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적 잣대, 지난 1월 “새누리당 자진 해체하고 관계자 자진 검찰 출두하라”
  • ‘너는 검찰수사 해야 하고, 나는 절대 하면 안 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매번 이런 식이다. 내부 문제, 정당 탄압?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대놓고 국민을 희롱하는 처사다.

    21일 오전 8시10분쯤 검찰 관계자 20여명이 통합진보당 ‘불법-부정’ 비례대표 경선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동작구 대방동 중앙당사를 찾았다.

    ‘총체적 부정선거로 규정한다’는 자체 진상조사 결과가 나온 지 20여일 만이다.

    하지만 압수수색은 전혀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직자들이 맹렬히 저항하며 협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 ▲ 통합진보당 당원비대위 대변인인 김미희 당선자가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서 취재진의 추가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통합진보당 당원비대위 대변인인 김미희 당선자가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서 취재진의 추가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검찰에 강력히 대응할 것”..'로맨스 진보당'? 

    오전 11시쯤 통진당 여성당원 30여명은 당사 입구에서 스크럼을 짜고 검찰 압수수색팀의 출입을 막았다.

    낮 12시30분쯤에는 강기갑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박원석, 정진후, 김제남, 김미희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당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후 일부 당직자들은 사무실 안에서 아예 문을 걸어 잠갔다. 

    신당권파인 혁신비대위 이정미 대변인은 “헌법상 보장된 정당 정치활동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주장했다.

    강기갑 비대위원장은 “도무지 검찰의 압수수색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며 검찰이 혁신비대위 활동을 방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구당권파인 당원비대위 김미희 대변인도 “진보정당의 운명이 이명박 정권과 공안당국에 의해 풍전등화의 처지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한 목소리다. 내부 문제이니 만큼 검찰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이다.

    검찰은 필요시, 압수수색을 방해한 일부 당원들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해 체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 중으로 반드시 압수수색을 진행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자가당착’ 정작 본인들이 주장해 놓고···

    그런 통진당이 올해 초 벌어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 통진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똑같은 내부 문제였다.

    하지만 드리우는 잣대는 누가 봐도 달랐다. 이중적이다. ‘개그콘서트’가 따로 없다.
     
    지난 1월5일 통진당 천호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고승덕 의원의 (돈봉투) 폭로에 대해 검찰은 지체 없이 그리고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천 대변인은 “돈을 주고 당의 권력이나 후보 자격을 얻은 사람이 한 사람 뿐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 다른 사례가 있었는지 여부도 밝혀내야 한다. 양심을 가진 정치인들이라면 수사를 피하려 하지 말고 스스로 고백하고 정계를 떠나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국민에 의해 강제철거 당하기 전에 스스로 해산하고 정계를 떠나는 게 국민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봉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월10일 노회찬 대변인은 “전당대회에서 금품 살포 관련 진술을 한 바 있거나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은 검찰에 자진 출두해 수사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 노회찬 대변인은 “이번 (돈봉투) 사태가 한국정치의 근본적 개혁을 위한 전화위복이 되기 위해 환부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아픔을 감수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 ▲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 수사관들이 1월19일 국회의장실을 압수수색한 뒤 물품이 든 박스를 차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 수사관들이 1월19일 국회의장실을 압수수색한 뒤 물품이 든 박스를 차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 검찰 수사가 탄압? 국회의장실도 조사했는데

    지난 1월19일 오전 검찰 수사관들이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국회의장실을 조사했다.

    사상 초유의 현직 국회의장실 압수수색이었다. 수색 공간은 의장 비서실로 한정됐지만 근원이 박희태 의장이라는 점에서 국회의장실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이나 마찬가지였다.

    검찰은 박 의장이 드나드는 집무실 바로 문 앞에서 근무하는 측근의 책상까지 수색했다. 압수수색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맡았다.

    압수수색 작업은 오전 8시20분쯤부터 무려 3시간이 넘도록 진행됐다. 의장실 관계자는 “검사가 직접 지휘하면서 컴퓨터와 서류 등을 뒤적였고 의장실에선 USB와 CD, 문서 10여 장을 가지고 나갔다”고 밝혔다.

    이달 5일에는 2008년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정당법 위반)로 기소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에 대한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 박 전 의장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본인도 같은 입장이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박 전 의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 이제는 당신들이 심판받을 차례

    이제는 통합진보당의 차례다. 깨끗하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정황도 분명하다. ‘무조건 우기기’로 일관하기에는 이미 넘지 못할 선을 넘어버리고 말았다.

    더 이상 국민의 눈을 속일 순 없다. 자신들의 입맛대로 ‘검찰 수사’를 노래해서도 안 될 것이다.

    진상조사위를 맡았던 조준호 공동대표의 한 최측근 인사는 최근 “조 대표가 다 공개한 것 아니다. 부정경선 자료가 더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준호 대표가 당권파가 하는 걸 봐서 계속 추가 폭로 등 맞대응하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이 두렵나. 뭔가 구린 게 남아 있을까. 통진당이 정정당당하다면 검찰에 ‘압수수색을 중단하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외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 ▲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거 부정관련 진상조사위원장이었던 조준호 공동대표가 12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1차 중앙위원회의에서 강령개정을 통과시키고 나서 단상에 난입한 당원에게 멱살을 잡히고 있다. ⓒ연합뉴스
    ▲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거 부정관련 진상조사위원장이었던 조준호 공동대표가 12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1차 중앙위원회의에서 강령개정을 통과시키고 나서 단상에 난입한 당원에게 멱살을 잡히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