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동기 상실, 성과는 없고 공허한 외침만'꼰대론' 등장, 정말 정권교체 바라느냐 의혹도
  • “정권 교체하면 평양 대사나 가야지…”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조심스럽게 털어놓은 이 우스갯소리를 들여다보면 최근 그의 답답한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당 상황은 심각한데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것이 없다. 비대위원장이라는 거창한 직함을 받았지만, 이해찬-박지원 담합 논란으로 곤궁에 빠진 뒤부터 그 권위도 예전 같지 않다. 오히려 논란에 엮인 유력한 대권 주자 문재인 상임고문의 지지율만 깎아 먹었다.

    상임위 배분을 두고 여당과 싸워야 하는 원내대표의 역할도 이미 민주당의 원로격인 그와는 잘 맞지 않는 옷이지만,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당대표에 목을 매는 모습을 보면 그런 기색을 보이기도 쉽지 않다.

    서슬 퍼렇던 여당에 대한 공세의 날도 많이 무뎌졌다.

    광우병 촛불을 다시 한 번 기대했지만, 별다른 국민적 호응도 없이 머쓱함만 더했다.

    야심차게 ‘박근혜 한명만 때리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 씨와의 연루설을 제기했다가 법정 소송 당했고, ‘7인회’라는 박근혜 캠프 원로그룹을 언급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라는 비아냥이 더 많다.

    자타공인 정치권 ‘꾀주머니’로 불리던 예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오죽했으면 그동안 한 배를 타왔던 당내 호남 계열에서도 “감이 많이 떨어졌다”는 말이 돈다.

  • 하지만 다시 한 번 앞서 소개한 박 비대위원장의 말을 생각해보면 그 이유가 추론되기는 한다.

    “내가 이제와 국무총리를 하겠나, 문화부(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하겠나. 나는 아무 욕심 없다.”

    덧붙여 말한 그의 말처럼 정치인 박지원이 더 이상 노릴 곳이 없다는 게 그의 딜레마다.

    이 딜레마는 곧 그의 정치력으로 직결된다. 동기가 없으니, 의지가 줄어든다. 의지가 줄어들면, 빈틈이 생긴다는 얘기다.

    이번 7인회 논란만 해도 그렇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이번 사안에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다소 오버한 면이 있다”는 말로 평가 절하했다.

    “7인회 멤버를 보면 마치 비밀리에 암약하는 조직처럼 이야기하는데 이거 그냥 친목 모임인 것 같다. 박근혜와 아주 가까운, 오랫동안 정치활동을 같이 해온 사람들이다. 서청원, 홍사덕 등도 있는데 이 사람들은 7인회가 아니다. (그런데)김용환 씨의 경우 80대인데, 이런 사람이 친박계의 핵심역할을 한다는 것은 오버라는 생각이 든다.”

    핵심은 이 같은 인식이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도 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소위 ‘꼰대론’이다.

    당 대표가 정권과 이해관계가 없다보니, 책임감보다는 내지르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우려다. 앞뒤 가리지 않고 기존의 관행과 틀을 강조하는 ‘꼰대’를 빗댄 비판이다.

    섣부른 호사가들은 박 비대위원장의 속내를 이렇게 평가하기도 한다.

    “박지원 입장에서는 어쩌면 정권 교체를 바라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기보다 한참 후배인 친노계가 대통령이 되고 이해찬이 당대표가 된다면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이란 타이틀을 달고 살아온 그의 마음이 어떻겠느냐. 그냥 지금처럼 정권을 향해 공세를 퍼붓는 여의도 사령관으로 있는 편이 그에게는 나을지도 모른다.”

    박 비대위원장과 가까운 TK지역 한 당협위원장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