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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무술 영화의 한 획을 그은 성룡과 홍금보. 무술 배우의 산실 '북경 경극학교'을 거쳐 나란히 영화계에 뛰어든 두 사람은 '오복성' 시리즈와 '쾌찬차' '프로젝트A' 등을 연달하 히트시키며 수년간 홍콩 무술 영화의 황금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이들의 우정은 성룡이 제기한 '표절 시비' 한 건으로 단박에 무너졌다. 자신이 제안했던 '서부극에 쿵푸를 접목시키자'는 아이디어를 홍금보가 다른 영화에 도용했다는 것. 홍금보가 흥행부진으로 곤경에 처했을때 먼저 손을 내밀어 재기를 도왔던 성룡으로선 당시 사건에 커다른 배신감을 느꼈고 결국 홍콩을 떠나 헐리우드로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예전에 이승환씨가 자신의 공연을 도용당했다고 불만을 토로해 난리가 난적이 있었는데 제가 그 입장이 되니 너무 이해가 되네요."
지난 9월 가수 김장훈은 누군가 자신의 공연 아이템을 베껴 사용했음을 암시하는 글을 SNS에 올려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다수의 가요 관계자들은 김장훈이 거론한 인물을 가수로 싸이로 보고 있다. 오랫동안 함께 공연하며 각종 노하우를 전수받은 싸이가 '김장훈식 콘서트'를 스스럼 없이 펼치면서 '원조' 김장훈의 심기가 매우 불편해졌다는 것. 마치 홍콩스타 성룡과 홍금보의 불화설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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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늪에 빠진 싸이, 김장훈 덕에 구사일생 = 싸이에게 김장훈은 은인 같은 존재다. 영화 '잡가소자'의 흥행 참패로 실의에 빠진 홍금보에게 성룡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줬듯, 김장훈은 싸이가 2007년 재입대 문제로 곤란한 지경에 놓였을때 아낌없는 조언과 도움을 줬다.
싸이에게 재입대를 권고한 김장훈은 싸이가 군 복무로 공백기를 가질때 그를 대신해 싸이의 회사 식구들을 챙겼고 두 달에 한 번꼴로 면회를 가는 진한 우정을 과시했다. 군제대 후 김장훈과 공연기획사를 공동 설립한 싸이는 합동콘서트 '완타치' 전국투어를 성공리에 마치며 김장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라이브형 가수'로 우뚝섰다.
싸이는 '기부천사' 김장훈과 행보를 같이하며 자신에게 씌워졌던 각종 '오명'을 떨쳐낼 수 있었고, 국내 최고 수준의 공연 연출가인 김장훈으로부터 노하우를 익히는 행운도 누렸다.
그러나 김장훈의 공연 노하우를 그대로 답습하는 싸이의 행동은 시시 때때로 김장훈의 화를 불러 일으켰다. 지난 5월 방송된 MBC '놀러와'에 출연한 김장훈과 싸이는 "실제 공연 문제로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두 사람의 불화설은 이 방송 이후로 재점화 됐고, '동반자'에서 '라이벌', '앙숙'으로 진화(?)하는 단초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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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장훈 "내거 보고 한 거지?" 분노 = 2003년 '새'로 스타덤에 오른 싸이는 김장훈의 도움을 받아 전국 투어에서 엄청난 관객을 끌어모으는 대성공을 거뒀다. 이듬해 '크리스마스 시즌' 바쁜 김장훈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었던 싸이는 어깨 너머로 배운 김장훈의 연출 기법을 자신의 공연에 도입했다.
싸이가 자신의 무대를 '염탐', 공연 기법을 따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장훈은 얼마 뒤 이문세가 주최한 술자리에서 싸이에게 "그거 내거 보고한 거지?"라고 물으며 단도직입적으로 표절 문제를 거론했다. 하지만 싸이는 "선배가 후배 것을 베끼면 문제가 되지만 후배가 선배한테 배우는 건 문제가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워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켰다.
김장훈은 당시 방송에서 "당돌한 싸이의 대답에 어이가 없었지만 한편으론 좋았다"며 화기애애한 무드를 이어갔지만, 자신의 공연 컨셉을 그대로 모방한 싸이에게 적잖은 실망감을 드러냈었다는 게 다수 가요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두 사람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서로 말도 안붙일 정도로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 기간 동안 서로를 뛰어넘기 위해 각자 자신의 공연에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면서 3년 내내 '적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고.
화해의 물꼬는 선배 김장훈이 텄다. 싸이가 군문제로 심각한 위기에 처했을때 김장훈은 "빨리 군대를 갔다오는 게 상책"이라며 멘토 역할을 자처했다. 이에 고마움을 느낀 싸이는 입대 전 김장훈에게 '소나기'라는 곡을 선물했고, 김장훈은 싸이의 군부대에서 위문 공연을 펼치는 등, 두 사람은 다시 예전처럼 서로를 극진히 아끼는 형-동생 사이로 돌아갔다.
두 사람의 우정은 '합동 공연'으로까지 이어졌다. 2009년 9월 공연기획사 '공연세상'을 설립한 두 사람은 '김장훈·싸이의 완타치' 공연으로 전국에서 3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는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지난해 말까지 공연계에 '완타치 열풍'을 일으켰던 김장훈-싸이 콤비는 불현듯 결별을 선언, 각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당시 김장훈은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미련없이 완타치 공연을 접겠다고 밝혔다. 자연히 싸이와의 '불화설'이 불거졌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2007년 화해한 두 사람이 같이 공연을 다니면서 예전 해묵은 감정들이 다시 올라와 부딪히는 것 같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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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름시름 앓는 기부천사
"내일 아침 일어나면 저는 완전히.." 자살암시글 파문
대체 왜? -
■ "지인들 배신에 견딜 수 없어.." = 결론적으로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 9월 다분히 싸이를 겨냥한 심경글을 SNS에 올린 김장훈은 10월 5일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게재해 파문을 일으켰다. "믿었던 이들에 대한 배신으로 더는 못 견디겠다"는 절절한 고백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됐고, 김장훈에게 '절망감'을 심어준 요인 중 하나로 싸이와의 갈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몸은 쓰러지는데 정신은 또렷. 지금 잠들면 내일 아침에 못 일어날 수도 약을 너무 먹었나봐요. 미안해요. 아까까지도 오랜만에 내 사랑하는 엄마도 보고 사람들 만나 앞으로의 희망을 얘기했는데. 제가 무너지네요. 혹시라도 내일 아침 일어나면 그때 저는 완전히 잘 살기. 믿는 이들의 배신에 더는 못 견디는 바봅니다. 미안요."
"끝까지 이겨냈어야 하는데 결국 못 이기고 무너져서 정말 미안하고요. 혹시라도 저 너무 욕하지도 말고. 상심하지 말기. 형이 미안하다. 간다."
이같은 글이 게재되자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장훈이 형 걱정 안 하셔도 좋다. 이번 타임스퀘어 빌보드 광고하면서 많이 좋아졌고 또 중국진출 준비로 힘을 많이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서둘러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 교수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도 "독도 행사 때문에 심신이 매우 지친 상태"라며 "김장훈의 멘션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장훈은 "절대로 건강 문제가 아니"라며 측근들의 해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는 "건강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며 "거짓말하기 싫다. 매니저들, 제발 수습하지 말아달라"는 글을 미투데이에 올려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제 깼습니다. 매니저 애들이 제 글을 지웠네요. 해킹을하다니..건강챙기란 문자들이 고맙고 웃기네요. 어차피..건강 문제가 아니라, 마음 문제인데. 음…이순간까지 정신이 몽롱합니다. 거짓말하기 싫구요. 그거..맞구요. 퇴원하는대로 다시 끝냅니다. 매니저들 수습하지마삼."
"딱 하나만..독도 때문에 지친거아닙니다. 그럼 독도한테 너무. 오히려 독도 때문에 그나마 버텼는데..미안하죠 절대..사람 때문에 지친거죠. 사람 같지 않은 사람들..결국 손바닥으로 하늘을 못가리겠죠."
김장훈은 "그거..맞구요"라는 말을 남겨, 팬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자살 기도' 혹은 '싸이와의 갈등'이 사실임을 간접 시인했다. 또 "사람 같지 않은 사람들..결국 손바닥으로 하늘을 못가리겠죠"라는 말로 누군가의 배신으로 큰 상처를 받았음을 드러냈다. 뉘앙스를 보면 단순한 지인이 아닌 '최측근'을 겨냥한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김장훈의 미투데이 발언으로 싸이와의 불화설은 수면 위로 급부상했고, 두 사람의 관계를 묻는 네티즌의 질문들이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에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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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담소를 나누고 병상을 지켰다고?" = 바로 이때, "싸이가 5일 밤 김장훈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가 담소를 나눴다"는 모 매체의 보도가 불거졌다.
해당 보도에는 "둘 사이가 나빠진 게 아니냐는 루머가 있었지만 싸이는 이날 밤 10시쯤 병원을 찾아 6일 오전까지 김장훈과 함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싸이가 문병 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며, 몸 상태도 많이 좋아졌다"는 김장훈 측근의 발언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 보도가 나온 직후 김장훈이 의미심장한 글을 미투데이에 올렸다. 앞뒤 정황을 살펴보면 김장훈이 거론한 '울분의 대상'은 바로 가수 싸이였다.
"당분간 글도 안올리고 11일 앨범 발매까지 다 미루고(전문용어로. 망한거죠)혼자 삭히고 당분간 제 맘정리 할 때까지 한국을 떠 나려고 하는데 왜 자꾸 상황을. 이렇게. 언론 플레이로 갑니까. 이럴려구 6개월만에 찾아와 밀고 들어왔나? 담소를 나누고 병상을 지키다. 하하 참.. 미치겠네요. 결국 진흙탕이 되나?"
"나름 국위선양한답시고 더이상 일이 불거지지않게 조용히 해주마라고. 내가정리하고 이번 앨범 활동만 마치면 바로 떠날테니 걱정말고 다시 돌아갈 길은 없다고 했는데 이게 뭡니까..왜 자꾸 사람 몰아갑니까. 어디까지 사람을 바닥으로 몰고 가야 합니까. 이게 언론플레이입니까? 이래서 (제가)돌아갈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어진 멘션에서 김장훈이 앙심을 품은 대상이 싸이라는 사실은 더욱 명확해졌다. 그는 '그 친구가' 외국 활동을 해야하고 애국을 해야한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최근 해외 진출에 가속도가 붙은 싸이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제 그만합시다. 그 친구 외국 활동도 해야하구 애국도 해야하구. 인간은 미우나 국가적 차원으로.. 이런저런 얘기 안한다고 했잖습니까. 이사람들아. 제가 떠난다지 않습니까. 왜자꾸 사람. 왜소하게 만듭니까. 제발. 저좀 놔둬주십시오. 저도 힘듭니다. 진짜. 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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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이 공연 때문에 위안부 광고 뒷전.. = 한편, 김장훈과 싸이의 '불화설'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증언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상호 MBC 기자는 김장훈의 미투데이 발언이 논란을 빚자, 5일 자신의 팟캐스트 방송 '이상호 기자의 발뉴스'를 통해 "김장훈과 싸이 사이에 속상한 일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지난 1일 중국에서 열린 김장훈의 '한중수교 20주년 특집음악회'에 참석했던 이 기자는 "당시 김장훈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있다"며 "그는 싸이와의 심적인 고통을 토로했고, 당분간 한국을 떠나 중국 활동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 기자는 "싸이가 주목받을수록 김장훈의 상실감이 커지고 있다. 김장훈의 스태프들이 상당수 싸이에게로 빠져나갔다"는 최근 연예가에 돌고 있는 루머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는 달리 '라이벌' 싸이의 시청 앞 서울공연에 묻혀, 자신이 야심차게 준비한 '위안부 광고'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자 김장훈이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것 같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싸이의 시청 공연이 있던 10월 4일 김장훈은 자신의 미투데이에 "오늘부터 3개월간 뉴욕 타임스퀘어에 24시간 게시되는 위안부 광고입니다. 보험금까지 깼으나 제가 좀 역부족인지라 길거리면은 못했으나 자리는 괜찮아요. 꽃배달 사업 대박 치면 빌보드랑 전광판을 아예 살 거니까요. 좀 기다려보아요"라는 글을 게재했다.
하지만 빌보드 차트를 휩쓴 싸이의 무료 공연 소식 때문에 김장훈의 '선행'은 자연히 뒷전으로 밀렸다. 이튿날에도 대다수 매체들은 싸이의 공연 소식만 집중적으로 다뤘을 뿐, 김장훈이 외롭게 진행한 위안부 광고에 대해선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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