사로 초빙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시민단체가 법원에 구청의 한 교수 특강을 막아달라며 소송을 내는 등 파문이 확산되자, 구청은 지난 21일 돌연 행사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구청은 김성환 구청장 명의로 특강 취소에 관한 입장을 밝히면서 시민단체의 반발에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구청은 한 교수의 강의를 들은 주민들의 높은 호응과 요청으로, 다시 특강을 준비했으나 보수단체들이 ‘종북’주장으로 논란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나아가 김성환 구청장은 구청장과 구를 ‘종북’으로 몰려는 시도에 ‘묵과’하지 않겠다며 법적대응 방침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구청은 학계에서도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한 교수 특강 주최를 ‘민간’으로 변경한다고 설명했다.


    구청의 이런 입장변화에 따라 한 교수 특강은 지역시민단체인 마들주민회가 주최를 맡았다.

    그러나 한 교수 특강 주체가 구청에서 시민단체로 바뀐 뒤에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구청이 시민단체로 명의 주체만 바꿔 예정된 특강을 계속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구청이 밝힌 대로 ‘협의’를 거쳐 한 교수의 특강 주최를 맡은 '마들주민회'는 역사가 20년이 넘는 노원지역 내 대표적인 시민단체다.

    1990년 상계동 철거민 가정의 학생들을 돌보는 공부방을 모태로 한 주민회는 2000년 마들주민회로 새로 태어났다.

    현재 단체 산하에 마들여성학교, 마들창조학교(지역아동센터), 자연터(재활용가게) 등을 두고 있다.

    주 활동분야는 지역 내 소외된 여성과 청소년들을 위한 각종 교육 및 복지 등이다.
    여기에 일반 주민을 상대로 한 ‘인문학 특강’도 하고 있다.

    재원은 대부분 후원자가 보내주는 회비로 충당하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별도의 수강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 측에 확인한 결과 구청으로부터 별도로 사회단체 보조금 기타 지원금을 받는 것은 없었다.

    - 구청이 마들주민회에 금전적 지원을 하는 것은 없는가?

    사회단체보조금 지원사업이 있지만 마들주민회는 해당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알기로 마들주민회에 보조금을 지원한 것은 없다.

        - 구청 관계자


    지역에 기반을 둔 이른바 풀뿌리 시민단체로 여성과 청소년을 위한 교육과 주민을 대상으로 한 문화사업에 주력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야성(野性)’이 뚜렷하다.


    1990년 당고개 아래 상계4동은 고향에서 쫓겨 온 사람들이 다시 명동으로 부천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던 설움 가득한 동네였습니다.
    마들주민회의 전신, '상계어머니학교'는 그 동네 사람들 중에서도 여성이란 이유로, 또 배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중 삼중의 차별과 설움 속에 갈기갈기 맘 찢긴 그녀들과 함께 지역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 ‘마들주민회’ 10주년, ‘마들여성학교’ 20주년 후원 행사 초대글 중


    실제 주민회는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노원지역에서 자체 촛불집회를 열면서 분위기를 이끌었다.

    2006년부터는 한국역사연구회 등과 공동으로 지역민들을 상대로 한 인문학특강을 시작했다.
    작년 12월에는 <다큐영화 ‘유신의 추억-다카키마사오의 전성시대’> 상영을 기획하기도 했다.

  • ▲ 마들주민회가 공동주최한 '유신의 추억' 무료 상영회 소식.ⓒ 출처 마들주민회 카페 화면 캡처
    ▲ 마들주민회가 공동주최한 '유신의 추억' 무료 상영회 소식.ⓒ 출처 마들주민회 카페 화면 캡처


    박원순 시장과의 인연도 눈에 띤다.

    박 시장은 지난 2009년 6월 <박원순의 희망탐사>라는 이름 아래 마들주민회 대표 서진아씨와 인터뷰를 했다(<풀뿌리정치운동조직, 마들주민회의 꿈과 실천>).

    당시 박 시장은 주민회가 주도했던 촛불시위와 인문학강좌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 ▲ <박원순의 희망탐사113, '풀뿌리정치운동조직, 마들주민회의 꿈과 실천'> 블로그 화면 캡처.ⓒ
    ▲ <박원순의 희망탐사113, '풀뿌리정치운동조직, 마들주민회의 꿈과 실천'> 블로그 화면 캡처.ⓒ

    마들주민회는 촛불시위를 가장 모범적으로 해왔다고 자랑한다.
    작년 7월 2일 이후에 지금까지 매주 목요일 한번도 거르지 않고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시내에 참여할 수 없는 지역주민들이 모였다.
    한두번 하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지역주민들이 계속 나오는 바람에 계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이 오히려 스스로 운영위원회를 꾸려 하고 있고 주민회는 상근자 하나 파견한 것 뿐이다.
    이 촛불시위의 주제가 계속 바뀐다.
    쇠고기 문제는 작년 10월 이후에는 안나왔고, 의료민영화, 청년실업, 이른바 MB악법 등이 주제로 떠올랐다.
    발언자가 없으면 동영상을 그냥 틀어놓기도 한다.

    2006년부터 마들주민회는 아주 특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바로 지역주민들을 위한 인문학교실을 시작한 것이다.
    한국역사연구회(한역연)라는 학자들 조직과 함께 한 프로젝트였다.

        - <박원순의 희망탐사 113, '풀뿌리정치운동조직, 마들주민회의 꿈과 실천'>



    주민회와 인문학 특강을 함께 한 한국역사연구회는 ‘백년전쟁’을 만든 민족문제연구소 등과 함께 대표적인 이른바 [깡통진보] 역사학자들의 연구모임이다.

    한국역사연구회는 2009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직후 민족문제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 한국근현대사학회, 역사학연구소, 민족운동사학회 등 한국사 관련 학회 및 학자들과 공동으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독재정권은 반드시 붕괴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었는가’라는 제목이 붙은 당시 시국선언문이 주장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전직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데 대해 그 진실과 책임소재를 국민 앞에 정확히 밝힐 것,
    ▲ 소수 기득권층을 위해 시행되는 각종 정책을 폐기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장애인·빈민을 위한 정책을 시급히 강구할 것,
    ▲ 미디어관련법 강행처리 기도 중단 및 언론·출판·집회·시위의 자유 보장,
    ▲ 對北 대결정책 기조 포기 및 평화와 화해, 협력을 위한 정책의 시행.



    한 교수의 특강이 구청에서 진보성향 시민단체로 간판만 바뀌어 열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발도 다시 거세지고 있다.

    일부 보수시민단체는 구청이 눈가림을 하고 있다면서 추가 행동에 들어갈 뜻을 밝히는 등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