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형사처벌 범주 행위 규제..욕하는 것도 자유인가?
  • “인터넷 세상에서만 보면 이명박 정부는 독재정권이다.”

    세상 모두가 표현의 자유를 외쳐도 문재인 만큼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놈의 표현의 자유라는 위선에 겹겹이 쌓인 악성 댓글과 무분별한 비난 덕분에 평생지기라 불러온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던가.

    그런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이제 대선 앞에서 ‘인터넷 세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외치고 있다.

    "지난 이명박 정부 5년간, 인터넷 산업 관계자분들의 어려움이 많으셨다고 들었다.

    돌이켜 보면, 인터넷 산업 분야에 대해 관심과 철학이 남다르셨던 김대중, 노무현 두 분 대통령님과 이명박 대통령 시대 인터넷 산업의 활력은 정말 달랐던 것 같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정책마인드가 산업 환경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15일 판교 테크노밸리 글로벌 R&D 센터에서 열린 한국인터넷포럼 초청 정책간담회에서


    문 후보는 지난 10년간의 좌파 정부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워놓은 인터넷(IT) 산업이 MB 정부에 들어와 각종 규제와 통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비난을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는 마치 군사독재 시대 언론을 통제하듯 인터넷을 통제하려 했다. 이는 정말 유신시대나 어울릴만한 사고방식이다. 국민의 기본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겠는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명박 정부 덕분에 우리나라가 어느새 ‘인터넷 검열국가’라는 오명을 쓰고야 말았다."

  •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 정상윤 기자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 정상윤 기자


    그러면서 문 후보가 들고 나온 근거 자료가 8월 12일자 <뉴욕타임즈>의 기사다.

    <Korea policing the Net. Twist? It's South Korea>

    번역하면 <한국, 인터넷을 단속하다. (어느 코리아인지)헷갈려? 남한 얘기다>라는 것으로 마치 북한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남한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식으로 비꼬는 기사다.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 수치상 100%를 육박하며 국민 절반이 해외 유선 인터넷보다 빠른 모바일 기기를 들고 다니는 IT강국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이제 인터넷 보급률 70%를 갓 넘긴 미국이라는 나라가 인터넷 문화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기에 그렇게 써 갈긴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문 후보는 이를 인용하며 MB 정권은 인터넷 독재 정부로 매도했다.


    기사 내용을 살펴보자.

    <원문참조>
    http://www.nytimes.com/2012/08/13/world/asia/critics-see-south-korea-internet-curbs-as-censorship.html?pagewanted=all

    우선 이 신문은 우리나라에서의 인터넷 게시글 삭제나 접속차단 조치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1만5천건에서 2011년 5만3천건으로 약 3배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결과는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올해 한국을 인터넷 감시국으로 선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욕하는 ‘2MB18nomA’라는 트위터를 운영한 송모씨(42)의 계정이 접속차단조치된 것도 일례로 소개했고, 페이스북에 ‘가카새키 짬뽕’이라는 사진을 올린 서기호 전 서울북부지법 판사(통합진보당 의원)도 언급했다.


  • ▲ 뉴욕타임즈 인터넷판 기사 화면
    ▲ 뉴욕타임즈 인터넷판 기사 화면



    ◆ 미국 너희가 인터넷 그리고 휴전국을 알아?


    우선 친미주의를 극도로 혐오하는 민주통합당이 <뉴욕타임즈>를 인용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긴 하지만, 이 신문이 과연 한국의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보도했는지가 의문이다.

    당장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휴전국가인데다 북한의 간첩이 사회곳곳에서 활약하고 있고, 국회의사당에서까지 종북사태가 벌어지는 나라를 두고 자신들은 ‘대통령에게 욕을 할 수 있는 나라’라고 뻐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먼저 <NYT>가 지적한 게시글 삭제조치에 대해 알아보자.

    인터넷상 게시글을 차단하거나 삭제조치를 하는 사실상의 주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다.

    이 단체는 ‘광우병 괴담’이 한창 대한민국을 들쑤실 적인 2008년 5월 민간 독립기구로 출범한 민간단체다. 방송과 인터넷상에서 도박·불법상거래 등 범죄행위와 불건전한 콘텐츠 내용을 심의한다.

    단적으로 참여정부에 비해 현 정부에서 인터넷 게시글 삭제나 접속차단 행위가 늘어난 것은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단체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단체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일까?

    다음은 올해 1월부터 9월 30일까지 방심위가 제재를 가한 콘텐츠 내용이다.

  • ▲ 뉴욕타임즈 인터넷판 기사 화면


    총 5만2천617건의 심의건수 가운데 4만9천933건에 대해 시정요구를 했다.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인터넷사이트는 불법도박사이트로 2만2천525건을 심의해 2만2천221건을 시정요구했다.

    다음이 불법 식의약품, 그리고 성매매 글이나 음란성 콘텐츠다.

    기준은 형법상의 범주인 것은 물론, 이에 대한 처벌 및 규제가 사회적 공론화된 사안들이다. 현실사회에서 '죄'가 되는 일을 온라인상에 벌일 경우 제재한다는 얘기다.


    ◆ 文, MB 비난에만 바빠…이게 바로 선전·선동


    더 큰 문제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 후보가 부르짖는 표현의 자유의 범위다.

    '그놈의 표현의 자유' 덕분에 온 국민이 광우병 공포에 떨었고, 대한민국 중심 광화문 광장이 통제불능의 무법천지가 됐다. 임기를 막 시작한 대통령을 식물인간으로 만든 건 둘째치고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뉴욕타임스>도 지적한 ‘2MB18nomA’ 사태다.

    트위터 아이디 ‘2MB18nomA’가 방심위에 의해 차단된 이유는 이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연상시킨다는 것. 18놈 혹은 시발놈(십할놈)의 의미는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욕이다.

    방심위는 계정에 대한 차단이유에 대해서도 정치적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치적 표현에 대한 심의를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정치인에 대한 명예훼손 등 정치적 표현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 애매하다. 일각에서 내년 총선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해당 정보는 중앙선관위가 공직선거법에 의해 전권을 가지고 있다. 그럴 의도가 없다”
     -박경신 방통심의위 심의위원


    대통령을 욕한 국가원수모독죄가 아니라 이명박이라는 한 국민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는 취지인 셈이다.

    친구사이에도 이 같은 욕설을 문자로 보내거나 공개게시판에 실명과 함께 쓴다면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은 물론이다.

    문 후보가 말하는 인터넷상에서 표현의 자유는 강력범죄, 마약, 도박, 성매매 등이 판치는 인터넷 환경에서 이 같은 방종까지도 묵인해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는다.

  • ▲ 욕설과 악성댓글로 점철된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의 검은 이면까지 표현의 자유로 존중해야 할까? 아니면 이를 규제하는 정책을 탄압이나 독재로 매도하는 문재인 후보의 말을 믿어야 할까? ⓒ 연합뉴스
    ▲ 욕설과 악성댓글로 점철된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의 검은 이면까지 표현의 자유로 존중해야 할까? 아니면 이를 규제하는 정책을 탄압이나 독재로 매도하는 문재인 후보의 말을 믿어야 할까? ⓒ 연합뉴스


    인터넷 보급 이후 수많은 악플과 대책 없는 허위사실 유포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연예인들의 안타까운 사연의 이면에는 지르기만 하고 책임지지는 않는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의 검은 이면이 있지 않았던가.

    더 나아가 '그놈의 표현의 자유' 덕분에 평생지기라 불러온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던가. 언제까지 정치검찰의 탄압이라고 주장할지는 모르겠다.

    야권은 이 문제를 '제2의 미네르바'로 규정하려하지만,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제2의 노무현'으로 불러야 할 개연성도 많다는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 노무현 추진한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판결 잊었나?


    인터넷 규제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꼽히는 인터넷 실명제를 시작한 것은 사실 노무현 정부에서다.

    2004년 3월 12일 개정ㆍ공포된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개념으로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대비해 익명성을 악용해 인터넷 공간에서 불법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처음으로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일치 여부를 확인했다.

    '인터넷실명제'가 처음 도입된 것도 2007년이다. 역시 노무현 정부가 한 일이다.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30만 명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를 대상으로 시작한 것.

    물론 문재인 후보의 주장처럼 이명박 정부에서 2009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사이트 유형 구분 없이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10만 명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 등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문재인 후보가 ‘이명박 정부, 인터넷 독재’라고 주장한 근거도 바로 이 부분. 하지만 문재인 후보가 독재라고 표현한 인터넷 규제를 처음 시작한 사람이 노무현 前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자신이 모시던 노무현은 괜찮고 이명박은 독재라는 식의 '초딩'식 논리를 구사할 선동꾼은 아니다. 아니여야 한다. 그런데...

    익명을 요구한 방통위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의 ‘이명박 정부, 인터넷 독재’ 발언은 실언에 가깝다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의 발언의 근거는 분위기에 편승한 결과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그간 심의해 오던 SNS를 별도의 전담팀을 꾸려 심의하기 시작했다. 이는 SNS 사용자가 많아 지는 현상에 반응한 것이지 SNS나 인터넷 자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아니다. 그런데 일부에서 이를 두고 'SNS 규제'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문재인 후보도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그런 발언을 한 것 같다.”

  • ▲ 자살로 생을 마감한 탤런트 고 최진실의 발인날 최 씨의 동생 최진영이 오열하는 모습. ⓒ 연합뉴스
    ▲ 자살로 생을 마감한 탤런트 고 최진실의 발인날 최 씨의 동생 최진영이 오열하는 모습.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