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 극장 횡포 너무해.."저예산 독립 상업영화, 보호조치 시급"
  • "벼랑 끝에 선 독립 영화 제작자들"

    얼마 전 멀티플렉스 극장의 횡포를 고발하는 공개서한을 보내 주목을 받았던 이영미 감독이 소규모 독립영화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영화 '사물의 비밀(제작 필름프론트)'을 연출한 이영미 감독과 '량강도 아이들(감독 김성훈 정성산)을 제작한 (주)영화사 샘의 김동현 대표는 2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세종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자신들이 연출한 영화가 호평에도 불구, 단지 소규모 독립영화라는 이유로 멀티플렉스 극장으로부터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감독은 "홍보가 잘 되지 않은 영화의 경우, 개봉 일주일이 지나야 입소문을 통해 인기를 얻는데 현재 극장들은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화를 금방 내려버린다. 일주일 전에 영화를 내려버리면 큰 영화들과 경쟁할 수가 없다"며 "영화를 제작하는 것 보다 상영하는게 더 힘들다. 작은 제작사 하나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독립영화를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이 감독은 "영화진흥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퐁당퐁당(교차상영)'을 관행으로 치부하는 현실이 문제"라며 "이제는 권고가 아닌 대책이 나와야 한다. 더 이상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김동현 대표는 "실제로 극장에 가보면 저예산 독립영화는 뒤로 밀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수개월 전부터 900개의 상영관을 확보한 영화와 독립 영화는 출발 자체가 다르다. 불공정하다"고 목소리를 높였

    이 감독의 주장에 따르면 영화 '사물의 비밀'의 경우 개봉 일주일 전까지 50∼100개 정도의 개봉관에서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었으나 개봉 직전 20개 미만의 극장수가 대폭 줄었고 그마저도 '교차상영'으로 관객과 만나는 굴욕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이영미 감독의 기자회견문 전문

    3가지만 말씀드리고 싶다.

    첫째, 영화진흥위원회의 표준상영계약서를 보면 제6조에 교차상영의 조건이 게재돼 있다. 일주일 동안 상영보장. 최소 1개의 스크린에서 1개의 계약 영화를 독점적으로 상영하여야 하며 교차 상영을 할 경우 배급자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사전 동의나 합의가 없었고 사과도 없었다. 일주일 안에 교차상영을 하고 영화를 내려 버렸음은 물론, 상영관의 위치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어서 제대로 된 스타트가 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차를 타고 2시간이 걸려 천안에서 영화를 본 관객이 생겼고 제주도에 살고 있는 관객은 '비행기 타고 보러 오라는 말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작은 영화지만 관객을 만날 권리가 있고 관객들은 선택해서 볼 권리가 있다. 교차상영은 영화사만 힘들고 죽이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의 권리조차도 침해하는 사안이다.

    둘째, 선재물에 대한 배포 배치 차별이 있었다. 선재물(포스터 전단지)를 3주 전 부터 배포했지만 개봉일에 '사물의 비밀'과 관련된 선재물은 없었다. 상부의 지침이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개봉관 확정도 3일전이라고 했지만 하루 전에 통보 받았다. 이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는 경쟁력 차단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중소기업은 보호를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한 편 망하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니다. 우리같은 사람들의 경우 기업의 존폐문제가 달려있다. 작은 기업이 파산 하느냐 마느냐다. 적어도 2주 정도는 작은 영화도 계속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저예산 독립 상업영화를 놔두거나 권고로 그만둬서는 안된다. 확실한 법적 제도적 조치를 취해주시길 부탁드린다. 권고가 아닌 대책을 마련해주시길 바란다. 이를 정부 차원에서 공론화하고, 또 위원회나 협의회를 만들어 논의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이 문제에 대해 늘 논의하고 의견을 나눌 준비가 돼 있다.

    취재 : 진보라 기자 / 사진 : 고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