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안철수 원장, 나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라···기존 정당에 실망하지 않았나”
  • 각종 부정이 횡행하는 기성 정치를 부정했던 안철수 원장이 민주당과 힘을 합칠까? 

    12월 대선에서 ‘안철수-문재인’ 양측 유력 대권주자의 후보단일화 가능성이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현재 일부 야권 인사들은 대선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에게 민주통합당 입당을 종용하고 있다.

    ‘진보빅텐트 2.0’ 플랜을 주도하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민주통합당 신기남 상임고문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백낙청 교수는 “안철수 원장이 이제 와서 ‘나는 도저히 자신 없으니 물러서겠다’는 것은 민주당 후보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신기남 상임고문은 “공동수권정당은 미래지향의 수권세력이 가져야 할 조직과 국정경험을 학습하는 학교로 안철수 세력에게도 자기혁신의 결정적 기회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진보빅텐트 2.0’ 플랜은 민주통합당 후보의 대선승리로 귀결된다.

     

    √ 문국현 “안철수 원장을 민주당으로 끌어들이지 말라”

    하지만 안철수 원장을 잘 아는 주변 인사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안철수 원장이 기존의 정당정치를 강하게 불신해온 만큼 민주통합당에 입당하지 않고 끝까지 제3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안철수 원장이 정치 모델로 삼고 적극 관계를 맺고 있는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는 최근 S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존 정당에 실망한 안철수 원장은 국민들을 대변하기 위해 나온 것인데 어느 한 정당에 들어간다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양대 정당은 안철수 원장을 억지로 기득권 안에 끌어들이려고 하면 안 된다. 민주당하고 후보 단일화했던 분들이 여러분 있지만 그런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꼭 3각 구도는 불편하다, 4각 구도는 안 된다, 이런 것보다도 기존 정당이 국민의 마음속에 아직 살아 있는지, 국민들이 기성정당과 정경유착에 물들지 않은 미래지향적인 분을 선택할지 좀 더 두고 봐야한다.”

    문국현 전 대표는 안철수 원장을 향해 “나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 ▲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 “안철수? 이질적인 민주당과 몸 섞기가 쉽지 않을 것”

    전문가 역시 ‘안철수-문재인’ 후보단일화 성사 여부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안철수 원장과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 성사 가능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우선 안철수 원장이 대통령이라는 결과물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과정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질적인’ 민주통합당과 몸을 섞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안철수 원장으로선 지지층 이탈 가능성도 경계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한 민주통합당이 2010년 지방선거,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올해 대선에서조차 후보를 배출하지 못할 경우 존립 기반 자체가 붕괴되기 때문에 양보나 타협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신율 교수는 양측의 단일화 방식도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여론조사와 경선은 룰 합의도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고, 담판의 경우는 명분이 없다. 만약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해 두 사람이 공동의 위기의식을 갖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면 담판이 성사되긴 어렵다.”



    √ ‘안철수-문재인’ 주도권 경쟁 본격화

    신율 교수가 이러한 분석을 내린 이유는 ‘주도권 경쟁’으로 요약된다. 최근 대선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안철수 원장과 문재인 후보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원장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양측 진영 내에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문재인 후보 측 윤관석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은 “안철수 원장과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특정인의 의중대로 단일화 논의가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후보 진영에서는 정치적 담판을 선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원장은 19일 대선 출마선언을 계기로 지지세를 끌어올린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내놓을 대국민 메시지가 국민적 호응을 얻을 경우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나아가 대선 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민주통합당의 구태 정치와 계파 갈등에 실망한 국민들이 새로운 정치를 표방한 안철수 원장에게 지지를 보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 지난 9일 민주통합당 경선에서 친노-비노 측 지지자들이 막말과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9일 민주통합당 경선에서 친노-비노 측 지지자들이 막말과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 김한길 “안철수 원장이 들어온들 이기기 어렵다”

    민주통합당 김한길 최고위원은 안철수 원장의 입당문제에 대해 “변화가 없는 이 상태에서는 들어오라고 말하기도 힘들고 들어온들 이기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기득권을 놓지 않는 이해찬 대표와 문재인 후보 등 친노(親盧) 세력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18일 CBS 라디오에 출연한 김한길 최고위원의 발언 내용이다.

    “안철수 원장은 구 정치세력을 앙시앙 레짐(Ancien Régime), 구체제라고 비판했지 않냐. 비판한 것에 대한 온당한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 안철수 원장과 문재인 후보가 하나가 되더라도 양쪽의 지지자들이 온전하게 하나가 될 수 있다.”

    “지금의 민주당에 안철수 원장이 더해진다고 해도 민주당이 변하지 않은 채로 있으면 안철수 원장을 지지하던 표 중에 상당수가 따라오지 않다는. 무조건 둘이 더해지면 우리가 이긴다고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태정치의 껍질을 깨고 우리가 승리하든가, 기득권을 껴안고 주저앉고 말 것인지 선택할 시점에 와 있다. 최고위원회의 전권이 (대선후보로) 넘어갔기 때문에 이제는 문재인 후보의 역할과 책임이 훨씬 커진 상태다.”

    반면 ‘진보빅텐트 2.0’ 진영의 일원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인 민주통합당 송호창 의원은 “아무리 늦어도 11월 초중순 안에 안철수 원장과 문재인 후보가 단일화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