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패배 이후 담합 논란에 휩싸이며 분열 가속화친노-호남 이어 문재인-김두관 대권주자 놓고 친노 또 나뉘어
  • 민주통합당이 4·11 총선 패배에 빠졌던 충격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달아오르기 시작한 대권 정국에서 잠룡들의 경쟁으로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속내지만, 총선 과정에서 당내 세력간 입은 상처가 생각보다 큰데다, 지난 원내대표 경선과 당대표를 뽑는 6월9일 전당대회 역시 이해찬-박지원 담합 논란이 악재로 부상, 냉랭한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담합 논란과 대권 정국은 친노와 호남세력으로 양분됐던 기존의 당내 역학구도를 더욱 세밀한 분열로 몰아넣고 있다. 호남계였던 박지원 원내대표가 친노 세력의 좌장인 이해찬 전 총리와 손을 잡은데다, 친노 세력은 대권주자인 문재인-김두관을 두고 또다시 분열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한 관계자는 “이제 3년상(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다 치렀으니 다시 각자도생의 길로 가는 것 아니겠느냐”며 “좋은 방향의 경쟁으로 간다면 좋겠지만, 지나치게 많은 계파 생성은 자칫 정권교체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 경선후보와 이해찬 전 총리가 4일 국회에서 열린 19대 국회 1기 원내대표 겸 당 비대위원장 선거에서 1차 투표를 마치고 나서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 경선후보와 이해찬 전 총리가 4일 국회에서 열린 19대 국회 1기 원내대표 겸 당 비대위원장 선거에서 1차 투표를 마치고 나서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총선 패배에 이-박 담합 논란, 통진당 파문까지…

    최근 민주통합당 분위기는극도로 뒤숭숭하다.

    MB정부 타도하자며 높이던 목소리 톤이 예전만 못하단 것은 당 내부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당내 고위 당직자는 최근 <뉴데일리>와의 만남에서 “(분위기가)곧 회복하지 않겠나”면서도 “포인트나 타이밍을 잡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동안 광우병·4대강·측근비리 등 갖가지 이슈로 현 정부를 공격하다가 총선 이후 흐름이 뚝 끊기면서 다시 공세를 시작할 시점과 주제를 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가장 큰 원인은 이해찬-박지원 담합 논란으로 당 지도부의 권위가 실추됐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나눠먹기’라는 구시대적 발상이 이른바 '진보'라는 기치를 든 민주통합당의 정체성을 잃토록 했다는 말이다. 실제로 박지원 원내대표가 취임 이후 내린 첫 지시가 ‘광우병 촛불집회’였지만, 지난 9일 청계광장에 모인 인원은 겨우 1백명을 넘기는 초라한 성적으로 박 대표를 머쓱하게 했다.

    이해찬 전 총리 역시 나눠먹기 논란에도 불구, 당 대표 출마에 마음을 굳혔지만 당내 분위기기 만만치 않다. 유력한 라이벌로 거론되는 김한길 당선자가 이해찬 전 총리를 누를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지 않음에도 “원내대표와는 다르다. 당 대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얘기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당선자 127명의 투표로 선출되는 원내대표와는 달리 당원과 일반 국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대표 선출에는 당내 불만의 의견이 얼마든지 반영될 수 있다는 말로 풀이된다.

    극도로 언급은 자제하고 있지만,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파문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통합진보당 사태가 어떻게 수습되든 코앞에 닥친 대선의 파트너로 함께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은 대선 정국을 더욱 어둡게 하는 요소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당내 중진 의원은 “저 쪽(새누리당)은 한 사람(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끌고 있지 않느냐. 우리당 입장에서는 사공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 이는 우리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했다.

  • ▲ 민주통합당의 뒤숭숭한 분위기는 확실한 대권주자가 없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사진은 김두관 경남지사(왼쪽)와 문재인 상임고문(오른쪽) ⓒ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의 뒤숭숭한 분위기는 확실한 대권주자가 없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사진은 김두관 경남지사(왼쪽)와 문재인 상임고문(오른쪽) ⓒ 연합뉴스

    ◆ 문재인? 김두관? 대권주자 따라 분열 진행 중

    확실한 대권 주자가 없다는 것도 민주통합당의 분열을 가속시키는 원인이다. 아직 반년이나 남은 문제이기 때문에 역전 드라마를 쓰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현재의 분위기라면 쉽게 통합을 이룰 것 같지 않다는 우려도 많다.

    가장 큰 원인은 야권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문재인 상임고문의 추락이다. 총선을 치르면서 낙동강 벨트에 묶여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한데다, 이해찬-박지원 담합에 가세하면서 깨끗한 이미지에 심대한 상처를 입었다.

    여기에 김두관 경남지사의 대권 선언이 임박해지면서 친노 세력간의 싸움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두 대권주자를 두고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계의 분열이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아직은 문 고문의 세력이 건재한 편이다. 친노의 좌장 이 전 총리가 문 고문을 차기 대통령 후보로 ‘밀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전 총리가 당권까지 쥔다면 문 고문의 행보에 힘이 실릴 공산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문 고문 역시 대선 행보의 측면 지원을 할 것으로 보이는 ‘포럼’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고문측은 이미 여의도에 ‘포럼’ 사무실을 마련해 두고 포럼 실무 운영위원과 이사진 구성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백원우 민주통합당 의원, 소문상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 친노 세력이 대거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포럼은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 최일선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총리를 지낸 한완상 전 부총리의 영입도 조심스럽게 검토 중이어서 호남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뚝심’이라는 단어로 밀어붙이는 김두관 경남지사의 행보는 상당히 위협적인 수준이다.

    김 지사 역시 친노계 인물 다수의 지원을 등에 업고 문-김 양자 구도를 구축하는데 총력을 쏟을 전망이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이 김 지사 캠프와 인연을 맺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부산 지역 친노그룹의 ‘대모’로 불리는 윤원호 전 열린우리당 의원 등도 김 지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고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4선의 신계륜 의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내에 큰 세력을 구축한 원혜영 의원의 역할이 주목된다. 이해찬-박지원 담합 논란 이후 친노그룹을 이탈하면서 ‘독자노선’을 굳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 의원은 지난 2월부터 김 지사의 싱크탱크이자 향후 대선캠프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자치분권연구소의 이사장직을 맡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