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이 한나라당의 좌클릭을 불렀다고? 대기업 행태가 無償포퓰리즘 이유라고?
  • 김인규 교수의 재벌 비판을 비판한다! 
      
     재벌이 한나라당의 좌클릭을 불렀다고? 
     대기업 행태가 無償포퓰리즘 이유라고?
     
    한림대 김인규 교수의 조선일보 칼럼 반론글
    변희재 /미디어워치 발행인   
      
    김인규 교수님께, 오래간만에 지면을 통해서 인사를 드립니다. 교수님께서 지난 7월 11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재벌이 불러온 한나라당의 좌클릭’ 칼럼에 대해서, 평소 교수님을 존경해오고, 평생 스승으로 모시겠다는 생각을 해온 저조차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글을 올려봅니다.
     
    물론 교수님과, 교수님이 적극 옹호한 한나라당 유승민 최고위원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좌파 포퓰리즘이 난무하는 시대에 기업정책과 복지정책에 대한 방법론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비판 칼럼이 아니라 공개 편지형식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이 점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교수님은 유승민 최고위원의 복지정책 강화의 취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셨습니다:

    “상속세 회피를 위한 재벌의 이런 행태와 날로 심해지는 빈부격차는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를 불러왔다. 유승민 최고위원의 '용감한 개혁을 통한 넓은 보수론'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유 최고위원의 '좌클릭'을 우려하는 일부 우파 논객들은 그가 자본주의의 정책과 가치를 매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그들 우파 논객들은 유 최고위원의 고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안보 문제에서 가장 보수적인 그가 왜 민생에서는 '좌클릭'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그리고 그 '좌클릭'이 좌파로부터 자본주의를 지키기 위한 예방백신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 중 ‘우파 논객’ 부분은 조선일보에 공개된 칼럼에서는 제외되었지만, 일단 교수님께서 여러 지인들에게 미리 보낸 칼럼에 수록되어있어, 그대로 인용하였습니다. 유승민 최고위원 역시 출마선언문에서 교수님과 유사한 주장을 한 바 있습니다.

    “수천억을 버는 재벌과 백만원이 없어서 자살하는 사람들,
    이 양극을 그대로 두고는 공동체를 유지할 수도, 국민통합을 이룰 수도 없습니다.
    그런 약육강식의 자본주의는 한나라당의 갈 길이 아닙니다.
    한나라당은 노선과 정책의 새로운 지향을 고통 받는 국민에게 둬야 합니다.
    빈곤층, 실업자,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택시운전사, 맞벌이 부부, 무의탁노인, 결식아동, 장애인, 신용불량자...
    이런 어려운 분들의 행복을 위해 당이 존재해야 합니다“

    왜 갑자기 2011년도에 대기업과 복지정책 문제를 제기합니까

    이런 인식을 통해 유승민 최고위원은 “감세를 중단하고 SOC 예산을 줄여서 복지, 교육, 보육, 등록금, 청년실업, 비정규직을 위해 쓰자”고 제안합니다. 제가 교수님과 유승민 최고위원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은, 갑작스럽게 좌파형 복지국가론을 주장하는 근거로 대기업의 행태를 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기업의 행태가 국가의 복지정책, 아니 재정정책의 근간을 수정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판단 요소일 수가 있냐는 것입니다.

    시대적으로 빈부격차 등등을 감안하며, 복지정책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대기업과 관계 없이 해야 하는 것이고, 아직은 국민소득 2만달러 국가로서 과도한 복지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무리라 판단하면, 늦춰야 하는 게 아닐까요? 교수님이 칼럼에서 지적한 대기업의 문제는 좌파진영에서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맹공격을 퍼부어온 사안입니다. 교수님과 유승민 최고위원이 좌파진영의 대기업 공격에 동의를 한다면,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가 아니라, 훨씬 더 이전부터 개선을 요구해왔어야 했고, 복지정책도 그때부터 주장을 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아무리 이해하고자 해도 2011년 갑자기 복지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결정적인 이유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을 달래기 위해서는 재정정책의 엄밀한 논리와 상관 없이 일단 세금을 퍼부어서 좌파세력으로 기우는 여론을 돌려보자는 게 아니냐는 것이지요. 이는 정치 논리로는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교수님이나 유승민 최고위원 정도의 정치적 리더가 주장할 것은 못 됩니다.

    더구나 복지정책의 근거로 反대기업 정서를 끌어들임으로써 초래되는 예상치 않은 부작용도 있습니다. 전체 일자리 시장에서 중소기업의 고용비율이 88%입니다. 나머지 12%가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는 대기업, 공기업, 공공기관 등등의 것입니다. 물론 대기업의 도움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수많은 1차, 2차, 3차 하청업체의 일자리까지 감안하면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는 통계보다는 훨씬 높습니다. 그러나 결국 일자리의 다수는 대기업 혹은 대기업 하청업체가 아닌 일반 중소기업, 특히 청년창업기업에서 창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유승민 최고위원의 청년 일자리 창출 방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청년실업은 가족의 불행이자 우리 사회 전체의 불행입니다.
    젊은이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적극 고통을 분담해야 합니다.
    대기업도 말로만 사회적 기여를 떠들 게 아니라 청년에게 하나라도 일자리를
    더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큰 사회적 기여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공기업과 대기업에게 한국형 로제타 플랜(Rosetta Plan)인
    청년의무고용할당제를 도입하겠습니다.
    이들이 의무비율을 못 지킬 경우 부담금을 내도록 해서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의 임금보조에 쓰겠습니다“

    취업희망자 중 극소수만 입사할 수 있는 대기업에 억지로 의무고용할당제를 도입해봐야 청년일자리 창출에 대체 무슨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청년기업가들의 모임인 실크로드CEO포럼의 양원준 ‘카모델’ 대표는 늘 “대기업, 금융권, 공기업 등이 신입사원에 너무 높은 연봉과 복지를 제공하여 구직자들의 눈높이만 높아졌다”고 하소연합니다.

    매년 20대와 30대 청년들은 1만 3천여개 이상의 기업을 창업합니다. 이들이 5인 사업장을 유지해주면 매년 60만개, 10인 사업장을 유지해주면 매년 13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그럼 이러한 청년창업기업들의 실패율을 최소화하고, 더 빨리 성장하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는 것이 청년 일자리 창출의 가장 빠른 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청년창업기업의 성장과 대기업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교수님 지적대로 대기업 상속문제, 심지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도 창업기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어차피 일감을 몰아주어도 잘 나가는 원청 중소기업과의 문제이지, 2차, 3차 하청이나, 애초에 하청받지도 못하는 신규기업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명박 정부에 가장 답답해 하는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정책에 올인을 걸고 있다는 점입니다. 청년창업기업 입장에서 대기업 근처에 가서 원청이 아니라 3차 하청이라도 받으면, 그건 일단 대성공입니다. 대기업 하청업체가 되면 그 대기업이 무너지지 않는 한, 평생이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대기업 근처에 가보지도 못한 수많은 다수의 기업이 있는데, 왜 이른바 잘 나가는 기업들 내의 문제를 국가적 이슈로 낭비하고 있습니까. 저는 불필요하게 대기업 문제를 이슈시키는 것은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역시 反대기업 정서에 편승하는 정치적 논리라 봅니다.

    진짜 친 서민, 영 프렌드리 정책만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킬 수 있습니다

    교수님 말씀대로 유승민 최고위원은 북한인권법과 한미FTA에 대해서는 단독처리라도 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유승민 최고위원에 대해 변절자라 공격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유승민 최고위원이 단기적인 여론을 감안하여, 대기업을 근거로 복지정책을 강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올바른 정치적 태도는 아닙니다.

    오히려 유승민 최고위원 정도의 정치적 리더라면 매년 창업되는 1만 3천여개의 청년창업기업에 관심을 갖고 이 시장을 키우면서 실질적으로 청년 일자리를 늘여나가며, 무상 포퓰리즘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봅니다.

    고용시장에서의 양극화란 단순히 소득격차가 아니라, 대기업과 공기업 등의 일자리와 중소기업과 창업기업의 일자리의 질적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차별적 세금투입의 방식이 아니라 정확한 정책으로 이른바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드는 작업만이 해법입니다.
     
    저희 실크로드CEO포럼은 세금투입형이 아닌 시니어리콜제(55세 이상의 퇴직자들을 청년창업기에 고문으로 파견하는 제도), 프리보드 시장 정책(코스닥 이하의 창업기업들의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신규 시장) 등등의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여 모든 채널을 동원, 현 정부에 제안을 했습니다. 그러나 단 한 가지도 반영시키지 못했습니다. 저희 정책의 미흡한 점도 있겠지만, 현 정부를 포함하여 경제정책 하면 무조건 “대기업 가지고 어떻게 해볼까” 하는 구시대적 발상 탓이라 봅니다.

    어차피 글로벌 경쟁 체제에 편입된 대기업은 스스로 생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대기업보다는, 정말 정책적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교수님부터 유승민 최고위원까지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그럼 억지 춘향격으로 무상 포퓰리즘을 따라가지 않아도, 진짜 친 서민, 진짜 영 프렌드리 정책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굳건히 지켜나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늘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