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 입학했지만…” 일방적 선전에 더 둔감해야 되는지
  •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하루 앞두고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간 치열한 격전이 펼쳐지고 있다.

  • ▲ 오는 26일 서울시장 보선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도 무소속 박원순 후보를 둘러싼 학력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뉴데일리 편집국
    ▲ 오는 26일 서울시장 보선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도 무소속 박원순 후보를 둘러싼 학력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뉴데일리 편집국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국참당을 비롯한 좌익블록은 물론 기성정치에 실망한 국민들의 여망 때문인지 잠재적 대선후보로까지 급부상한 안철수 서울대 교수도 박 후보 진영에 가세해 초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굳이 박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거창한 공약의 내용이나 살아온 길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정말 눈에 거슬리는 것이 하나 있다. 박 후보의 서울대 입학 및 제적전력.

    이는 식상하게도 엄혹한 정권의 탄압 때문에 대학도 못 다니고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펼칠 수 없었다는 식의 논리이겠지만, 그는 엄연히 서울소재 4년제 대학을 정식으로 졸업했으며 모교의 지원 속에서 재학 중 사법시험을 준비해 합격한 뒤 1년여간 검사로 재직했던 인물이다.

    한 마디로 그는 우리사회 최상급 이너서클(Inner Circle)에 속하지만, 대부분 사회 지도층이 걸어간 인생의 경로와 달리 소위 ‘시민운동’의 미명을 앞세워 반정부 저항으로 발길을 옮긴 특이한 이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 박 후보나 캠프에서 나오는 얘기나 홍보물에는 항상 서울대 입학과 제적이 가장 먼저 거론되는데 과연 단국대 사학과 졸업의 학력이 그렇게 부끄러운 것인지 되묻고 싶다.

    누구나 젊은 시절 출세가 보장되는(?) 명문대 수학을 바라고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다. 그러나 그런 기대에 다소 못 미치더라도 모교의 지원으로 공부해 사법시험을 패스한 사람이 그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자신이 졸업한 모교를 폄하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사실 개인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모교를 폄하하는 것은 괜찮다는 것인지. 그는 졸업하지도 않은 명문대를 입학했다 제적됐다는 전력만 내세워야 하는가? 이 같은 기회주의적 행태까지 면죄부를 받아야 하는지….

    심지어 그는 자택의 거실에 놓인 서가 사진까지 공개하며 지적 허영심을 자랑하는 듯싶다. 서울대 문리대냐 사회계열이냐 서울대 법대냐는 물론 하버드대 객원연구원 논란 등 너무 많은 말들이 뒤를 잇고 있으나 선관위에 신고한 그의 최종학력은 단국대 사학과 졸업이다.

    박 후보의 ‘서울대’ 선전 문구는 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고결한 시민운동이 사회적 불만으로 가득 찬 소수 지식인들의 자기과시를 위한 포장재인지 미루어 짐작케 하고 있다.

    또한 성격은 다를지 몰라도 노무현 정권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불륜으로 국정을 농단한 신정아 허위학력 파문에 질린 일부 유권자가 박 후보의 ‘서울대’ 선전을 용인하는 것은 모순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뭐,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경쟁자인 나경원 후보에게 선배대접을 받으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 같은 치졸한 주장은 접어야 하겠지만 여전히 박 후보의 TV 선거광고는 “서울대에 입학했지만…”으로 시작된다.

    듣기는 싫지만 서울시민들의 심판의 시간은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단국대 졸업보다 서울대 제적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과연 자신이 추구하려는 권력의 진실과 그 결과까지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런 후보에게 권력을 쥐어주려는 사람들은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을 든 선무당에게 자신과 타인들의 소중한 목숨을 내맡기려는 것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