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동 “매국적인 한미FTA 때문에 대한민국 헌법 유린당했다”시위대 “맹장수술비 3,000만 원” “제2을사늑약” 이야기만 무한반복
  • 지난 22일 여의도와 명동 일대를 마비시킨 ‘한미FTA비준 무효 시위’는 겉으로 볼 때는 ‘시민들의 엄청난 분노’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실체는 소수의 선동에 넘어간, 피켓과 선전 유인물에 적힌 내용을 ‘무한반복’하는 흥분한 군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22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

    지난 22일 오후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미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전격 통과시키자 좌파 진영에 비상이 걸렸다. 좌파 진영은 트위터 등 SNS로 사람들을 모아 오후 7시부터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 ▲ 22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 모인 '한미FTA 비준무효' 시위대. 하지만 추운 날씨 탓인지 1,000여 명도 채 모으지 못했다.
    ▲ 22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 모인 '한미FTA 비준무효' 시위대. 하지만 추운 날씨 탓인지 1,000여 명도 채 모으지 못했다.

    오후 5시부터 트위터에서 ‘여의도로 모이자’는 메시지를 본 사람들이 조금씩 몰렸다. 오후 6시30분 경 이미 전국농민회총연맹, 다함께 등은 깃발을 치켜세우고 시위에 참가 중이었다. 오후 7시 시위를 시작할 때에는 1,000여 명 가량이 모였다. 일반 직장인들은 추운 날씨에 옷깃을 세우고 종종걸음을 하며 귀가하느라 바쁜 표정이었다.

    시위대는 주변 시선에 아랑곳 않고, 오히려 취재하러 온 <YTN> <동아 A방송> 등을 몰아내느라 큰 소리를 치고 있었다. 오후 7시 집회가 시작되자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뜨린 김선동 민노당 의원,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 정희성 민노총 부위원장 등이 단상에서 연설을 준비하고 있었다.

    김선동 민노당 의원은 “시민 여러분 죄송하다. 매국적인 한미FTA 때문에 대한민국 헌법이 유린당했다. 한미FTA는 원천 무효다. 만약 직격폭탄이 있었다면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을 폭파시키고 싶었다”고 큰 소리쳤다.

  • ▲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김선동 민노당 의원이 시위대를 선동하고 있다.
    ▲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김선동 민노당 의원이 시위대를 선동하고 있다.

    홍의덕 민노당 의원은 “오늘 대한민국의 헌법과 국회가 함께 죽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그러나 절망하지 않겠다. 이런 시민들의 힘으로 민주공화국의 헌법과 대한민국을, 국회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까지 국회에서 어떤 활동도 하지 말자고 야당 공동 기자회견 때 제안했다. 한미FTA 통과 직후 최류탄 때문에 화장실에 갔더니 한 경위가 ‘의원님 죄송합니다. 우리 경찰에도 한미FTA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가진 자들을 위한 공화국 여기서 끝장내자. 함께 싸우자”며 시위대를 선동했다.

    정희성 민노총 부위원장은 “대한민국 국회가 국민을 무시했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투쟁해 반드시 지금 상황을 뒤집어엎자. 물론 지금 당장 국회에서 처리한 비준안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명박 탄핵을 목표로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고 선동했다.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은 “이번 한미 FTA 비준안 강행처리로 대한민국은 농업 없는 나라, 밥상 없는 가정이 됐다. 이명박 정권을 퇴진시키고 한나라당을 해체하는 데 350만 농민 모두가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 ▲ 산업은행 앞에 모인 시위대가 연사들의 선동에 맞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산업은행 앞에 모인 시위대가 연사들의 선동에 맞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사들의 발언에 시위대는 환호하며 ‘명박 퇴진, 비준 무효’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자신들이 잘 모르는 사람이나 수첩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에워싸고선 어디 소속인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일간지나 친정부 성향의 매체 소속 기자임을 확인하면 욕설과 야유를 퍼부었다. 어떤 이는 “(조중동 같은 것들은) 취재하다가 걸리기만 해봐라”며 사진 기자들을 내몰기도 했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다 여의도의 특성 상 자신들에게 호응하는 사람은커녕 시위대까지 서서히 줄어들자 오후 7시 30분 경 집회 지도부로 보이는 사람들은 “오후 8시 30분까지 명동 아바타몰 앞에서 모이자”며 ‘게릴라 시위’를 선언했다.

    22일 오후 8시 40분 명동 롯데백화점 맞은 편

    개별적으로 이동한 시위대는 대중교통 속에도 트위터를 통해 시위참가를 독려했다. 집회 지도부들이 말한 ‘명동 아바타몰’은 현재 ‘눈 스퀘어’로 바뀌었다. 경찰은 이미 버스 등으로 이동해 명동 주변 관광지 보호를 하고 있었다. 일본, 중국 등에서 온 관광객이 많은 탓이었다. 경찰 기동대가 분주하게 이동하는 모습을 본 외국 관광객들은 신기한 듯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오후 8시 30분 경 명동 눈 스퀘어 앞에는 2,000여 명의 시위대가 모였다. 시위대 대부분은 손에 ‘다함께’가 제작한 피켓을 들고 있었다. 피켓에는 ‘1%의 앞잡이 이명박 OUT’, ‘99%를 짓밟는 한미FTA를 폐기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 ▲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 대로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막기 위해 이동 중이다. 갑작스런 대규모 경찰의 출현에 외국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 대로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막기 위해 이동 중이다. 갑작스런 대규모 경찰의 출현에 외국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이들이 명동 입구로 몰려들자 위압감을 느낀 관광객들은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명동에 놀러온 한 여대생은 “친구들과 쇼핑하러 왔는데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지금 한미FTA비준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한미FTA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답하기조차 너무 무섭다”며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인근 아이비스 호텔에서 나오던 한 비즈니스맨은 “지금 무슨 시위를 하는 거냐”고 주변 경찰에게 물었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 시위다. 여의도에서 명동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라고 설명해 주자 “참…. 왜 저러는지….”라며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고선 종각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졸지에 상인들은 난감해졌다. 근처의 한 상인은 “이게 뭐야. 서민들 위하는 시위라면서 우리 같은 상인들은 뭐냐고. 우리는 신경도 안 써주고 무슨 놈의 서민을 위하는 시위야”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상인들을 무시하며 시위에 열을 올렸다.

    오후 9시 10분 명동성당과 영락교회, 서울국세청 건물 인접대로

    명동에서도 지지 세력을 불리지 못한 시위대는 깃발을 앞세우고 명동성당 쪽으로 행진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즉시 교통을 통제한 뒤 차벽을 설치하고 물대포를 준비했다.

    시위대는 경찰 차벽에 가로막히자 앞에서 ‘명박 퇴진, 비준 무효’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시작했다. 경찰은 ‘여러분은 지금 도로를 불법점거하고 있다. 즉시 해산하라’는 경고를 수차례 방송했다. 이어 시위대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물대포를 쏘았다.

  • ▲ 경찰이 명동성당 앞 사거리에서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시위대는 물대포에도 아랑곳않고 경찰을 희롱했다.
    ▲ 경찰이 명동성당 앞 사거리에서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시위대는 물대포에도 아랑곳않고 경찰을 희롱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물대포를 쏘자 “온수! 온수!”를 외치며 경찰을 희롱했다. 일부 시위대는 작심한 듯 비옷(雨衣)과 우산 등으로 물줄기를 막으며 시위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우리 세금을 가지고 저렇게 물을 낭비하느냐. 우리나라 물 부족 국가라고 하지 않았냐”고 비꼬았다. 다른 시위 참가자는 “우리 목소리는 들으려고 하지 않고 그저 입을 틀어막겠다는 것 아니냐”고 큰 소리를 쳤다. 곳곳에서 현 정부와 여당을 비난하는 야유와 욕설이 터져 나왔다.

    오후 10시를 넘길 무렵 전교조와 안티 이명박 카페, 다음 아고라 등의 깃발을 내세운 시위대가 합류했다. 이때 시위대 수는 더 불어나 약 3,000여 명에 달했다. 경찰은 물대포의 압력을 높여 쏘기 시작했다. 시위대 뒤쪽에 서 있다 ‘물벼락’을 맞은 일부 시위대가 이탈하면서 대열이 흩어졌다.

  • ▲ 명동성당 앞 8차선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는 물대포에 맞아도 희희낙락이었다.
    ▲ 명동성당 앞 8차선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는 물대포에 맞아도 희희낙락이었다.

    경찰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병력을 투입, 일부 시위대를 연행했다. 경찰은 물대포와 병력 투입을 병행해 오후 10시 50분 무렵에는 8차선 도로에서 시위대를 모두 몰아냈다. 시위대는 명동성당 앞 골목에 모여 계속 집회를 가졌다.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 시위요령에 괴담 알려주는 건 누구?

    한미FTA 비준무효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취재진에게 ‘자발적인 시민의 모임’이라는 걸 강조했다. 하지만 ‘자발적 모임’이라는 시위대 속에는 마치 ‘지도부’ 같은 행태를 보이는 이들이 눈에 띠었다.

    이들은 몇몇 대학생 모임에 가서는 “깃발 쪽으로 뭉쳐 다녀라”, “꼭 손을 잡고 짝을 지어 다녀라”는 요령을 알려주는가 하면 “○○과 몇 명 왔느냐, 누구누구는 왔느냐”며 ‘출석 체크’까지 하기도 했다.

  • ▲ 명동성당 앞 8차선 도로는 시위대의 도로점거로 아수라장이었다. 이로 인해 1호 터널을 오가는 교통이 한동안 큰 불편을 겪었다.
    ▲ 명동성당 앞 8차선 도로는 시위대의 도로점거로 아수라장이었다. 이로 인해 1호 터널을 오가는 교통이 한동안 큰 불편을 겪었다.

    시위대 바깥에서도 특이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멀찍이서 상황을 살펴보며 여기저기 전화로 보고하는 남성, 피켓을 들고 시위대 속에 섞여 있지만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면 피켓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전화로 '생중계'를 하는 여성 등이 눈에 띠었다. 이들은 시위 도중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일부 중년 남성들 또한 모임 단위로 온 것인지 서로 인사를 하며 시위 요령을 설명하는 모습이 보였다. 커플로 보이는 이들도 많았다. 이들 모두 ‘한미 FTA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시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 FTA의 어떤 부분이 문제인가’라는 질문에는 더 이상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나이가 많은 시위 참가자들은 “맹장 수술비가 3,000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 “병원비가 엄청나게 오른다. 감기에 걸려도 병원비 때문에 치료 받기 어려워진다”는 ‘괴담’만 계속 말했다.

    커플이나 대학생, 젊은 직장인으로 보이는 이들은 ‘나꼼수’로 큰 인기를 얻은 김어준 씨가 쓴 책 ‘닥치고 정치’를 인용하거나, “한미FTA는 제2의 을사늑약, 매국조약”이라는 말만 반복하는 수준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괴담을 알고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취재진이 ‘시위를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묻자 한 참가자는 “우리나라를 미국에 팔아넘긴 상황인데 당연히 비준을 무효로 할 때까지 끝까지 싸워야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다른 참가자는 “그런 것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우리 국민이냐”며 호통을 쳤다.

    이게 ‘한미 FTA 비준무효 시위’의 실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