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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H.O.T와 함께 국내 가요계를 양분했던 아이돌그룹 젝스키스의 강성훈이 사기 혐의에 연루돼 눈총을 사고 있다.
2009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지인들로부터 9억~10억 원 상당의 돈을 편취한 혐의로 성동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5개월만에 보석 석방된 강성훈은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모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뒤섞여 사실과 다른 얘기들이 기사화 되고 있다"며 "자신에 대한 기사들이 상당 부문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먼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그동안 제 사건에 대해 왜곡 보도된 부분이 있어 이에 대한 오해를 풀고자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날부터 지금까지 제가 기자회견이나 어떠한 언론 대응도 하지 않아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모든 진실에 대해 말로만 떠들 것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증거들을 제시하겠습니다. 제가 돈을 빌린 것은 맞지만 편취를 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기자회견장에 매니저를 대동하고 나타난 강성훈은 자신의 말처럼 각종 증빙 서류와 녹음파일을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한모씨로부터 협박을 당했다는 주장을 할 때에는 핸드폰에 녹음된 한씨의 목소리를 직접 마이크로 들려주는 장면까지 연출했다.
전날 서울북부지법에 열린 공판에서도 "금전적인 거래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자신 역시 피해를 당한 사실이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강성훈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잘못한 점이 있다면 당연히 처벌을 달게 받겠으나 사실과 다르게 오해를 산 점이 있다면 반드시 바로 잡고, 필요하면 법적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동안 언론 접촉을 피하며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는 그의 주장대로 자신의 해명을 입증할 만한 다량의 증거들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랫동안 수세에 몰렸던 강성훈이 '반격의 카드'로 내민 것은 다름아닌 사채업자 고모씨였다.
한때 강성훈을 사취 혐의로 고소할 정도로 앙숙 관계였던 고씨는 놀랍게도 이날 회견장에서 "강성훈이 연예인이라는 점을 악용해 그를 괴롭혔다"며 깊은 사죄의 뜻을 밝혔다.
"저는 강성훈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던 사채업자로 이번 사건을 일으킨 원인 제공자입니다. 두 자녀의 아버지로서 더 이상 양심을 속이고 싶지 않아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강성훈이 유명 연예인이라는 점을 이용해 그에게 아픔과 상처를 주었고 그로 인해 형사 처벌까지 받았습니다."
고씨와 강성훈의 악연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11월 강성훈은 고씨 등 4인으로부터 1억 5,000만 원을 사취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이 사건은 당시 각종 언론에 대서특필되며 강성훈에게 씻을 수 없는 오점을 안겼다. 그런데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는 촌극이 빚어졌다. 팩트를 확인해 보니 오히려 강성훈이 피해자인 것으로 드러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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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당시 강성훈은 고씨로부터 "언론에 알리겠다"는 협박을 당하고 총 4억 2,900만 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고소인 일부가 공갈협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면서 사건은 조용히 마무리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고씨가 강성훈에게서 편취한 합의금을 최대한 줄이고자 강성훈의 또 다른 채권자 오씨를 만나 별도의 '합의'를 하게 된 과정이 공개됐다.
고씨는 취재진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모두 인정한 뒤 "자신 때문에 강성훈이 2배 이상의 금액을 포기하고 오씨와 변제 합의를 하게 된 셈"이라고 실토했다.
"강성훈이 오씨에게 변제해야 할 금액이 있었는데 제가 강성훈에게 줘야 할 돈, 6억2천만원으로 대신 변제한다는 합의를 제가 오씨와 한 사실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합의 때문에 강성훈은 6억여원을 포기하게 된 셈이죠. 저와 오씨는 강성훈이 오씨에게 갚아야할 돈 전액을, 제가 강성훈에게 변제할 돈으로 대신한다는 약조를 맺었습니다. 이 금액은 약 9천만원 가량입니다."
고씨는 "이같은 이면합의는 구속 수감 중이던 강성훈이 전혀 몰랐던 얘기"라며 "자신과 오씨가 합의를 한 뒤 일방적으로 강성훈 측에게 동의를 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는 오씨와 합의를 하면 강성훈에게 합의금을 적게 줄 수 있으리란 생각에 동의를 했습니다. 일단 우리 둘이 합의를 끝내고, 강성훈의 어머니와 이모님을 불러내 합의를 할 것을 종용했습니다."
따라서 고씨는 "자신이 오씨와의 '합의 이행'을 못한 것이지 강성훈이 못한 것은 아니"라며 "자신의 잘못으로 강성훈에게 큰 피해가 돌아갔다"고 말했다.
"제가 지금 어려운 형편에 있어 오씨에게 전액 변제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두 차례 나누어서 돈을 갚고자 하는 의지는 보여드렸습니다. 이번 일로 물의를 일으켜 대단히 죄송합니다."
한편, 강성훈은 "자신이 여러 사채업자들과 얽히고 수억대의 빚을 지게 된 것은 자선 콘서트 사업을 진행하다 갑작스레 자금줄이 막혔기 때문"이라며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고자 빌린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2008년 중순 한 지인으로부터 IVI국제백신연구소에서 주최하는 IVI자선 콘서트 사업을 제안받았습니다. 고민 끝에 이듬해부터 제가 직접 IVI자선 콘서트 사업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당시 행사를 준비하면서 자금이 필요했는데 얼마 뒤 투자 약정을 맺은 쪽에서 일방적으로 약속을 어기면서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강성훈은 자신의 말을 입증하기 위해 미래창업투자사와 맺었던 투자계약서를 공개했다. 이미 본인 돈 10억원 이상을 해당 사업에 쏟아부었던 강성훈은 창투사 측의 자금 지원 중단에도 발을 뺄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콘서트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시 3배의 위약금을 물어야하는 조항이 강성훈의 발목을 잡았다.
게다가 '젝스키스의 옛 동료들과 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열망이 콘서트 사업을 포기하지 못하게 된 주된 이유였다는 게 강성훈의 주장.
이때 강성훈을 찾아온 장본인이 바로 사채업자 고씨였다. 친한 지인의 소개로 고씨를 만나게 된 강성훈은 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고씨는 오히려 강성훈이 연예인이라는 점을 이용, 강성훈의 돈을 불려서 투자하겠다는 '허언'을 건넨 뒤 강성훈으로부터 수억원을 편취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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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진에게 창투사 등과 맺었던 각종 계약 서류를 보여주고 있는 강성훈의 매니저. ⓒ 조광형 기자
강성훈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무리한 사업을 진행하다 강성훈이 입은 손실은 무려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훈은 "이미 밝힌 바 대로 자신은 사업추진을 하지도 않으면서 자금을 편취하려고 돈을 빌린 게 결코 아니"라며 IVI국제백신연구소와의 MOU(양해각서), 각종 정산 자료, 일본 출연진의 계약서 등을 낱낱히 공개했다.
강성훈은 "언론을 통해 소개된 '외제차 사기 사건' 역시 왜곡된 보도"라고 주장하며 "해당 차는 분명히 자신의 차"라고 거듭 주장했다. 또한 "앞으로는 오해가 있으면 오해를 풀고, 자신의 명예가 실추된 부분에 대해선 법적 소송을 통해 진위를 가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합의 불이행' 등의 이유로 오모씨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강성훈은 오는 12월 12일 피고인 자격으로 공개 재판에 참석할 예정이다.
[취재/사진 = 조광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