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골목상권 위협하는 홈플러스ⓒ
    ▲ 골목상권 위협하는 홈플러스ⓒ

    주부들은 보통 장을 볼 때 대형마트를 가거나 인근 전통시장을 찾는다. 일주일치 장을 두둑이 봐놓아도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다보면 두부나 호박, 계란 등이 없을 때가 있다.

    이럴 땐 동네수퍼로 쪼르르 달려간다. 마트보다 조금 비싸지만 당장 필요한 물건을 손쉽게 살 수 있다. 이게 동네수퍼의 경쟁력이다. 여기에 주인과 자주 얼굴을 익혔기에 덤이라고 아이스크림을 건네주는 ‘동네 단골’의 정(情)도 살아 숨 쉰다.

    맞벌이 부부나 싱글족들은 밤늦게 술이나 간식을 살 때 근처 편의점에 간다. 오후 11시에 문을 닫는 동네수퍼와 달리 편의점은 24시간 영업을 하기 때문이다. 편의점은 젊은이들의 야식장소이기도 하다.

    같은 골목에서 동네수퍼와 편의점은 불편하지만 공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업계 2위인 홈플러스가 편의점으로 사업 신청을 낸 뒤 간판만 편의점이지 사실상 SSM처럼 할인 판매를 하는 ‘변종’ 편의점을 열었다.

    현재까지 2개의 점포를 낸 홈플러스의 대형편의점 ‘365플러스’는 점포 안이 SSM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신선식품 코너도 많고 마트처럼 패키지로 팔거나 할인하는 상품도 많다. 가격도 인근 SSM보다 저렴한 것도 있다.

    그러다보니 365플러스 인근의 동네사람들은 두부 한모, 우유 한 팩을 사러 들리던 동네수퍼와 편의점에 발길을 끊게 된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영세 자영업자다. 동네수퍼는 그나마 오던 고객을 잃었다. 매출이 30%나 줄었다고 하소연하는 인근 상인도 있었다. 

    오랫동안 수퍼를 운영하다 소기업 체인 편의점으로 간판을 바꿔달은 영세업자들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간판을 단 편의점들도 본사에 일정 금액을 내고나면 남는 게 적은데 손님까지 빼앗기니 죽을 맛이다.  

    홈플러스는 정부가 유통법과 상생법으로 SSM 진출을 제한하자 거리, 시간, 영업 방식에 제한이 없는 ‘편의점’사업으로 꼼수를 부린 것이다.

    홈플러스는 이 같은 지적에 2개의 365플러스가 테스트 점포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언제 테스트를 마치고 직영점이나 가맹점 형태로 전국 골목상권을 침투하게 될지는 모른다. 영세업자들의 주장대로 홈플러스 편의점이 성공하게 되면 다른 대형 유통업체도 잇달아 뛰어들어 동네수퍼와 소형 편의점을 모조리 먹어버리는 건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대기업의 탐욕이 이렇게 영세상인들의 먹거리까지 노린다면 자본주의의 미래는 없다.

    동네에서 겨우 먹고사는 자영업자들이라면 왜 신라호텔과 현대자동차 그룹 등이 빵집과 커피숍 사업에서 잇달아 철수하게 됐는지 잘 알고 있다. 재벌들이 알아서 물러난 게 아니다. 

    서민들이 가만히 당하고 있을 땐 재벌들이 마음 놓고 문어발 확장을 하다가 국민들이 정치권을 강력하게 질타하니 그제야 정치권과 재벌들이 알아서 기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지난날 어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미국에서 수입했던 외래어종 배스(bass)가 국내 생태계를 어지럽혔듯 홈플러스가 ‘대한민국 유통업의 배스’가 될까봐 걱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