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대규모 편의점 잇달아 개점채소코너·할인 등 “SSM 식 영업”비난
  • ▲ 홈플러스가 지난해 12월 23일 개점한 대형 편의점 2호점인 '365플러스' 서래마을점 ⓒ양호상 기자
    ▲ 홈플러스가 지난해 12월 23일 개점한 대형 편의점 2호점인 '365플러스' 서래마을점 ⓒ양호상 기자

    홈플러스가 대형 편의점을 잇달아 개점하면서 골목상권이 위협받고 있다. 그동안 편의점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홈플러스가 기업형 수퍼마켓(SSM) 규제법안을 피하기 위해 일반 편의점 2배 크기인 ‘변종’편의점을 통해 사실상 SSM 영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21일 편의점 브랜드로 ‘365 플러스’를 내세워 서울 선릉역 부근에  ‘365플러스 대치점’을, 이어 같은 달 23일엔 서울 방배동에 서래마을점을 잇달아 개점했다. 문제는 이들 상점이 간판만 편의점이지 실제로는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축소판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편의점은 상생법과 유통법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 대형마트나 SSM과는 달리 골목상권 진출과 영업시간이 자유롭다.

    유통법에 따르면 SSM은 일정 규모의 시설(165~3000㎡)을 갖춰야 한다. ‘365플러스’는 면적이 130㎡(40평) 정도로 SSM 기준에 미달한다. 따라서 365플러스는 규모로 보면 편의점이지 SSM이 아니다.

    하지만 상품구성과 영업형태는 편의점보다 SSM에 가깝다. 규모는 편의점의 2배, 상품구성과 판매방식은 SSM 방식을 취함으로써 규제의 허점을 파고들어 기업형 수퍼마켓 영업을 24시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지난 1월20일 오후 365플러스 대치점을 찾았다. 점포는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는 주택가 맞은편. 간판은 ‘365 플러스 편의점’이다.

    문을 열고 가게에 들어서니 일반 편의점의 모습과는 180도 달랐다. 편의점 업계로 대표되는 GS25, 훼미리마트, 세븐일레븐 등의 구조와는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딸기 한 팩(500g)이 5,980원임을 강조하는 문구가 먼저 눈에 띄었다. 365플러스는 일반 편의점과 달리 할인행사를 하는 상품들을 전면에 배치해 놓았다. 밀감과 커피, 티슈 등에는 할인된 가격을 붙여 놓았다. 대형마트나 SSM에서나 볼 법한 미끼상품이다.

  • ▲ 지난해 12월 21일 개점한 1호점인 '365플러스' 대치점 내부모습 ⓒ양호상 기자
    ▲ 지난해 12월 21일 개점한 1호점인 '365플러스' 대치점 내부모습 ⓒ양호상 기자

    그 옆에는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이 적지 않은 규모로 진열돼 있다.

    일반적으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과일이라고 하면 사과 1개, 바나나 1개, 귤 3개 등을 개별 포장해 놓은 것이 전부이며 채소코너는 아예 없다.

    이와 비교하면 365플러스는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채소⋅과일 코너를 축소해놓은 모양새다. 특히 딸기와 밀감은 근처 SSM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최고 3,000원 이상 저렴했다. 콩나물과 양상추 같은 상품들도 몇 백원씩 쌌다.

    여기에 일반 코너에도 ‘초특가 할인’ ‘홈플러스 좋은 상품’ 등의 선전 문구를 내건 판촉 제품들이 다양했다. 상품의 종류와 가격을 비교해보면 규모만 작은 SSM일 뿐이다.

    이날 홈플러스를 찾은 20대 직장인 이모씨는 “새로 생긴 편의점인줄 알고 들어왔는데, 안은 대형마트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40대 주부도 “앞에 붙은 딸기 가격이 저렴해서 매장에 들어왔다”면서 “홈플러스 물건들을 모아놓은 작은 마트 같다”고 증언했다.
     
    365플러스가 영업을 시작한지 한 달여가 지나면서 주변 편의점과 골목 수퍼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365플러스 대치점의 1km 반경에만 수십개의 편의점과 수퍼들이 있다.

    이 중에서도 매장과 불과 60m 정도 떨어진 한 소형 수퍼마켓 점주는 “10년 넘게 수퍼마켓을 하다 대기업 편의점에 밀려 간판을 편의점으로 바꿔달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65플러스가 생기니 매출이 30%정도 떨어졌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수퍼에서 파는 가격보다 싸고, 마트만큼 물건도 다양하니 사람들이 365플러스를 찾는다는 것이다. 그는 “365플러스는 편의점으로 둔갑한 SSM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100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편의점 점주도 365플러스에 대해 묻자 언성부터 높였다.

    “편의점에서 팔리는 게 음료나 스낵류가 많아요. 그런데 365플러스는 대형마트 가격으로 써붙여 놓고 파니 당연히 그쪽으로 갈 수 밖에 없죠. 나라에서는 우리 같은 중소상인들을 보호해주려고 유통법이니 상생법이니 만들었는데⋯ 저런 대기업이 규제를 피해 골목까지 들어왔으니 중소상인들은 다 죽으라는거죠.”

    주변 상인들은 하나같이 “365플러스가 가맹점을 내고 하나 둘씩 늘어나면 중소 상인들은 모두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현재 정식오픈이 아니라 테스트 점포로 운영 중이니 365플러스를 변종 편의점으로 단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테스트 기간이 끝나면 가맹점을 모집해 정식 오픈 할 예정”이라며 확장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반면 업계 1위 이마트는 편의점 진출 의향을 묻자 “보유하고 있는 수퍼도 별로 없기 때문에 편의점 사업 진출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마트측도 “롯데마트와 편의점은 분리된 사업군이며, 편의점에 신선식품을 늘리는 등의 확장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매출 규모 빅3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순이다. 업계 2위인 홈플러스는 그중 유일한 외국계이다.

    영국 글로벌 유통그룹 테스코는 삼성물산과 5대5 합작으로 삼성테스코를 설립해 홈플러스를 운영해오다 지난해 7월 삼성물산의 보유 지분을 전량 사들여 순수 외국계 대형마트가 됐다.

    <취재= 박모금 기자 / 사진= 양호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