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신문에 묻는다 
      
     
    한국현대사학회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고시에 대한
    일부 언론(한겨레신문, 오마이뉴스 등)의 선동과 정치 쟁점화 중지 요구서

     
    1.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이란 무엇인가?

    교과서 내용은 ‘교육과정’과 ‘집필기준’ 그리고 ‘검정기준’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고 또 보증된다. 학생들이 배워야 할 교육내용의 기본적인 틀을 제공하는 것이 교육과정이라면, 교육과정에 제시된 교육내용의 범위와 수준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히는 동시에 교과서를 서술할 때 유의사항을 제시하는 것이 집필기준, 그리고 교육의 질을 보증하기 위한 교과서 심의기준이 검정기준이다. 교과서 검정기준은 헌법정신, 교육법, 지적재산권 등의 준수와 관련되는 보편기준과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의 준수 그리고 교육내용의 선정과 조직, 내용의 정확성과 공정성 등을 묻는 교과별 기준으로 구성된다. 역사 교육과정은 지난 8월9일에 고시되었고, 중학교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이 11월9일에 공식 고시되었고,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이 곧 고시될 전망이다.


    2. 한겨레와 오마이뉴스의 선동적 정치 선전

    지난 11월8일에 교육과학기술부가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발표하자, 일부 언론(한겨레신문, 오마이뉴스 등)이 정치적 선전을 일삼고, 정치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만약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국민여론이 오도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이에 대한 분석과 함께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한다.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쟁점화하고 또 문제를 왜곡하여 보도하는데 앞장서는 것이 한겨레 신문인 것 같다. 한겨레 신문은 사실관계 기사를 보도하기에도 앞서 “‘역사 농단’과 정권의 운명”이라는 사설(8일 19:20)을 인터넷판에 먼저 올려, 그 이후의 보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고, 그 내용의 요지는 다음의 4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교육과학기술부가 역사학계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고, “소수의 친일·수구 언론과 재계, 관변학자의 주장”만을 반영하였다.

    둘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자유민주주의를 표현한 것에 불과”하며, 이는 “우리 민주주의를 규정하는데 혼란만 야기한다.”
     
    셋째, ‘독재’를 삭제하여 이승만, 박정희 정권을 미화하고, 친일파 청산을 빼버렸고, 이에 따른 “가장 큰 수혜자는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박근혜 의원”이다.

    넷째, 이명박 정권이 학문의 자유와 교육의 중립성을 왜곡하는 독재정권의 길로 들어서고 있으며, 학계와 국민이 이를 막아야 한다.


    3. 한겨레 사설의 문제점

    한겨레사설은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로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우리 민주주의를 규정하는데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자유민주주의는 한겨레가 추구하는 ‘우리 민주주의’와 조화할 수 없는 것이며, 적대적일 수 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런데 한겨레 혹은 유사한 논자들은 자유민주주의의 어떠한 내용이 문제인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 한 적이 없다. 자유민주주의는 과거 ‘독재 세력’이 그리고 ‘시장경제만능주의자’들이 즐겨 쓰는 용어이니까 문제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한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한겨레신문에 묻고자 한다. 한겨레신문은 2011-09-27자 사설 ‘반국가, 반민주 맨얼굴 드러낸 한국현대사학회’에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망라한 자유롭고 민주적인 질서를” 주장하였다. 한겨레가 주장하는 사회주의는 소련이나 중국식의 공산주의인가, 북한식 사회주의인가, 아니면 서구식 사회민주주의인가? 만일 서구식 사회민주주의라면 이미 그것은 우리 학회가 자유민주주의 이념으로 포괄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만일 그것이 소련, 중국, 북한식의 ‘사회주의’를 ‘망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그에 대한 주장을 본격적으로 하라!

    여하튼 한겨레는 자유민주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새 집필기준은 문제이며, 그 문제는 교과부가 자신들이 아니라 ‘소수의 친일·수구 언론과 재계, 관변학자의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서도 그 동안의 논의과정이나 교과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사실 확인이나 이해 그리고 내용에 대한 검토도 없이, 독선적 편가르기를 하여 인신공격을 펴고 있다. 즉 자신의 반대파는 무조건 친일파와 독재정권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그래서 친일파청산과 독재도 삭제했고, 그 결과는 박근혜 의원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자들과 국민은 이를 막아야 한다고 결론을 맺는다. 이 얼마나 심한 논리의 비약인가? 특히 교과서 집필기준의 용어 하나가 어떻게 박근혜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가? 이것이야말로 한겨레신문이 의도적으로 정치쟁점화하려고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삭제’라는 표현이다. 이 용어의 왜곡이 국민들을 크게 오도할 수 있다. 삭제란 “(기존의 것을) 깎아 없애거나 지워 버린다”는 뜻이다. 한겨레가 삭제라는 표현을 쓴 것은 아마도 2007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있던 표현이 없어진 것을 의식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2009년 교육과정에 따른 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은 2007년 집필기준을 본으로 하고, 거기서 더하거나 빼거나 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원칙에 입각하여 새롭게 개발되었다. 만약, 삭제라는 표현이 정당하려면 새 집필기준의 초안(공청회 발표)에 있던 것을 교과부가 검토과정에서 빼버렸어야 한다. 그런데 새 집필기준은 교육과정의 대강화 원칙과 교과서 집필자에게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원칙에 따라 구체적이고 자세한 내용은 제시하지 않는 방침에 의해 개발되었다. 그리하여 종래까지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 받아왔던 교과서 획일화의 문제점을 극복하여 다양한 교과서의 집필이 가능하도록 하고자 했다. 따라서 민주화 운동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독재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실들을 교육과정이나 집필기준에 예시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새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이나 집필기준 개발의 방침 등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을 확인도 하지 않고(또는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과장하고 있는 것이 있다. 집필기준에 친일파 청산이나 독재라는 표현이 없으면 학생들이 마치 그것을 배울 수 없는 것처럼 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 사설은 마치 발표된 집필기준이 학생들에게 독재에 대해 배울 수 없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처럼 “학생들이 독재체제를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없애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집필기준은 교과서 집필 시 고려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새 집필기준에서는 ‘자유민주주의의 발전뿐만 아니라 시련’이라는 기준을 제시하였고, 바로 자유민주주의의 시련과 관련하여 독재에 대해 얼마든지 서술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에 시련을 준 것은 독재뿐만 아니라 북한과 공산세력의 도발이 더 심하였다. 그것은 시련의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자체를 부정하고 전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던 것이고, 그러한 위협은 지속되었던 것이다. 한국현대사학회에서는 이점을 주장했으나 집필기준에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집필기준에 없다고 하여 서술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교과서 집필자들은 자유민주주의의 시련과 관련하여 자율적으로 내용을 서술할 수 있다.

    한겨레신문이 꾀하고자 하는 목표는 분명한 것 같다. 즉, 대한민국의 정치체제를 자유민주주의로 못 박은 교육과정을 폐기하여,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자유민주주의를 가르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 때문에 이명박 정권을 학문의 자유와 교육의 중립을 유린하는 정권이라고 매도하고, 국민이 이를 막는데 나서자고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이명박 정권하에서 막지 못하면 정권을 교체하여 막아야 한다는 것은 노골적으로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정권교체의 정치 선전을 하고 있는 것이며, 앞으로 정권을 교체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바꾸어 놓고야 말겠다는 결의를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겨레신문이 학문의 자유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학문적 자유란 무릇 다양한 학문연구를 보장하고, 또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토론되는 것을 보장하는 데서 시작된다. 또한 학회활동을 권장하고 학자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학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그 기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겨레신문은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이견(異見)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표출한다. 자유로운 토론은 오간데 없고 비난과 매도가 난무하며, 학회활동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주장이나 의견에 찬동하지 않는 학회에 대해서는 허위사실까지 동원하여 공격하고 적대감을 드러낸다. 심지어는 그러한 학회의 구성원들에게 노골적인 심리적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을 하면서도 학문의 자유를 주장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한겨레가 주장하듯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고, 교육의 중립성을 왜곡한 정권의 말로는 자명했다”는 것에 동의한다. 정권뿐 아니라 모든 조직과 매체도 같은 운명을 가졌다. 그러므로 한겨레는 정치쟁점화를 위한 선동에 나서기 보다는 이성적인 접근으로 “학계뿐 아니라 우리 국민이 불행을 막는 데 함께” 나설 것을 요구한다.


    2011.11.13
    한국현대사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