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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돈이 문제다.
지난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으로 쇄신을 약속하며 당명까지 바꾼 새누리당이 이번엔 돈으로 '금배지'를 거래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일 4.11 총선 공천과정에서 수억원대 공천헌금이 오갔다는 의혹에 따라 현영희 의원을 포함해 홍준표 전 대표, 현기환 공천위원 등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가뜩이나 차기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이 '1인자' 잔치로 비춰지면서 흥행에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구태정치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어 당 전체를 포함해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 박근혜는 지금 '신중모드'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천헌금 의혹에 대해 침착한 태도를 보였다.
"당연히 검찰에서 한 점 의혹없이 밝혀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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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통령후보자 선거 대전ㆍ세종ㆍ충북ㆍ충남 합동연설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의혹 당사자들이 강하게 부인하는데 당에서 선제적으로 입장을 낼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직답을 피했다.
"(당사자들의) 말이 서로 주장을 달리하고 어긋나니까 검찰에서 확실하게 의혹없이 밝혀야 한다."
선관위가 검찰에 수사의뢰를 한 만큼 검찰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할 문제라는 뜻이다.
박 전 위원장은 경선 후보인 김문수 경기지사가 자신의 책임론을 거론한 데 대해 "검찰에서 수사하지 않겠는가. 사실을 확인할 것"이라고 거듭 검찰조사를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이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는 '측근'인 현기환 공천위원에 대한 신뢰와 더불어 또 자신이 공천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경우, '강력조치'를 예고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검찰조사로 혐의가 확실히 밝혀진 뒤 비례대표 자격 박탈 등 징계 절차를 밟겠다는 뜻이다.
한 친박 관계자는 "쇄신을 내걸고 공정공천을 약속했는데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제기돼 박 전 위원장도 당혹스러울 것이다. 일단은 검찰조사를 지켜보는 방법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 현기환 "일면식도 없다"…홍준표 "불쾌해"
현재 당사자들은 모두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공천을 앞두고 현영희 의원 측으로부터 2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 측은 "공천 과정에 개입한 일도, 당사자와 통화하거나 만난 일도 없는데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고 말했다.
역시 현 의원에게 3억원원을 받은 의혹에 휘말린 현기환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먼저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고 싶은 심정"이라며 결백을 호소했다.
"총선 공천에서는 개별 공천위원의 어떤 사적인 이해도 들어갈 수 없었다. 이번 의혹은 개인의 명예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변화의 진정성에도 재를 뿌리는 것이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대선 후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으로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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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ㆍ11 총선 공천 당시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을 맡았던 현기환 전 의원이 2일 국회 정론관에서 부산지역 공천신청자로부터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제보를 토대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선관위를 향해서도 불쾌감을 토로했다.
"제보가 있다면, 그 제보에 대해서 당사자 조사가 우선돼야 한다. 언론 보도를 통해 당사자가 상황을 알게된다면 선관위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참으로 비판적 생각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고발자와는 일면식도 없다. 내 이름을 거론했다고 해서 바로 수사의뢰 대상이 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현영희 의원 역시 "제보자는 선거운동을 수행하면서 선거에 기여했는데 보좌진 구성과 관련해 불만이 있다보니 (태도가) 돌변했다. 어이없고 황당하며 사실무근"이라는 반응이다.
새누리당은 당사자들이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중앙선관위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만큼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분위기다.
◈ 민주당 "매관매직, 박근혜 몰랐을 리 없다" 맹공
반면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의 이러한 의혹을 '매관매직'에 비유하며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용진 대변인은 "원칙과 신뢰를 앞세운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새로 거듭나겠다며 당명까지 새누리당으로 바꾸며 공천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국회의원직을 사고파는 망국적 부정부패사건을 저지른 이번 사건은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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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2일 새누리당의 공천헌금 파동에 대해 "박근혜 전 위원장이 몰랐을 리 없다"고 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특히 공천위원이었던 현기환 전 의원이 박 전 위원장의 최측근이었던 점을 집중 거론하며 공천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공천부정'이 이뤄졌을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공심위가 사실상 박 전 위원장의 최측근에 의해 이뤄졌고, 이번에 드러난 공천장사는 광범위하게 진행된 조직적 공천부정이라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당시 최고지도부인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이 일을 몰랐을 리 없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측은 이번 일로 야권의 공세에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
특히 박 전 위원장 캠프 측은 비대위원장 시절 가장 강조했던 과제가 '공천쇄신'이었던 데다가, 공천 헌금을 받은 당사자가 친박계인 현기환 전 의원인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이 '쇄신'을 앞세우고 있지만 측근들이 '구태'를 반복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신뢰와 원칙'이라는 이미지가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분위기다.
또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을 키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경쟁에서도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번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