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노무현 프레임 안돼, “세력·지역 대결 구도 벗어나야”
  •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8일 18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래서 나섰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서울대 경영대 SK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력과 지역의 대결이 아닌, 뺐고 뺐기는 전쟁이 아닌, 패자가 두려움에 떨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이 같이 선언했다.

    그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대표가 정권을 잡으면 그들(야권)은 공화당 정권이라고 낙인찍고, 유신체제를 떠올리며 몸서리칠 것이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대통령이 되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악몽을 생각하고 ‘잃어버린 10년 시즌2’를 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두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박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유산을 승계해 그 상징이 됐기 때문”이라면서 “민주화 인사들이 유신의 악몽을 떠올리지 않고, 보수가 정체성을 의심하지 않는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어느 한쪽의 상징이 대통령이 되고 다음에 다른 쪽이 되면 우리는 앞으로 10년을 또 그렇게 싸우며 보내야 합니다.”

    임 전 실장은 “대선 승리가 한 쪽에는 승리의 함성을, 다른 쪽에는 증오의 결기를 부르는 현실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나왔다”며 “어려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통합은 아주 쉽다”고 강조했다.

    또 “갈등을 부르는 현실을 선택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며 “민주화 인사들이 유신의 악몽을 떠올리지 않고, 보수가 정체성을 의심하지 않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된다”고 제시했다.

    그는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 노조법을 해결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색깔이 없다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만약 제가 어느 집단만을 대변하거나, 이념적으로 치우쳤다면 선입견과 의심 때문에 노사 모두 설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임 전 실장은 안철수 원장과 정세균 민주통합당 전 대표 등을 언급하며 “각자의 소속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함께 부르자”고 제안했다.

    그는 안 원장에게 “당과 집단에 대한 선입견에 얽매이지 말고 우리 시대에 해야 할 일을 이루기 위해 목소리를 내달라”고 했고 정 전 대표에게는 “그동안 정치권에서 균형과 합리의 목소리를 냈던 정세균 전 대표님, 민주당 안에서 깃발을 높이 들어 달라”고 했다.

    “우리끼리 또 하나의 집단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아, 이제는 그토록 지긋지긋했던 싸움을 보지 않겠구나’라는 믿음을 국민에게 줄 수 있다면 우리가 정치를 한 의미와 보람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임 전 실장은 제16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경기 성남 분당에서 내리 3선을 지냈으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 고용노동부 장관, 대통령실장 등 현 정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다음은 임태희 대선 출마 선언문 전문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며>

    나는 지금 이 순간 나의 친구인 여러분에게 말하려 합니다. 이것은 한 사람의 도전이지만, 비약적으로 발전한 이 나라의 지도층이 왜 국민에게 냉소와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는지에 대한 답이 될 것입니다. 또 이것은 우리가 지금 앓는 병이 무엇이고, 그것을 위해 어떤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는 꿈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식민지와 전쟁을 겪은 나라에서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소망이었습니다. 총과 칼의 위협 속에서 자유롭고 싶던 선배들의 바람이었고, 일한만큼 대접받고 싶은 어느 노동자의 소망이었습니다. 그 후 60여년, 많은 이들의 희생과 눈물로 이 나라는 세계가 주목하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 자랑스런 모습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뜬 많은 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퍼하지 않은 것은 자신들의 희생으로 더 나은 세상이 됐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 빚이 있어 우리는 더 큰 미래를 열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심각한 내장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더 큰 꿈을 멀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40여년 동안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갈등이 벌어졌습니다. 그것은 영남 산업화 보수를 기반으로 한 집단과 호남 진보 민주로 연대한 집단간의 대립입니다. 한미 FTA는 선악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은 '어떻게 하면 국민에게 이로울까'를 고민하지 않고 정부를 '뼛속까지 친미'라고 공격했습니다. 자신들이 시작한 협상도 다른 정부가 체결하면 '악'이 되는 현실, 같은 일은 제주해군기지에서도 벌어졌습니다.

    남북문제에는 여러 해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논쟁이 붙으면 우리는 그들을 '좌파'로 몰았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좌파'란 '빨갱이'의 다른 표현일 뿐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서로 '영남이, 호남이 다 해먹는다'고 공격했습니다. 민주화 인사들에게 산업화 주역의 재등장은 '과거로의 회귀'였고, 산업화 주역들은 민주화 인사들을 무능한 집단으로 매도했습니다. 대통령도 잘못에 대해서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건전한 비판 대신 다른 집단의 대통령ㅇㅔ 대해 조롱과 멸시를 보냈습니다. 왜 이렇게 됐습니까? 나라를 미국에 팔아넘긴 대통령이 있습니까? 빨갱이 대통령이 있었습니까? 아닙니다. 정치적으로 낙인찍고, 선전했을 뿐입니다. 정치싸움에서 이길 때마다 서로 '국민의 승리'라고 환호했지만, 정작 국민의 마음은 깊은 상처와 후유증으로 더 황폐해졌습니다. 정치가 이 모양인데 어느 국민이 냉소와 조롱을 보내지 않겠습니까.

    박근혜 전 대표가 정권을 잡으면 그들은 그 정권을 공화당 정권이라 낙인찍고 유신 체제를 떠올리며 몸서리 칠 것입니다. 문재인 당선자가 대통령이 되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악몽을 생각하고 잃어버린 10년 시즌2를 외칠 것입니다. 두 사람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그들이 노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을 승계해 그 상징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자연인 박근혜, 문재인이 당선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쓰러뜨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진 쪽은 또다시 빼앗긴 정권을 탈환하기 위해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고, 모든 정책을 반대할 것입니다.

    그들은 이미 치열한 전쟁을 앞두고 전열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4년 전 교훈도 잊고 당은 일색으로 도배됐습니다. 한 명이라도 도 끌어와야 할 호남에서는 30여 개 지역구 중 절반 가량이나 총선 후보를 내지 않았습니다. 친노, 호남의 틀을 넘는 대신 큰 세력끼리 사령부를 점령했습니다. 상대를 이길 수만 있다면 비정상적인 사람에게도 공천을 줬고,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라면 21세기 자유당 부정선거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마치 침공을 앞두고 총 칼을 닦고 불순분자를 색출하고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투구끈을 졸라매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들은 자신이 되면 통합을 이루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입니다. 지금의 구도가 존재하는 한 통합은 승자가 패자에게 약간의 전리품을 나눠주는 방식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받는 쪽에게는 의심을, 주는 쪽에서는 권리의 박탈을 의미합니다. 노 전 대통령은 우리에게 대연정을 제의했지만 우리는 저의를 의심하고 거부했습니다. 그들 내부는 극심한 반발로 내홍에 빠졌습니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문 당선자가 친노 인사를 기용하면 우리는 또 '회전문인사', '코드인사'라고 공격할 것입니다. 박 전 대표가 안보를 강화하면 그들은 '전쟁 세력' 운운하며 알레르기를 보일 것입니다. 어떻게 국정을 안정시키고, 어떻게 정치가 상생이 될 수 있습니까.

    이번에 어느 한쪽의 상징이 대통령이 되고 다음에 다른 쪽이 되면 우리는 앞으로 10년을 또 그렇게 싸우며 보내야 합니다.

    저는 더 이상 이런 현실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섰습니다.

    대선 승리가 한 쪽에는 승리의 함성을, 다른 쪽에는 증오의 결기를 부르는 현실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나왔습니다.

    세력과 지역의 대결이 아닌, 뺐고 뺐기는 전쟁이 아닌, 패자가 두려움에 떨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나왔습니다.

    어려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통합은 아주 쉽습니다. 갈등을 부르는 현실을 선택하지 않으면 되는 것입니다. 통합을 할 필요도 없게 만들면 됩니다. 민주화 인사들이 유신의 악몽을 떠올리지 않고, 보수가 정체성을 의심하지 않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됩니다. 한 쪽 지역만의 몰표로 당선되지 않는 대통령은 구태의연한 지역 안배에서 자유로울 것입니다.

    정작 어려운 것은 지역 이념 증오를 떠나 '하나 된 대한민국을 위한 가치'를 선택하려는 여러분의 마음입니다.

    저보고 색깔이 없다는 이들이 있습니다. 저는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 노사 양측의 첨예한 이해관계로 무려 13년간 풀지 못했던 노조법을 해결했습니다. 만약 제가 어느 집단만을 대변하거나, 이념적으로 치우쳤다면 선입견과 의심 때문에 노사 모두 설득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제가 강해 보이지 않는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강함이란 무엇입니까. 나라의 절반을 적으로 돌리고 우리 편만 모으면 강한 것입니까? 한쪽에서는 열광적인 지지를 받지만, 다른 쪽에서는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이 센 사람입니까? 소위 '그들만의 지지'가 전부라면, 그것은 강한 것도 아니고, 화합을 이룰 수 없고, 도리어 갈등과 마찰만 부를 뿐입니다.

    우리의 능력을, 우리의 노력을, 우리의 마음을....

    불필요한 갈등으로 소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큰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부족합니다.

    새누리당 안에서, 민주당 안에서, 그리고 두 당의 밖에서, 국민 모두가 '탈 대립의 울림을 합창해야 합니다. 경선이 왜 어느 당의 내부 행사로만, 당 내에서 가장 센 후보를 고르는 행위로만 치러져야 합니까. 왜 아름다운 가치를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 이 나라 전체로 확산 시키는 축제의 장이 되면 안됩니까.

    그래서 안철수 교수께 제안합니다. 당과 집단에 대한 선입견에 얽매이지 말고 우리 시대에 해야 할 일을 이루기 위해 목소리를 내주십시오.

    그동안 정치권에서 균형과 합리의 목소리를 냈던 정세균 전 대표님, 민주당 안에서 깃발을 높이 들어 주십시오

    지역을 넘어섰던 그 큰 결단의 가치를 다시 크게 외쳐 주십시오.

    저는 우리끼리 또 하나의 집단을 만들자는 것이 아닙니다. 각자의 소속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함께 부르자는 것입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아, 이제는 그토록 지긋지긋했던 싸움을 보지 않겠구나'라는 믿음을 국민에게 줄 수 있다면 우리가 정치를 한 의미와 보람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우리는 운명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다시 지루한 싸움을 계속하느냐, 아니면 지친 일상을 끝내고 상큼한 과일을 먹느냐...

    미국이 지역과 인종의 세 대결을 벌였다면 오바마는 결코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날, 그가 당선된 날 밤은 얼마나 아름다웠습니까. 남의 일이지만 우리의 가슴도 얼마나 뛰었습니까.

    우리는 왜 그렇게 할 수 없습니까. 친박, 친노 때문에? 출생지가 중요해서?

    내 아기가 몇 십년 뒤 어른이 돼서도 여전히 나처럼 누군가를 타도하기 위해 투표하러 가는 세상에서 살도록 해야 합니까?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우리는 이 나라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더 좋은 미래를 물려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되겠느냐", "뜻은 좋지만 지지율이 너무 낮지 않느냐"고 비웃는 사람들에게...나는 말할 것입니다. "당신만 함께 한다면" 감사합니다.

    2012년 5월 8일 여러분의 친구 임태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