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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일 서울광장에서 탈북자들을 위한 '휴먼콘서트'가 열렸다. (왼쪽부터) 탈북 트롯트 가수 한옥정, 탈북 뮤지컬 가수 김충성, 평양백두한라예술단 김영옥 단장, 탈북 트롯트 가수 차영주. ⓒ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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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서트는 추운 날씨 속에 열렸다. 넓은 서울광장이었기 때문인지 반도 차지 않은 객석은 더 초라해보였다. 그러나 콘서트에 온 사람들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 뉴데일리
바람이 많이 부는 쌀쌀한 날씨에 옷깃을 여몄다. 찬바람이 쌩쌩해 추위를 잊어보려고.
하지만 반 밖에 차지 않은 객석을 보자 이내 가슴 한 구석이 시려왔다.
서울광장에서 31일 열린 탈북자들을 위한 ‘GK 휴먼 콘서트’엔 100여명이 채 안되는 시민들이 참석했다. 한계를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기자로서 탈북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죄책감마저 들었다.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 무대에서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아리랑’은 이날따라 더욱 구슬프게 들렸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광장을 지나가는 수많은 차들과 텅빈 광장을 보니 적막감도 들었다. 탈북자들이 이렇게 울부짖는데도 무관심한 사람들은 왜일까. 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콘서트를 기다리는 탈북자 송 모씨(40)는 들뜬 표정이었다. 그의 밝은 표정을 보자 안타까운 마음으로 콘서트의 시작을 기다렸던게 미안해졌다.
그는 “지금은 모이는 사람들이 적지만 전국민적인 운동으로 확산됐으면 한다. 탈북자들이 북송되지않고 자유를 찾고, 누리는 그날까지 콘서트가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도 북송문제가 심각하단 것을 깨닫고 나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족의 문제라고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2007년에 한국으로 왔다.
북한 특유의 그의 억양이 애절한 멜로디와 한데 어울리자 '아리랑'은 더욱 더 슬프게만 들려왔다.
◆ "진작 이슈화됐더라면 그들이 북송되지 않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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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 소해금 연주가 박성진 씨. 그는 다음날 오전에도 공연이 있지만 이날 오후에 이곳을 찾아 소해금을 연주했다. 그는 "탈북자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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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백두한라예술단 김영옥 단장. 예술단은 각 지방자치단체와 시민ㆍ사회 단체가 마련하는 무대에 서고 있다. 김 단장은 "음악이 내 전부다. 음악을 통해 남북 통일을 앞당기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안보 강연을 다니기도 한다. ⓒ 뉴데일리
소해금 연주자인 탈북자 박성진 씨는 “내일 오전에도 공연이 있어 공연순서를 앞으로 했다. 금방 가야한다”며 서둘렀다. ‘휴먼 콘서트’의 취지에 공감해 바쁜 일정에도 흔쾌히 참석한 것이다. 그는 가수 장윤정 씨의 ‘첫사랑’이란 노래에 간주 부분을 연주하고 있다.
그는 “탈북자 문제가 진작 이슈화됐더라면 중국에 있던 북한 사람들이 최소한 북송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라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는다면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평양백두한라예술단 김영옥 단장은 무대 준비로 한창이었다. 그에게 잠시 말을 걸자 그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분단 국가다. 음악을 통해 그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 무대는 뜻깊고 의미있는 자리다. 1회에서 그칠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중국 땅에 있는 탈북자들에게도 희망의 밧줄이 던져지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 "탈북자 체포가 중지됐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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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 아코디언 연주자 이철옥 씨가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다. ⓒ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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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서트에서 서울종합예술학교 무용예술학부 댄싱팀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 뉴데일리
콘서트는 GK전략연구원이 주최하고 북한민주화위원회가 주관했다.
GK전략연구원의 배정호 이사장은 개막사로 “오늘 이 자리는 '탈북자 문제'에 대한 관심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마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북한주민들은 어려움 속에서 목숨을 걸고 탈북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북한 정권은 민생을 외면하고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기획하고 있다. 북한 문제는 시대적 과제이며 앞으로 저희들이 나아갈 핵심과제다. 이 추운날씨가 한반도가 처해진 현실과 비슷하다. 이 어려움을 이겨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북한민주화위원회 서재평 사무국장은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운동은 많은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 중국의 탈북자 체포가 중지됐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목표를 세우고 중국과 세계의 양심에 호소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민주화 위원회 정진하 씨의 ‘탈북자 호소문’ 낭독이 이어졌다.
호소문은 “정치적 이해타산을 앞두고 있는 중국정부가 탈북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우리는 중국이 대접을 받으려면 대한민국. 탈북자 강제북송을 중단하고 그들을 원하는 곳으로 보내줄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했다.
이어 "중국정부가 참혹한 탐혹에 눈감지 않기를 애타게 바라고 있다. 북송대신 죽여달라는 탈북자의 목소리가 다신 안나오도록 해달라. 중국정부는 세계양심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했다.
이어서 GK전략연구원 정희연 연구원이 제네바에서 온 인지연 실장의 편지를 낭독했다.
편지는 “인권은 존엄하며 양보할 수 없는 권리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정권은 인권을 철저히 짓밝고 있다. 폭압정치 하에 도저히 살수 없는 탈북자들을 반역자로 규정하고 3대를 멸족시킨다고 하고 있다. 세계가 김정은에 침묵한다면 김정은 만행은 지속될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세계에 있는 양심인들이여 북한주민들의 비명소리를 들어달라. 그저 눈감지 말고 깨어 일어나라. 이제는 그때가 왔다.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 우리가 함께할 수 있다. 우리의 친구. 우리의 가족. 우리의 이웃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 “탈북자 정착이 통일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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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소 이애란 원장, 백두한라예술단 김영옥 단장, 배우 최란, 박선영 의원, 탈북가수 김충성. ⓒ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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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전략센터 강철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센터는 탈북자 출신의 대학생들을 통일 인재로 키울 준비를 하고 있다. 강 대표는 9살 때 할아버지의 '반역죄' 때문에 함경남도 요덕 수용소로 끌려갔다 10년 만에 풀려난 뒤 탈북해 1992년 한국에 들어왔다. (오른쪽)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 ⓒ 뉴데일리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날이 춥지만 한 자리에 모여 탈북 예술가들로 구성된 출연진의 노래를 듣고 있으니 즐겁다. 비록 남과 북으로 분단된 상황이지만 북한에 있는 불쌍한 사람들, 중국 땅에 숨어사는 사람들을 구출할 때까지 함께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배우 최란 씨는 “작은 힘들이 모여 정말 큰 힘이 된다. 내 생명이 소중하듯 남의 생명도 소중하다. 북한은 우리 동포고 가족이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최근 좋은 소식들이 많이 들려오고 있다. 희망이 보이고 꿈이 보인다. 여러분들이 꿈이고 희망입니다. 다시 더 큰 행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북한전통음식연구소 이애란 원장은 "대한민국에 살다보니 정말 좋은 나라다. 목숨바쳐 지키고 싶은 나라다. 여기에 모이신 분들이 뜨거운 가슴으로. 북한에 대한 마음을 녹여 앞으로 이 시청 광장이 차고 넘치도록. 그 열기가 세계로 중국으로 흘러가 탈북자들이 구원이고. 북한 주민들이 구원이고. 하나의 통일된 위대한 강국으로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북한전략센터 강철환 대표는 “북한 요덕정치범 수용소에 10년간 짐승같은 생활을 경험했다. 제 손으로 파고든 시체가 300구가 넘는다. 정치범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참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정치범수용소야말로 빨리 해체시켜야하는 중요한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는 “여기는 바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그 시청 앞 광장이다. 올해 20만이 넘는 북한 주민들이 대한민국으로. 자유로운 땅으로 찾아올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들의 손을 잡고 통일의 날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대 주용식 교수(GK전략연구원 부원장)는 “우리나라가 강대국이 되지 않으면 통일을 할 수 없다. 같이 꿈을 꾸자. 혼자 꾸면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꾼다면 비전이다. 그리고 모두가 가슴에 그 비전을 담아두면 현실이 된다. 강대국의 꿈, 통일의 꿈을 함께 담아두자”고 했다.
명지대 박상봉 교수(전 통일교육원장)는 “광명성 3호 발사 비용이 1조원이다. 현재 북한 주민들은 굶어죽고 있다. 주민들이 거기서 사는 것이 기적”이라고 했다. 이어 “탈북자의 정착이 통일의 길임을 깨달아야한다”고 강조했다.
미래한국 김범수 대표는 “오늘 이 순간에는 많은 분들이 오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는 탈북자들을 위해 1180만명이 서명한 적이 있다. 그래도 촛불은 재점화됐다. 이번에는 결코 이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 “많이 안 와서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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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충성(왼쪽), 김영옥(오른쪽) ⓒ 뉴데일리
차영주 씨는 "저만 아픈 줄 알았다. 우리만 아픈 줄 알았다. 하지만 여러분들과 함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혼자 아파하지 않겠다. 더 이상 혼자 울지 않겠다. 저희에게 든든한 어깨를 빌려달라"고 했다.
이어 사회자를 본 김충성 씨는 "정치인들.대한민국 국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휴먼콘서트가 다시 열리기를 바란다"며 콘서트의 마지막 곡인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고 내려온 그는 “많이 안 와서 서럽다”며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그의 슬픔이 전해졌다.
바위에도 '구럼비'란 이름을 붙여 눈시울을 자극하는데, 탈북자들의 이름을 '제대로' 붙여주지 못해 미안했다.
돌고래를 자연 방사하기 위해 8억원을 들이는데, 탈북자들의 강제북송을 막기위해 단 한 푼도 주지 못해 미안했다.
문득 다른 나라들이 우리 '대한민국'과 외교하기 참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 국민'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침묵'하는 우리들. '힘' 앞에 무조건 복종하라는 외침들. 우리를 얼마나 깔볼까?
'깡패국가'에 굴복해 온 대한민국.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얼마나 겁을 먹을지 두려워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