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근간..실명제 목적 달성 못해” “제도 시행에 따른 불이익이 공익 못지않게 커”제도 시행 5년 만에 역사속으로..
  • ▲ 헌법재판소.ⓒ 사진 연합뉴스
    ▲ 헌법재판소.ⓒ 사진 연합뉴스

    하루 이용자 수가 10만명이 넘는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반드시 실명을 확인토록 한 ‘인터넷 실명제’가 시행 5년 만에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날 헌재는 인터넷 실명제가 사생활의 자유와 언론·출판의 자유, 평등권 등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위헌 이유를 밝혔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5 1항 2호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게시판의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 이상인 경우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 게시판을 이용토록 하고 있다.

    헌재는 이 조항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할 뿐 아니라, 인터넷 실명제 시행에 따른 불이익이 공익 못지않게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인터넷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인터넷 게시판 운영자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며,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반한다”

    “(인터넷 실명제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외국인의 게시판 이용을 어렵게 하는 점, 게시판 정보의 외부유출 가능성이 증가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불이익이 공익보다 작다고 할 수 없다”

    제도 폐지에 따라 예상되는 역기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인터넷 실명제가 본래 취지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불법정보 게시자 추적은 인터넷 주소 확인 등을 통해 가능하고 피해자에 대한 구제는 정보삭제 또는 사후에 손해배상 및 형사처벌 등을 통해 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헌법적 가치로 이를 사전에 제한하기 위해서는 공익적 효과가 명백해야 한다. 인터넷 실명제는 그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헌재는 인터넷 실명제를 시행하면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점들이 더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게시판 이용자들이) 정보유출을 염려해 표현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더 높다. 6개월인 개인정보 보관기간도 지나치게 길고, 운영자가 정보를 삭제하지 않을 경우 무기한 보관될 우려도 있다”

    손모씨 등 3명은 2009~2010년 유튜브와 오마이뉴스 등의 인터넷 게시판에 익명으로 글을 올리려 했으나 인터넷 실명제에 따라 본인인증을 거치 뒤에만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헌법소원을 냈다.

    또 다른 청구인인 미디어오늘은 2010년 방송통신위가 자신들을 본인확인제 적용대상 사업자로 선정하자, 그 동안 익명으로 게시판에 글을 올리던 이용자들의 불편을 이유로 헌법소원을 냈다.

    인터넷 실명제는 지난 2007년 7월 악성댓글과 사실을 왜곡하는 게시글들이 넘쳐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키자, 이에 따른 피해 방지를 위해 주요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처음 도입됐다.

    이후 2009년 1월부터 본인확인 기준인 일 평균 게시판 이용자 수를 30만명에서 10만명으로 대폭 강화해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