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채용, 예산, 조직 기강 등 도덕적 해이 만연 특정인 부정 채용, 법인카드로 단란주점, 급여 편법인상… 서울시, SBA·농수산물 공사·시 체육회 특감 결과 발표
  • 규정을 어긴 대표이사 및 직원 부당 채용, 법인카드 단란주점 사용, 임직원 급여 편법 인상, 공무원 해외여행 경비 청탁, 부당 수의계약 체결, 직장내 성희롱...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통상산업진흥원(SBA)에 대한 감사 결과 지적사항 중 일부다.

    서울시농수사물공사와 서울시체육회에 대한 특별감사에서도 직제에 없는 상임고문 및 상임부회장직 신설, 사장이 출연한 방송 제작비 부당 지급, 협회 직원 아들 부당 선수영입 등 SBA 못지않은 도덕적 해이가 적발됐다.

    18일 서울시는 ‘복마전’ 수준의 도덕적 해이를 드러낸 SBA와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서울시체육회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자 72명을 징계했다.

    징계유형별로는 중징계 12명, 경징계 12명, 계약해지 1명, 경고 35명, 훈계 11명, 고발 1명 등이다. 시는 이들 기관에 부당 집행한 금액을 환수토록 하는 등 시정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징계시효(2년)가 지나 중징계 사유에도 불구 경고에 그친 경우가 상당수 발생하는 등 감사 실효성 논란이 거세다. 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서 각종 의혹을 쏟아냈지만 시가 뒤늦게 감사에 착수, 부실을 키웠다는 것.

    투자 및 출연기관에 대한 감사가 징계시효기간 보다 늦은 3년에 한 번꼴로 이뤄져 감사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정, 비리 결정판 SBA

    감사결과 드러난 SBA의 도덕불감증은 충격적이다. 채용 및 인사비리, 방만한 예산집행, 업무처리 과정상의 각종 뒷거래와 직원 성추행까지 조직 전반에 부정과 비리가 만연해 있었다.

    특히 SBA는 대표이사 채용부터 부정을 저질렀다. 공개모집으로 대표이사를 채용토록 돼 있었지만 아무 근거없이 시 주무부서가 특정 헤드헌팅업체에 후보자 추천을 의뢰, 편법으로 대표이사를 선정했다. SBA는 이후 헤드헌팅사에 2천5백만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부당 집행했다.

    특정인 부당 채용도 적발됐다. 인사와 관련된 각종 규정을 임의로 변경, 대표이사와 전 직장에서 같이 근무한 직원들을 신규 채용했다. 이 과정에서 채용조건을 임의로 변경하는 일도 서슴치 않았다.

    대표이사 기획담당보좌관, 상임고문, 자문역 등 직제에도 없는 직위를 신설해 특정인사를 부당채용하면서 이들에게 급여를 지급, 예산을 낭비했다. SBA는 실제 업무수행이나 실적이 없는 상임고문에게 2004년부터 작년 10월까지 매월 300만원씩 모두 2억7천200만원을 부당 지급했다.

    기본급여 조작, 급여체계 변경, 봉급조정 수당 등을 통해 임직원의 급여를 편법 인상한 사실도 적발됐다. 특히 다른 정부기관이나 투자출연기관이 이미 폐지한 봉급조정수당과 개인성과급을 적발 당시까지 계속 지급하고 지급 대상 아닌 직원에게 시간외 근무수당과 성과급을 부당해 예산을 유용했다.

    법인카드 사적 사용 실태는 임직원들의 도덕불감증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단란주점이나 노래방은 물론 임원 부부 건강검진 비용과 본인의 호텔 맴버십 카드 연회비를 결제하는데도 법인카드를 썼다. 개인적으로 가입한 로터리클럽 모임 식대로 240만원 이상의 법인카드를 쓴 임원도 있었다.

    이들을 관리감독해야 할 서울시 공무원들의 부정행위도 드러났다. 서울시청 R팀장은 2010년 9월부터 작년 7월까지 파견나온 SBA 팀장의 법인카드를 빌려 고교동창 및 인척 등과 음주 및 식사 등으로 38차례에 걸쳐 700여만원을 사용했다.

    시정 공무원과 SBA의 유착관계도 확인됐다.
    SBA 직원 T는 서울시 ○○과 계약직 직원 U로부터 해외출장경비 일부를 부담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직무관련업체인 ㈜○○에게 U의 여행경비(2회) 600여만원을 부담토록 했다.

    또 T는 U로부터 ○○다큐멘터리 제작(1억1천만원)을 ㈜○○미디어가 수행토록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수의계약 대상(5천만원)이 아닌데도 ㈜○○미디어를 제작사로 지정하는 등 특혜를 제공했다.

    제안서 및 공모작품 평가 및 심사에서도 점수 산정을 잘못해 탈락자와 합격자가 뒤바뀌는 부정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6월 ○○팀 회식자리에서 계약직 여직원의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희롱을 한 직원도 적발, 중징계 처분했다.

    서울시농수산물 공사, 공사와 관련 없는 방송에 사장 출연...제작비는 공사가 지급

    서울시농수산물공사는 부여된 임무나 실적이 없는 상임고문에게 매월 300만원의 고문료와 퇴직금을 지급하고 규정에도 없는 자격기준을 임의로 만들어 특정인을 부당채용했다.

    사장이 공사업무와 관련 없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제작비 1천100만원을 공사예산으로 집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시체육회, 협의 직원 아들 부정 선수 영입

    서울시체육회도 규정에 없는 상임부회장직을 임의로 만들어 지금까지 3명의 상임부회장에게 기본급여와 수당 등으로 7억1천500만원을 서울시 보조금으로 부당 집행했다.

    직원채용에서도 비리가 드러났다. 외국어 및 사무프로그램 능통자를 채용한다고 공고하고 해당 자격증 소지자에게 부여할 가산점을 사회경험이 없는 특정인에게 부여, 합격자를 바꿔치기 했다.

    특히 협의 한 부장의 아들 고교 재학 당시 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해 아들을 훈련연습생으로 부당 선발하고, 해당 팀을 서울시 직장운동경기부로 이관하면서 아들을 선수로 영입했다.

    또 부장의 누나가 경영하는 모텔을 전지훈련 숙소로 정해 시세보다 25% 높은 수준의 숙박료를 지급해 예산을 낭비했다.

    황상길 서울시 감사관은 “투자 및 출연기관에 대한 감사가 충분치 못한 점이 있었다”면서 “감사 전담과 신설 등 감사관실 개혁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고 밝혔다. 시는 올해 투자 및 출연기관에 대한 종합감사계획을 조만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