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승인과정서 과거 ‘기아차 부실 미이행’부터 해결 촉구
  • 지난해 녹십자생명 인수 선언 후 실사단계에 들어갔던 현대자동차그룹이 대주주 변경승인과정에서 ‘부실금융기관 문제’란 암초를 만났다. 금융위가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과거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기아자동차의 책임부터 이행하라고 촉구한 것.  

    현행 보험업법 6조5항상 '보험사의 주식을 취득해 대주주가 되려는 자는 건전한 경영을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한 요건을 갖춰 금융위의 사전 승인을 얻도록 돼있다. 시행령은 대주주가 되려는 자는 최근 사업연도의 부채비율이 100분의 300이하로 금융위가 정한 기준을 충족하고 차입금도 출자금의 3분의2이하를 요구한다.

    뿐만아니다. 최근 5년간 보험업법이나 금융관계 법령,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조세범 처벌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에 상당하는 형사처벌도 없어야 한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거나 허가·인가 또는 등록이 취소된 금융기관의 대주주나 특수관계인도 대주주가 될수 없다.

    단, 법원의 판결에 따라 부실책임이 없다고 인정된 자나 부실에 따른 경제적 책임을 부담하는 등 금융위가 고시한 기준에 해당하는 자는 예외가 될수 있다.

    이는 녹십자생명의 지분 인수에 들어간 현대차그룹의 현대모비스와 기아차, 현대커머셜 모두에 공동으로 적용되는 규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월 녹십자홀딩스로부터 녹십자생명의 지분 93.6%를 현대모비스와 기아차, 현대커머셜이 각각 37.4%, 28.1%, 28.1% 씩 매입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이 대주주의 변경승인 요건에 저촉된데는 기아차가 지난 1998년 12월 현대차로 인수된 이후에도 지분을 가진 기산상호신용금고와 두원생명 때문이다.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기아차가 대규모 부실로 회사정리절차에 돌입 했을때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기산상호신용금고엔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두원생명도 1999년 대한생명으로 계약이 이전된 후 2000년 2월 보험허가가 취소됐다.

    기아차는 지난 2004년 9월까지 기산상호신용금고와 두원생명의 지분을 각각 10%씩 갖고 있었다. 부실에 따른 경제적 책임을 부담치 않는 한 대주주의 요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확고한 입장이다.

    금감원측은 “현대차그룹이 기아차를 인수했다지만, 기아차가 새롭게 금융업에 진출키위해선 예전의 부실책임 이행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예금보험공사가 보장해주는 원리금이 있는데, 여기엔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만큼 이행 책임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것.

    현대자동차그룹은 금융위 고시에 따라 부실책임을 부담해야만 녹십자생명을 인수할 수 있는 딜레마에 봉착하게 된것이다.

    '부실금융기관 대주주의 경제적책임 부담기준'에 따르면 부담액 산정은 순자산부족액(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금액)×2분의1×대주주의 지분율로 하도록 정하고 있다.

    순자산부족액은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될 당시를 기준으로 삼는다. 금감원 검토 결과, 기아차의 부담액은 1,000억원 가까이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책임 부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다소 억울한 입장을 표할수 있겠지만, 기아차가 녹십자생명의 지분을 인수키로 신청한 만큼, 요건 충족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곧 법률적 검토를 거쳐 부실책임 여부와 부담액 등을 확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측은 이달 중순까지 금융당국의 승인심사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아직 녹십자생명을 인수하는 과정에 있어서 구체적인 사항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인 것.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부실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면, 금감원과 협의를 해봐야겠지만, 현대차가 인수한 새 기아차의 예전 부실까지 떠안는다는 것에 대해선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한편, 금융위는 금감원의 실무 검토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현대차그룹의 녹십자생명 인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나, 필요하면 2개월의 심사기간도 연장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는 만큼 실무검토가 끝나야 기아차의 부담액을 알 수 있다"며 "지금은 부실책임이 있다면, 어떤 부분에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사실 확인과 법률적 검토부터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