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이용섭 정책위의장 ‘전남 광주 발전 16대 공약’ 발표정작 제주에선 실익 없어 “싫다는데…” 여론 눈치보기 돌입
  • 문재인을 대선후보로 내놓은 민주통합당이 7일 ‘호남-제주 해저터널 건설’을 호남발전공약의 하나로 내놓았다가 여론의 반발에 부딪히자 슬그머니 철회하는 척 했다. 하지만 이 공약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것은 아니어서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민통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이날 광주광역시를 찾아 ‘호남을 위한 16대 지역공약’을 내놓으면서 자신들이 정권을 잡으면 전남-제주 해저터널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목포에서 제주도까지 해저터널을 뚫으면 총 연장 167㎞로 (KTX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제주까지 2시간 30분 내에 갈 수 있다. 목포-제주 해저터널은 세계 각지에서 추진하는 해저터널사업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어 한국이 해저터널 기술의 선진국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용섭 의장과 함께 온 민통당 관계자들은 “해저터널 건설을 통해 낙후된 호남권을 발전시키고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기 위해 차기 정부에서 적극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문제는 여기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 계획대로라면 ‘전남제주해저터널’은 지상 66㎞, 해남에서 보길도까지 해상교량 28㎞, 보길도에서 제주도까지 해저터널 73㎞로 구성된다. 최저 수심은 160미터 내외가 될 것이라고 한다.

    국토해양부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총 공사기간은 14년, 공사비용은 최소 14조 원에서 최대 20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 전남제주 해저터널이 건설되면 44조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6조 원의 임금유발효과, 34만 명의 고용창출효과 등 다양한 경제적 효과도 예상했지만 사업 타당성은 낮게 나왔다고 한다.

    민통당의 ‘호남 공약’에 따르면 호남제주 해저터널과 KTX 호남선 사이에 무안국제공항까지 연결한다는 계획도 추가돼 있다. 이 경우 '전남제주해저터널' 건설비용은 훨씬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제주 지역에서는 ‘전남제주해저터널’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는 7일 엄상근 제주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해 제주 지역의 반대여론을 전했다. 다음은 보고서의 일부다.

    “해저고속철도는 세계적인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섬 고유의 정체성을 변화시켜 제주가 가진 국제적인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고 이는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중략)…제주를 방문하는 중화권, 일본, 동남아의 외국인 관광객은 주로 항공기 직항노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해저고속철도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는 도움이 안 된다…(하략).”

    엄 연구원은 이 뿐만 아니라 호남과 제주를 고속철로 연결하게 되면 제주도 숙박객이 크게 줄면서 지역 관광산업이 크게 침체될 것을 우려했다. 실제 호남과 제주 사이의 카페리 운항이 늘면서 제주 지역 렌트카 업체 상당수가 도산한 사례도 있다. 현재 제주도의 렌트카 비용은 전국 최저 수준이다.

    국토부의 연구용역 보고서 결론도 사업 실행에는 부정적이다. 용역 결과 나온 사업 타당성을 살펴보면 편익비용(B/C)이 0.78에 불과해 ‘사업 타당성 부적합’이라는 의견이 많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KTX 요금도 10만 원 안팎으로 예상돼 저가 항공사에 비해 소비자 편의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민통당의 ‘호남 공약’을 들은 네티즌들은 “DJ․盧정권 시절 J프로젝트, S프로젝트로 저축은행 배불린 것도 모자라 또 호남 퍼주기 사업을 하려는 거냐” “4대강 사업은 절대 불가라며 이런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이는 이유가 뭐냐”는 등의 반발 의견을 내고 있다.

    과거 DJ-盧정권은 호남지역을 '균형개발'하겠다며 J프로젝트, S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수십조 원의 사업계획을 추진한 바 있다.

    민통당은 지금까지 호남 외의 다른 지역에서는 이 같은 대규모 토목공사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