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ISD조항, MB가 오바마에 약속 받으면 가능”한-EU FTA 처리 때도 표결처리 합의 번복 선례있어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합의안에 서명한 민주당이 막판에 이를 번복, 물거품이 됐다. 야권통합을 논의 중인 민주노동당, 좌파시민세력 등이 반대하는 게 문제가 됐다. 

    황우여 한나라당,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새벽까지 ‘마라톤협상’을 통해 한-미 FTA 비준 후 핵심쟁점인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조항을 미국과 재논의한다는 타협안을 도출했다. 

    여야 합의는 몇 시간 만에 뒤집혔다. 민주당의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거치며 ‘쉽게’ 파기됐다.

    민주노동당이 ‘야5당 합의’를 민주당이 위반했다고 강력하게 항의한 데다 정동영 최고위원 등 민주당 내 강경파도 협상안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이같은 행태는 한-미 FTA가 국익을 위해 필요하고 FTA 발효에 따른 피해산업 구제책이 마련되면 통과시킬 수 있다는 기존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여야 합의안에는 국내 피해 산업을 지원하는 대책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합의문은 농어업 피해보전 대책 추가 마련,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대책 확대-신설, 통상절차법 실효성 강화를 골자로 한다. 

    즉 민주당은 내년 총-대선 승리를 위한 ‘야권 대통합’을 위해 국익과 여야 합의를 깨버리는 정치적 선택을 한 것이다.

    ◆ 김진표 “MB, 오바마 만나 재협상 약속 받아와야”

    오전 10시30분부터 5시간 동안 열린 이날 민주당 의총에서 강경파는 물론 다수 의원들이 ‘굴욕적 협상’이라며 김 원내대표의 합의안에 반대 입장을 표했다. 합의안은 부결됐고 민주당 의총 직후 열릴 예정이던 야5당 합동 의원총회도 잠정 연기됐다.

  • 김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도중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실상 ‘합의 파기’에 이르게 된 과정을 해명했다. 그는 “황우여 원내대표와 합의는 양당 최고위와 의원총회를 통과해야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간 합의한 ISD 관련 합의가 미국의 동의 여부가 나타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아 이를 확보할 수 있는 약속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곧 G20(주요20개국)회의가 열려 이명박 대통령이 출국하는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ISD 파기에 대해 양국간 재협상 논의에 대한 약속을 잡는 것이 전제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당초 합의안을 백지화시킨 것으로, 원내대표 간 협상 이전의 원래 입장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 與, 양보해 봤자…문제는 ‘야권통합’

    제 1야당인 민주당이 민주노동당 등 군소정당에 휘둘려 민주당이 입장을 뒤집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한-유럽연합(EU) FTA 비준안 처리 당시, 민주당은 표결처리에 합의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등 좌파 시민단체 등의 거센 반발에 국회 본회의장에 불참했다.

    손학규 대표는 4.27 재보선에서 승리, 지지율이 크게 올랐으나 한-EU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군소정당에 끌려 다니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지지율 급락을 맛봤다.

    민주당은 당시 야권통합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10.26 재보선을 마친 지금 야권통합은 그때보다 훨씬 중요한 이슈가 됐다.

    ‘혁신과통합’ 등 시민사회 세력과 야권통합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민주당이 야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자칫하면 통합 주도권을 완전히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